한반도

정보기관의 정치화와 정보실패, 그리고 안보위기

2024-07-23 13:00:31 게재

2023년 9월과 지난달 북러 정상회담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유엔총회와 나토정상회담 등 국제외교무대에서 북러 군사협력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를 보냈다. 윤 대통령의 강력한 경고 내용은 가치와 이념을 바탕으로 하지만, 실제 어떤 군사적 실천이 가능한지는 담겨져 있지 않다. 윤 대통령의 경고가 번번이 묵살돼도 이에 대한 대국회 혹은 대국민 설명도 없는 실정이다. 윤석열정부가 수교 이후 한국정부가 진보인가 보수인가와 무관하게 친한노선을 견지해온 중국 러시아와 무슨 이유로 갈등하게 되었는지도 설명이 없다.

더 심각한 안보위기는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관계 조약을 사전에 입수하지 못했고, 이후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해외정보 관리능력이 문제라는 얘기다. 다른 정권이었다면 정보실패에 따른 국정원과 안보실장의 문책이 있었을 것이다.

지난주 미 CIA 출신 수미 테리가 외국대리인등록법 위반 혐의로 미국 연방검찰에 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국내에서는 국정원의 해외정보활동 능력에 대한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수미 테리는 2023년 6월부터 조사를 받았다. 혐의 내용은 박근혜정부 4년 동안 8개 사항, 문재인정부 5년 동안 12개 사항, 2022년 5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윤석열정부 초기 동안 20개 사항이 기술되고 있다. 윤석열정부 임기 초 정보활동이 두드러진다.

정보는 보고받는 이 입맛에 맞추게 돼 있어

2023년 4월 미국 국방부 기밀문건 유출 사건이 있었다. 이 기밀문서에 용산 대통령실과 안보실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 문제가 포함됐다. 당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작성자가 CIA이며 정보출처가 전자신호정보(SIGINT), 즉 대통령실이 도·감청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대통령실은 현재 용산 미군기지와 붙어있다. 용산 미군기지에서 대통령 집무실이 바로 보이고, 헬기장 등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상황이다. 당시 김태효 안보실 차장은 악의적 도청정황이 없다고 해명했다. 신원식 국방장관은 의원 시절 용산 이전과정에서 도청장비 설치 우려를 경고한 바 있다.

윤석열정부 2년 동안 코미디 첩보영화 같은 장면은 여러번 반복됐다. 2023년 11월 파리에서 열린 세계박람회 총회에서 2030 부산대회 유치에 실패했다. 정부는 유치를 자신했지만 1차 투표에서 29표대 119표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에 밀렸다. 실패원인을 두고 실무진들이 투표집계 정보를 제대로 했지만 고위직들이 허위로 보고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표결 전 몇몇 중국 언론인들은 중국의 집계에 의하면 한국은 몇표 얻지 못하지 못할 것이라고 얘기해주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섣부른 언사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엑스포 유치전 과정에서 민주 자유 인권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들이 내정간섭으로 간주하는 사안을 거침없이 발언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한 언론인은 윤 대통령이 여론의 반발을 무릅쓰고 기시다 일본 총리에게 통큰 선물을 했지만 일본도 한국을 찍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보는 이를 보고받는 지도자의 희망적 사고와 확증편향에 맞추어 제공되는 경향이 있다. 수용자가 화를 참지 못하는 성격으로 거친 언사를 쏟아내며 질타한다면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공무원을 복지부동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인사보복이다. 그렇게 되면 있는 그대로의 보고가 아닌 정치화된 보고서를 받게 된다.

윤 대통령 취임 초 국정원 1급 부서장 27명 대기발령과 인사번복 사건이 보도되며, 우리 정보기관의 규모가 역사상 처음으로 언론에 그대로 노출됐다. 그리고 연말 한 보수언론은 ‘20여명이 넘는 1급 간부가 전원 퇴직하고 100여명이 넘는 고위 간부들이 대기중이며 이를 둘러싸고 김규현 원장과 조상준 기획조정실장의 권력투쟁이 불거졌다’고 보도했다. 2022년 10월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조 실장이 국회 국정감사 당일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안보실 역할 못하면 국회 정보위라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청원 청문회’ 방송을 보면서 한없이 씁쓸한 마음이다.

음지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정보요원이나, 제복을 입은 해병대원, 경찰관들이 이런 뉴스를 접하면 어떤 마음일까 궁금해진다. 안보실이 제 역할을 못해 안보위기라면 국회 정보위라도 나서달라고 말하고 싶지 않을까.

박종철 국립경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