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무경 실로암 효명의집 원장

“장애유형 따라 사는 공간이 달라야 합니다”

2025-04-11 13:00:39 게재

맞춤형으로 주거공간 개선 중도 실명인 재활교육 앞장

“시각장애인과 중증자폐를 앓고 있는 입소자가 한 방에 거주하면 서로 피해를 보게 됩니다. 건물을 분리해 같은 유형 장애인끼리 방을 사용하니 문제도 줄고 돌봄환경도 훨씬 나아지더라구요.”

2025 서울복지상 대상(장애인 부문) 수상자인 김무경(사진) 실로암효명의집 원장은 “유형 구분없이 방을 배치하니 자폐환자가 음식을 먼저 다 먹어 버려서 시각장애인이 먹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생겼다”면서 “장애유형별로 발생하는 문제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세심히 들여다보고 대책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 자신도 시각장애인이다. 네살 때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었고 중간에 한쪽 눈만 시력을 회복했다 잃기를 반복해 현재는 한쪽은 완전 실명, 나머지 한쪽은 흐릿하게 앞이 보이는 약시 상태다.

김 원장은 “한쪽 눈 시력이 부분적으로 회복되다보니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와 공감할 수 있게 됐다”며 “이른바 반쪽 장애인이 된 것은 이 둘을 연결하는 일을 하라는 운명의 뜻 같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개신교 목사이기도 하다. 맹학교를 나와 20년간 시각장애인 안마사로 일했고 40세에 뒤늦게 신학대학교를 졸업한 뒤 효명어린이집에 원목으로 부임했다.

하지만 중증장애인이 많다보니 설교 시간보다 입소자들 대소변을 닦아주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설교 보다 이들에게 필요한 일을 하는 게 내가 할 목회라는 생각이 들었고 돌봄 활동에 주력했다. 부모님 모두 시각장애인이었고 아내도, 본인도 장애를 갖고 있어 장애에 대한 이해가 깊은 김 원장에게 입소자들은 마음을 열고 협력했다.

가장 힘든 유형은 중복 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이다. 두 가지 이상 장애를 동시에 갖고 있어 제대로 변을 가리지 못하는 경우다. 화장실을 다녀와 얼굴과 온몸에 오물을 바르고 나타나면 복지사들과 함께 씻겨주어야 한다.

김 원장은 “자기 딴엔 손을 깨끗이 닦는다고 몸에 바른건데 어쩌겠나”라며 “이젠 자연스런 일이 됐다”고 웃는다.

김 원장은 시설 밖 지역사회와 소통에도 힘을 쏟고 있다. 본인처럼 중도 실명한 사람들을 위한 재활교육과 노령·중증장애인을 위한 디지털 활용 교육을 펼치고 있다.

장애계 의견이 분분한 탈시설 문제에 대해서도 김 원장은 ‘현장형 해법’을 주문했다. 그는 “중증자폐 등 일상생활이 힘든 장애인, 특히 준비가 덜 된 시각장애인에겐 탈시설이 당장의 답이 아니다”면서 “장애유형과 사회적응 수준에 맞춰 단계적으로 탈시설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인권 유린 등 시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고 사회적 지원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시설은 입소자 인권을 최우선 배려하고 재정 운영을 투명하게 하는 등 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하고 공공은 보다 양질의 돌봄을 장애인들이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복지상은 매해 뚜렷한 사회 봉사 성과를 거둔 개인과 기관을 선정해 서울시가 시상한다. 김 원장에 이어 25년 동안 4만명 이상 중증 뇌성마비인 언어치료를 지원한 김명화씨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우수상은 서울시설공단이 수상했다. 장애인콜택시를 도입해 중증보행장애인의 이동편의를 보장하고 장애인 여가활동을 지원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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