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외금융자산 10년 만에 12배 증가
대외경제연 “경제안정, 금융국제화 긍정적 영향”
직접투자보다 증권투자 증가속도 지나치게 빨라
우리나라 순대외금융자산이 1조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상 처음 대외 자산이 부채를 앞지른 이후 10년 만에 12배 이상 빠르게 증가해 한국경제의 대외취약성이 그만큼 개선됐다는 평가다.
다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직접투자보다 단기 증권투자 증가속도가 빠르고, 특정 지역과 통화에 집중되는 점은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4년 3분기 국제투자대조표’(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우리나라 순대외금융자산은 9778억2000만달러로 2분기(8584억5000만달러) 대비 13.9%(1193억7000만달러)나 급증했다. 대외금융자산은 2조5135억1000만달러로 대외금융부채(1조5356억9000만달러)를 크게 앞섰다. 전분기 대비 자산은 1183억달러 늘었고, 부채는 11억달러 감소했다.
한국의 대외순금융자산이 9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으로 최근 대외자산 증가속도를 고려하면 이르면 올해 안에 1조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대외 부채가 자산을 웃돌다 2014년(808억8000만달러) 사상 처음 자산 우위의 흑자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따라서 불과 10년 만에 순대외자산이 12배 이상 급증한 것은 우리 경제가 그만큼 양적으로 성장했고, 세계경제나 외환시장 변동성을 방어할 여력이 커졌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실제로 일본과 독일 등은 3조달러가 넘는 막대한 순대외금융자산을 기반으로 해외에서 안정적인 배당과 이자소득을 통해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하면서 외환시장 변동성의 방파제 역할도 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올해 6월 ‘순대외금융자산이 경제안정과 금융국제화에 미치는 영향 분석’보고서를 통해 대외자산 우위의 흑자구조가 가지는 순기능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순대외금융자산 흑자국은 경제안정과 금융국제화에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이는 외환위기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시장친화적 안전장치가 마련됐음을 시사한다”고 했다.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022년 기준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이 국내총생산(GDP)대비 44.8%로 주요 46개 국가 가운데 9위에 해당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외자산의 급증 과정에서 일부 불안정성도 보인다. 대표적으로 대외 증권투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직접투자를 웃도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증권투자는 2017년(4246억5000만달러) 직접투자(3605억7000만달러)를 앞선 이후 올해 3분기에는 9969억3000만달러로 직접투자(7622억5000만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해외 직접투자가 상대적으로 장기간 현지에 투자해 안정적으로 배당과 이자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인 반면, 증권투자 특히 단기 증권투자는 금융시장 변동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최근 이른바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대외자산 자체는 급증했지만, 손실 위험성도 도사린다는 점에서 대외자산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한편 외환당국이 직접 관리하는 외환보유액이 최근 3년새 500억달러 이상 급감한 점도 시장 변동성에 대처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