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졌지만 산사태 위험은 사라지지 않았다

2025-04-08 13:00:04 게재

주왕산국립공원 면적 1/3 소실 … 복원 둘러싼 불필요한 논쟁 그만·맞춤형 대책 현실화 시급

“산불 이후 약해진 지반 등 산사태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예방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탐방객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탐방로 주변 등지에 식생네트를 설치하는 등 응급복구를 해야하고 이후에도 장기적으로 생태 복원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주왕산국립공원의 영남 대형 산불 2차 피해 발생 위험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공원공단 직원 등이 7일 조사를 하고 있다.

7일 주왕산국립공원에서 만난 명현호 국립공원연구원 기후변화연구센터장(이학박사)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영남 지역을 강타한 대형 산불로 주왕산국립공원도 피해를 입었다.

3월 22일 주왕산국립공원 밖(경북 의성) 43km에서 성묘객 실화로 발생한 산불이 공원 내로 확산되면서 산림 3260ha를 태웠다. 이는 주왕산국립공원 면적 중 약 1/3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2020~2024년 주왕산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산불은 2건으로 피해 면적은 0.87ha다.

7일 권성환 경북 청송군 청송읍 월외리 이장은 “바람이 어찌나 센지 불기둥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 같았다”며 “불붙은 낙엽 등이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잘 보존된 산림은 물론 마을 곳곳을 태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불은 꺼졌지만 위험이 끝난 건 아니다. 자연 상태의 산림토양은 물리적 성질 변화가 크지 않다. 하지만 산불이 발생하면 지표면의 낙엽과 부식질 등 유기물층이 소실되면서 광물질 토양층이 노출됨으로써 침식이 증가하는 등 변화가 일어난다. 이러한 토양 변화 등으로 산사태가 더 잘 일어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뀔 수 있다. 토양의 수분 보유 능력 등이 감소된 상황에서 큰 비가 내리면 대형 산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연구원은 주왕산 지리산 등 산불 피해 지역을 대상으로 13일까지 산사태 발생 우려 지역 기초 조사를 실시 중이다. 산림청의 산사태 위험등급 지역 등을 토대로 현장조사 후 우려 대상지를 선정한다. 이후 5~6월 산사태 위험등급을 산정하고 시뮬레이션 분석 등을 통해 피해 가능성을 조사한다.

김태오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재해복구비 예산이 배정되기 전이라도 활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투입해 응급복구를 시행 중”이라며 “산불전문조직 신설과 특수재난구조대 운영, 산불감시원 증원 등 국립공원 산불예방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생태계 피해 조사도 이뤄졌다. 5~12월 생물자원 피해특성 및 식생 자원 복원력 등 분석 평가를 위해 정밀 조사도 실시한다.

명 센터장은 “자연복원 여부는 대상지의 식생과 토양 훼손 정도 등을 고려해서 결정하게 된다”며 “경사가 심하고 토양 침식이 심한 곳 등 당장 산사태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은 대책을 시급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여년 전부터 이어져 온 복원 방식을 둘러싼 논쟁은 이번에도 반복되는 중이다. 영남 대형 산불 전에도 동해안 등지에서는 산불이 빈번했다.

2000년 4월 14일부터 9일간 고성과 강릉을 중심으로 산불이 퍼지면서 서울시 면적의 40%에 해당하는 2만3794㏊의 숲이 피해를 입었다. 당시 이곳을 어떻게 복원할지 팽팽하게 의견이 나뉘었다. 자연복원을 할지 인공적인 조림으로 할지를 두고 이견이 심했고 민관 합동 공동조사단을 꾸리기에 이르렀다. 지난한 논쟁 끝에 당시 자연복원 49%, 인공조림 51%로 복구 계획을 수립하기로 결론을 냈다.

하지만 문제는 이후에도 이른바 인공조림과 자연복원을 둘러싼 찬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중요한 건 지역마다 기상 지형 식생 등이 다르다는 점이다. 전국적으로 동일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불필요한 논쟁보다는 맞춤형 복원 전략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수립할 수 있을지 고민이 시급한 상황이다.

청송=글·사진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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