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상수 헌법개정추진연대 대표(전 노동부 장관)

“국민 참여한 개헌안 만들어야”

2024-11-21 13:00:36 게재

대통령 한명 바꾼다고 폐해 해결되지 않아

국민 개헌 참여할 수 있게 절차법 마련해야

상호 관용·절제 중요 … 타협 거부하면 공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공개되고 각 대학 교수들이 윤 대통령의 임기단축 시국 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 노동부장관인 이상수 헌법개정추진연대 대표는 일그러진 정치를 바로세우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한 개헌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탄생한 9차 헌법의 허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개헌안을 만들기 위한 개헌절차법 통과를 제안했다. 그는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목소리를 개헌안에 담으려고 한다면 그 과정에서 극단적 대립에서 통합과 타협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여의도 헌법개정추진연대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국회의장실에 개헌특위 입법청원을 제출해 놨다.

사진 이의종

●개헌 입법청원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국회가 개헌 특위를 만들어 계속 시도했지만 지금껏 성공하지 못했다. 왜 실패했는가를 생각해 봤다. 국민을 위한 개헌이 아니었다. 개헌을 하려면 국민이 주도해 나가야만 가능하다. 정치인에게 맡겨선 안 된다. 개헌에 대한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하나의 틀을 만들고 그 틀 속에서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거다. 그 형성된 공감대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국회에도 알려서 국회로 하여금 이런 공감대가 국민의 공감대를 받도록 요구하자는 취지다. 국민과 국회가 함께 만드는 개헌이다. 바꿔 말하면 국민이 참여하는 개헌이다. 그럴 때만이 가능하고 또 올바른 개헌이 될 수 있다.

●임기단축 개헌 얘기도 나온다.

항간에 나오는 탄핵이나 임기 단축 개헌은 다분히 정략적이다. 자기들의 기득권을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민이 바라는 개헌과는 거리가 멀다. ‘개헌 관료주의’라는 말이 있다. 현 체제의 수혜자인 주요 정당이 노골적으로 정치개혁을 좌초시켜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는 제도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방향으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대통령 혼자서 통치하는 시대는 지났다. 여러 사람들이 같이 힘을 모아야 한다. 그래서 내각제가 더 낫다. 연합정치, 다당제, 합의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결선투표제, 양원제, 견고한 지방분권이 갖춰진다면 4년 중임제를 일정한 기간까지 한 다음에 국민적인 공감대에 따라 내각제로 전환할 수도 있다. 대통령만 새롭게 뽑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국민참여를 위한 개헌절차법 제정을 요구했다.

국민들의 헌법 개정안 발의권이 있었는데 유신 때 없어지고 대신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권이 들어갔다. 국민들도 개헌 발의권을 행사해서 개헌을 직접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을 위한 개헌이기 때문에 국민 참여 개헌을 해야 된다. 법적으로는 엄밀히 얘기하면 현재는 국민들이 직접 개헌안을 만드는 회의체에 들어가기 어렵다. 그래서 개헌절차법이 필요하다. 국민투표에 임하기 전에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국민 교육이나 홍보를 통해 공감대를 확산하는 등의 개헌절차를 보장해야 한다. 헌법 제130조에서 헌법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붙이도록 한 것은 국민 참여를 전제로 한 규정이다.

●공론화 위원회도 제안했다.

개헌안에 대한 국민들의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공론화라는 것은 개헌 절차를 의결할 때 국민의 소리를 듣고 그것을 수용하는 것이다. 과거 고리원전 중단 여부를 결정할 때도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이뤄졌다. 공론화위원회 의견을 국회가 수용하는 게 중요하다. 마음에 안 드는 비토 세력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공론화를 매우 합리적으로 진행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이 결과에 따르겠다는 약속이 사전에 있어야 한다.

●87체제에서 만든 헌법은 왜 문제인가.

87년 개헌을 통한 대통령 직선제는 잘한 것이다. 하지만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이 한 번씩 대통령을 하기 위해 단임제로 만들었다. 37년이 지난 지금, 탄핵이나 임기단축 개헌을 통한 ‘대통령 교체’는 의미가 없다.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 대통령만 바꿔선 안 된다.

1년 정도 단축하고 개헌을 하는 명예로운 퇴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멸을 막고 협치를 위한 정치를 위해서라도 서로가 양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개헌을 통해 새로 출발하자는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도 중대선거구제 등 개헌 관련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임기 말에는 개헌을 하자고 할 것이다.

●정치권 원로로 현재 정치 상황에 대한 해법을 제안한다면.

우리나라가 현재같이 대립된 구조로 서로 싸움만 하면서 공멸할 것 같은 때가 있었나 싶다. 지금이라도 서로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타협은 절반의 승리다. 타협을 거부하면 공멸이다. 지금 정치는 국회를 ‘다음 선거를 위한 베이스 캠프’로 보고 있다. 정책이나 의정활동보다는 다음 선거에서 누가 이기느냐에만 관심이 있다.

상호 관용이 필요하다. 또 자신을 제어해야 된다. 할 수 있다고 해서 막 퍼붓는 것은 옳지 않다. 상호 관용과 자제, 이 두 개가 가장 중요하다.

개헌의 가장 중요한 의미 중 하나가 장기적인 전망을 같이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개헌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개헌 문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서로가 공감대를 형성하는 틀을 높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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