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와 세계 경제 그리고 동남아
대미흑자 큰 아세안 회원국들 ‘긴장’ … 미중 균형노선 강화, 다극적 세계질서 가속화 할 듯
11월20일자 이코노미스트지는 “트럼프의 당선이 글로벌 경제에 무엇을 의미하는가-그의 폭발적 관세 계획은 세계 무역을 손상시킬 것이지만, 그는 관세 계획을 완전히 이행하느라 고군분투할 것이다”라는 제하의 2025년 세계경제 전망 기사를 개제하였다. 미국 의회가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마지막으로 통과시킨 지 거의 100년이 지났다.
◆미, 수입품 관세법은 100년전이 마지막 =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를 약 20% 인상하고 보복적인 무역전쟁을 촉발한 1930년 ‘스무트-호레이’ 관세법은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주었으며 글로벌 무역의 2/3를 위축시켰다. 이 법은 미국과 세계의 경제성장에 재앙적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 이후 미국 국회의원들은 이 문제에 손을 대지 않았다. 스무트-호레이는 파멸적 경제정책 입안과 동의어가 되었다.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재선으로 역사가 반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는 선거 유세에서 미국 전체 국경을 통해 수입되는 모든 상품에 대해 10~20%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60%까지,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100% 관세 부과를 약속했다.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그러한 광범위한 관세는 성장을 저해하고 물가 인상을 부추길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10%의 보편적 관세 인상과 이에 대한 무역 상대국의 보복은 이러한 조치 도입 후 2년간 미국의 성장을 1% 떨어뜨리고 계속해서 무기한 경제성장의 장애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과 멕시코 같은 무역 파트너들 역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UBS 은행은 이미 2025년 중국의 성장 전망치를 4.5%에서 4.0%로 하향조정하였다. 미국과 세계가 마주친 큰 질문은 트럼프가 진정으로 관세 인상 계획을 밀고나갈 의도인지, 그렇다면 그가 할 수 있을 것인지 일 것이다.
◆기민하게 움직인 캐나다 트뤼도 총리 =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 포문이 요란한 포성으로 지구촌에 울려 퍼지고 있다. 전 세계가 트럼프 2기 진용의 속전속결 지명과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관세 폭탄선언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불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형국이다. 경제뿐 아니라 국방, 마약, 불법 이민 및 달러화 패권도전 불용을 포함한 거의 전 분야에서 관세를 무기 삼아 상대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는 양상이다.
캐나다와 멕시코산 모든 수입품에 25%,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해 기존의 추가 관세에 더해 10% 추가 관세 부과라는 초강경 관세 카드를 꺼냈다. 관세전쟁의 포문을 연 트럼프 당선인이 과녁을 전 방위로 넓혀 가자 세계 각국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중국은 물론 미국의 이웃인 캐나다와 멕시코, 신흥 경제국 연합체 브릭스를 타깃으로 한 관세 폭탄을 예고하며 국제무역 질서를 뒤흔들 태세다.
캐나다는 기민하게 움직였다.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달 29일 트럼프 당선인이 있는 플로리다주 마라라고를 황급히 찾아 약 3시간 회동을 가졌다. 지난달 25일 트럼프 당선인이 불법 이민과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의 미국 유입 경로라며 대통령 취임 첫날 행정명령을 통해 멕시코와 캐나다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수입 제품에 25% 관세를 매기겠다고 전격 발표한 지 나흘만이다.
◆달러패권 도전 브릭스에 100% 관세 = 캐나다와 함께 25% 관세 부과 대상으로 지목된 멕시코도 피해 최소화 대책에 부심하며 대응에 나섰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트럼프 1기 때 미국과 북미자유뮤역협정(NAFTA)을 개정하여 3국 간 신자유무역협정(USMCA)을 체결하였다. 이는 미국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 후 개정 체결한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이다. 우리는 캐나다와 멕시코의 사례에서 시사점을 얻어 대비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어 지난달 29일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등 브릭스 소속 국가들의 달러 대체 통화 논의를 비판하면서 달러 패권에 계속 도전할 경우 이들 국가들은 100% 관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트럼프는 취임하기도 전에 최근 기억에 어떤 주요국 지도자와도 달리 요란한 난리법석으로 국제 시스템을 흔들고 있다. 브릭스 국가-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이집트, 이디오피아, 이란 및 UAE-에 100% 관세를 때리겠다는 그의 가장 최근 폭발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트럼프의 이러한 폭발은 개도국 경제가 자기 길을 가는 비용에 대해 두 번 생각하도록 강요할 것이다.
지난 10월 러시아 카잔 공화국에서 개최된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브릭스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및 베트남 등 동남아 4개국을 포함 총 13개 국가를 파트너 국가로 영입시켜 네트워크를 확대하였다. 파트너 국가 지위는 회원국 지위와 등가는 아니지만 13개 새로운 브릭스 파트너 국가들은 브릭스를 지경학적 격동과 지정학적 혼돈 속에서 분명히 보험 증권으로 보고 있다.
◆이전과 같지 않을 트럼프의 미국에 긴장=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주문’은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다. 미국의 이익이 무엇보다 우선이기 때문에 어떠한 자비도 없다. 이는 나머지 세계는 몸을 가릴 곳을 찾아 뛰어야 하며 자립할 방법을 찾아야 함을 의미한다. 트럼프는 이번 집권 2기에서는 자신의 행동을 억제하는 제약이 거의 없어 보이는 만큼 그의 정책은 글로벌 질서에 측량할 수 없는 반향을 촉발시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동남아는 트럼프의 고립주의와 거래적 성향의 세계관으로부터 떨어질 수 있는 낙진에 대응할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미국 우선주의 전략이 ‘마가’ 슬로건을 현실로 만들 것인가? 아무도 모른다.
방콕 포스트지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카비(Kavi) 씨는 “트럼프에 대응하기 위한 지역적 해독제” 제하의 11월26일자 칼럼을 통해 동남아가 트럼프 정책의 잠재적 해악을 완화하기 위해 택할 수 있는 5가지 핵심전략을 제시하였다.
첫째, 트럼프 시대는 다가오는 뉴노멀(new normal) 이다. 동남아 지역은 친숙한 정치 체제로서 미국이 결코 이전과 같지 않을 것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공화당이 의회와 대법원을 장악하고 있으며 이전에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권력을 공고히 할 것이다.
둘째, 사람 중심의 정책과 민주적 제도를 강화하는 것이다. 트럼프 시대에 외국에서 민주주의를 증진하려는 워싱턴의 노력은 뒷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그러므로 동남아 국가들은 미국식 민주적 담론의 유일한 권위에 의존할 필요는 없다. 그들은 시민적, 정치적 권리를 위반하지 않고 현지 맥락에 맞춘 대안적 가버넌스 모델을 모색할 수 있다.
◆미·중 의존 낮출 공급망 다변화 모색 = 셋째, 미.중 사이 균형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민주주의 관련 껄끄러움이 없이도 동남아는 여전히 트럼프의 중국 카드에 직면해야 할 것이다. 2000대 이래 중국은 미국 정치에서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레토릭이 다른 미국 지도자와 달리 그 이슈를 무기화 하였다. 적성국 대하는 듯한 접근법은 글로벌 무역과 국제 질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면서 트럼프 2기에 확실히 더 강화될 것이다.
아세안은 미.중 두 나라와 무역.투자를 증대시키고 동시에 아세안의 공급망을 다변화해야한다. 모든 아세안 회원국이 미국 또는 중국에 대한 의존을 낮추기 위해 이미 신흥 경제와 관여를 시작하였다. 문제는 어떻게 동남아가 개별적으로 또는 집단적으로 계약적 시각의 렌즈를 통해 보는 트럼프의 세계관을 다룰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넷째, 다른 모든 나라들과 양호한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동남아는 EU, 일본, 한국, 인도, 러시아, 호주, 브라질 및 걸프 연안국들을 포함 기타 글로벌 행위자들과 양호한 관계와 다면적 파트너십을 유지하여야 한다. 내년 말레이시아의 아세안 의장국 하에서 이러한 파트너십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러한 파트너십은 트럼프 정책의 예측 불가능성에서 발생하는 가능한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필요할 때 경제와 안보 지원의 대안적 원천을 제공할 수 있다.
◆수천년간 형성된 동남아의 실용적 사고 = 다섯째, 다극적 세계 질서를 촉진하는 것이다. 미국 신정부의 고립주의적 관세 집착 정책은 파괴적일 수 있다. 트럼프의 관세 인상 계획은 공급망을 불안정 하게하고 신흥 경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 동남아, 특히 대미 큰 흑자를 갖고 있는 핵심 아세안 회원국들은 주요 타깃의 하나가 될 것이다. 그래서 동남아는 더욱 더 다극적 세계 질서를 촉진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이 지역이 왜 유엔 및 아세안 헌장에 중요성을 부여하는 지를 설명해 준다.
동남아는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는 여기서도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동남아 사람들의 지혜의 단면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삶의 지혜는 수백년 아니 수천년 동안 지속된 강대국과의 교류 역사를 통해 정치사회 체제 내에 DNA로 견고하게 뿌리내리고 있으며 계속해서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고 있다. 이러한 동남아인들의 실용적인 사고방식에서 우리는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까?
정해문
전 태국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