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현겸 팬스타그룹 회장
“팬스타는 글로벌 크루즈로 성장 중”
국내 최초 오성급 크루즈페리 취항 … 해운·조선·금융·관광 융복합 선도
국내에서 최초로 건조된 5성급 크루즈페리 ‘팬스타 미라클호’가 13일 일본 오사카를 향해 첫 항해를 시작했다. 고급 크루즈를 체험하려는 예약이 몰려 102개 객실은 모두 찼다.
팬스타그룹은 이날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취항 기념행사를 열고 ‘대한민국 크루즈의 새로운 시대 개막’을 알렸다.
김현겸 팬스타그룹 회장은 “순수 국내 기술로 대한민국에서 설계, 건조한 미라클호는 선박 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꿔 승선 자체가 목적이 되고 선상 생활이 곧 멋진 여행이 되는 대한민국 크루즈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내일신문은 이날 크루즈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고 있는 김 회장을 만났다.

●팬스타 미라클호는 오사카엑스포 개막에 맞춰 취항했다. 이유는
동북아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럭셔리 크루즈페리인 팬스타 미라클호가 엑스포 관람객들에게 해상교통과 숙박 관광을 동시에 제공하는 최적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의 전략적 결정이다.
오사카엑스포는 55년만에 다시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 이벤트로 158개국이 참가하고 6개월 동안 약 2800만명이 행사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는 외국인 관람객 상당수가 한국을 방문하거나 경유할 것으로 본다. 우리 국민들도 오사카를 많이 찾을 것이다.
미라클호가 입항하는 오사카 난코항 국제페리터미널에서 팬스타 전용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엑스포 행사장까지 10여분만에 갈 수 있다. 한국에서 오사카엑스포를 관람하러 가는 이동수단 가운데 접근성이 가장 뛰어나다. 여기에 최고급 호텔 수준의 크루즈(객실), 미식과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결합된 팬스타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는 엑스포를 찾는 우리 국민과 외국인 관광객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것이다.
●1999년 장보고 프로젝트로 이름 붙이고 한·일 카페리사업을 시작했고 이제 크루즈페리로 도약했다. 장차 완전한 크루즈사업도 꿈꾸는가.
팬스타는 국내 해양관광의 외연을 넓혀온 개척자다. 장보고 프로젝트는 단순한 해상수송, 여객운송을 넘어 ‘동북아 해상 네트워크’와 ‘해양문화의 연결’을 비전으로 추진했다.
2002년 부산~오사카 항로에 팬스타 드림호가 취항하면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크루즈 개념을 도입한 한국형 크루즈 모델을 제시했고, 부산 원나잇크루즈와 대한해협크루즈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국내 크루즈 산업 발전을 선도해 왔다. 팬스타 미라클호는 향후 크루즈 전용선으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이다. 정통 크루즈에 못지 않은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는 이미 전세선 기반의 크루즈 전용선 운영 경험을 축적했다. 향후 대형 크루즈 전용선을 국내에서 건조해 동북아는 물론 아시아 전역, 나아가 한국에서 출발하는 세계일주 크루즈까지 운항하는 글로벌 크루즈 선사로 발돋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팬스타 미라클호를 일본조선소나 국내 대형 조선소가 아닌 부산의 중형조선소에서 건조한 이유는
팬스타 미라클호는 한국 크루즈산업의 상징이자 미래를 담은 프로젝트로 시작했다. 일본이나 국내 대형 조선소에서도 건조할 수 있었지만 부산의 향토 조선소, 대선조선을 선택한 것은 해운과 조선이라는 양 축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상생발전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대선조선은 이미 훌륭한 조선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연안 여객선을 건조한 경험이 있다. 특히 우리 팬스타그룹에 선박설계가 가능한 계열사 ‘팬스타테크솔루션’이 있어 가능한 파트너십이었다.
선내 인테리어는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리바트가 직접 설계·시공을 맡아 유럽산 고급 자재를 공수하고 국제 인증을 받는 과정을 거쳤다. 국내 선박인테리어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고, 관련 산업 전반의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일본의 대형 조선소 관계자는 “팬스타 미라클호가 정식 취항하면 세계 선박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의 기술과 자본, 디자인, 조선 역량이 총 결집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국내 해운과 조선 금융 관광과 같은 4대 산업과 선박용 기자재 인테리어 등 후방산업 분야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대선조선의 워크아웃이라는 어려운 상황도 있었지만 잘 극복했고, 조선소는 선주와 함께 건조했다며 고마워 했는데
한국수출입은행의 정책금융 지원도 큰 힘이 됐다. 워크아웃 상태였던 대선조선에 3700만달러 규모의 선수금환급보증(RG)을 제공해 팬스타 미라클 호의 성공적인 건조와 인도를 가능하게 했다. 공공금융의 마중물 역할은 팬스타 미라클호뿐만 아니라 국내 중형 조선소 전반의 회복과 체질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팬스타 미라클에 민간외교 역할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는데
팬스타그룹은 2002년부터 부산-오사카 항로를 운항하면서 한·일 양국간 인적, 물적교류 확대와 우호증진에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는 부산의 시민단체가 일본 국민을 위해 구호품을 마련하고 우리가 재난지역까지 긴급 수송하기도 했다. 정부차원의 외교만큼이나 민간에서 나누는 우호정신과 지속적인 교류는 양국의 신뢰와 공감의 기반이 되며 국가 간 외교의 기초가 된다고 믿고 있다.
팬스타 미라클 호는 단순한 여객선이 아니라 한·일 양국 국민이 문화와 정서를 나누는 ‘이동하는 문화 플랫폼’이다. K-콘텐츠, K-미식, 한국적 디자인과 서비스로 가득찬 시공간에서 일본 승객은 한국을 깊이 체험하고, 한국 승객은 일본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팬스타 미라클호가 한·일 간 지속가능한 우호협력의 민간외교 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
부산 =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