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북중관계 이상징후에 대한 엇갈린 평가

2024-10-08 13:00:01 게재

북한과 중국이 올해를 북중 친선의 해로 선포했지만 10월 6일 양국 국교수립 75주년 기념행사는 소규모로 치러졌다. 나쁘지는 않지만 뜨뜻미지근한 관계에 대해 중국 학자들은 “미묘하다”고 평가한다. 일부 한국언론은 중국이 북한의 친러시아 행보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어 양국 관계가 ‘이전과 달리 최악의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2023년 양국이 국경개방 이후 무역 품목의 다양성과 무역 규모의 회복이 더딘 점을 지적하며 유엔 안보리 제재 틀 내에서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조차 삐걱거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0년 5.24조치 이후 남북교역이 급감했고 중국이 반사이익을 얻었다. 중국해관 통계를 분석해보면 2010년대 북한의 대중 무역의존도가 점차 상승해 90%에 이르렀고, 2023년의 경우 95%를 넘었다. 과거 한국이 과점하던 대북교역의 이익을 5.24조치 이후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북한 무역의 대중 의존 심화에 따라서 양국의 상호의존이 증가되었다고 해석해야 되지만 일부 학자들은 미시적인 무역량과 품목별 분석을 통해 북한경제 위기의 한 측면으로 해석한다.

더불어 신압록강대교와 만포대교 등 개통이 지연되는 점, 중국 동북지역에서 동해로의 출해를 둘러싼 두만강 인프라 정비가 없는 점, 중국의 대북 개별관광이 중단된 점, 그리고 국경 지역 북한 노동자 재파견 움직임이 없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북한붕괴론과 북중우호조약 파기론

중국 입장에서 북중관계의 핵심 중 하나는 북핵 관리다. 중국은 책임대국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상국으로 글로벌 차원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중시하며 핵확산을 억제해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북한의 체제안전을 위해 어느 정도의 경제적 유인책을 제공하는 전략을 동시에 추구하는 딜레마가 있다.

이에 대해 강대국 관계를 신냉전으로 규정한 북한 입장에서는 현재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제재의 틀을 넘어서는 양자협력을 하는 반면, 중국은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는 현상유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데 대한 불만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북중 사이의 핵과 제재, 그리고 회색영역에서 전략적 협력이라는 주제에 대해 필자가 보기에 전문가들 사이에 현상인식은 유사하지만 해석을 달리하는 것 같다.

더욱 주목되는 점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위기를 겪을 때마다 일부 언론에서는 7차 핵실험 가능성과 북한붕괴론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위기의 한축으로 올 여름 압록강 대홍수로 인한 북한 체제위기나 북한의 러시아 밀착에 대해 중국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근거가 불충분한 과잉해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필자는 2016년 북중관계 파기론의 추억을 떠올려봤다. 당시 중국이 미국과 함께 유엔 안보리에서 역사상 최강의 대북제재 결의를 할 때 한국의 상당수 학자들과 언론은 “시진핑이 북한을 버렸다” “1961년 7월 체결된 북중우호 조약이 폐기될 것이다”라며 북한 붕괴를 전망했다. 당시 북한붕괴론의 한 부분으로 중국이 북한을 포기했다는 주장이 상당했는데, 불과 2년 뒤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배경으로 북중관계는 뜨거운 전략적 소통 관계로 급변했다. 최근 또다시 2016년과 같이 북중관계 이상설이 유행하고 있다.

1949년 10월 이후 북중 양국은 대부분의 시기 협력을 하면서도 또한 빈번하게 충돌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강대국 관계, 특히 중러가 북한을 놓고 대립하거나 러시아가 중국으로부터 이탈한다는 논리는 성립되기 어려운 구조다.

전략적 협력 속의 상시적 사안별 갈등

또한 윤석열정부가 추진하는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나 이번 국군의 날에 실시된 대북 핵폭격 무력시위 같은 강대강 분위기 속에서 이에 대한 대칭축으로 북중러가 전략적 협력을 해체 혹은 약화시킬 가능성도 희박한 상황이다.

한미일과 북중러가 서로를 진영(Bloc)으로 명문화하고 적대시하는 안보 딜레마 속에서, 각각 동맹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악순환의 덫에 점점 더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북중러 관계의 역사를 살펴보면 전략적 협력 속에서도 국가이익을 놓고 사안별로 대립할 때가 있었다. 이러한 사안별 갈등은 서방의 나토동맹이나 미일동맹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므로 현재의 북중관계의 갈등조정을 특별한 이상징후로 확대평가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박종철 국립경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