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혁신 기업인 열전 ⑬ 김좌진 마더스제약 대표
약사하다 유통업 시작…개량·혁신신약 제조기업으로
20년간 연평균 30% 넘는 고속성장 이뤄
매출 1000억에서 2년만에 2000억원 달성
연구개발 지속 … 내년 코스닥 상장 추진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한국도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에 저성장까지 복합위기에 빠졌다. 미국-중국의 경제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한 가운데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한국기업의 도전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내일신문은 (사)밥일꿈과 기업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혁신 기업인을 연재한다. 그들의 고민과 행보가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좋은 지침을 담고 있어서다.
약대를 졸업하고 약국을 개업했다. 정성을 다했더니 방문객이 급증했다. 하루에 400여명이 약국을 찾았다. 조제는 200건이 넘었다. 대학원에서 경영과 제약을 공부했다. 약국운영을 좀 더 잘해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2003년 약국 체인사업을 시작했다. 첫번째 창업이다. 체인사업은 제약사에 의존하는 구조였다. 한계를 경험했다. 2011년 아남제약을 인수하며 제약에 뛰어들었다. 주변에서 걱정 어린 시선이 많았다. 의약품을 수탁 생산하는 CMO사업에 집중했다. 2015년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해 천연신약개발에 나섰다.
회사는 연평균 30%가 넘는 고속성장을 이어왔다. 2012년 당시 19억원이던 매출은 10년 후(2022년) 1000억원을 돌파했다. 천억벤처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매출 목표치는 2000억원으로 현재 순항하고 있다.
제네릭(복제약)을 넘어 개량·혁신신약 개발을 시작했다. 내년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목표는 해외시장이다. 마더스제약(대표 김좌진)의 발자취와 미래다.
◆매출 100억원 시절 연구소 설립 = “혁신신약 제조사로 도약하는 게 우리의 꿈이자 미래다. 기반은 갖췄다. 이제 시작이다.” 지난 9일 서울 동작구 마더스제약 본사에서 만난 김좌진 대표는 회사의 ‘비전 2030’을 설명했다. 2030년에 △매출 1조원 △국내 제약사 10위권 진입 △글로벌 신약개발이 핵심 내용이다. 마더스제약은 올해 창립 20년인 천연물 의약품제조기업이다. 20주년을 기점으로 제2도약을 선언한 셈이다.
김 대표가 제시한 매출 1조원은 이상적인 목표다. 다만 지금 같은 성장세라면 2030년 5000억~6000억원 매출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인수합병(M&A)을 고려하면 도전해볼만하다는 것이다. 연구개발(R&D)과 제조시설은 김 대표가 비전 2030에 자신하는 기반이다.
R&D 중심에는 연구소가 있다. 2015년 연구소 설립은 주변에서는 무모한 도전으로 비쳐졌다. 당시 매출이 100억원대를 갓 넘긴 시점이었으니 걱정은 당연했다. 하지만 연구소 설립은 신의 한수였다. 제약회사가 그러하듯 마더스제약도 CMO(수탁생산)로 시작해 자사제품(ETC)을 늘려왔다. 연구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023년 기준으로 ETC와 CMO 비중이 6대 4다. 마더스제약의 ETC는 레이본정(골관절염 진통소염제), 에스오피엠정(소화성궤양 치료제), 스토엠정(소화성궤양 치료제), 로수엠젯정(고지혈증 치료제), 콘티600정(골관절 비타민제) 등이다.
ETC는 안정적 성장의 기반을 제공했다. 2022년 출시한 테네글립정, 테네글립엠서방정은 오리지널을 제외한 시장에서 1위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2021년 출시한 로수엠젯정 역시 올해 140억원대의 매출을 달성하며 100억원대 제품에 합류했다.
김 대표는 “마더스제약은 매년 R&D 투자액을 늘렸다. 내년에는 1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신약개발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건성황반변성치료제, 통증치료제, 2형 당뇨병치료제가 대표적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건성황반변성은 현재 시장에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 특히 안구에 직접 주사하는 것이 아니라 점안제 형태로 환자에겐 큰 부담이 없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그는 “건성황반변성치료제는 2024년 국가신약개발 과제에 선정됐다”며 “내년에 마더스제약 최초로 임상에 진입하는 신약”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소 설립은 신의 한수였던 셈이다.
◆건성황반변성치료제 내년 임상 = 2022년부터 가동 한 익산공장도 회사미래를 밝게 한다. 마더스제약은 미래성장을 위해 새로운 공장이 필요했다. 370억원을 투자해 전북 익산에 스마트공장을 지었다. 생산 가능량이 2배 이상 커지면서 원가와 품질 경쟁력이 높아졌다. 당뇨약 테네글립정 등 늘어나는 ETC 수요에 대응할 수 있었다. 2022년 1000억원 매출을 달성한 이후 2년만에 2000억원으로 급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다.
협업을 통한 신약개발에도 적극적이다. 복막섬유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엠이티(MET)라이프사이언스, 인공지능(AI)를 활용해 관절질환에 특화한 재활운동치료설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에버엑스, 탈모치료제 연구에 특화한 캐나다 바이오기업 트리플헤어에 각각 투자했다.
마더스제약은 매출성장과 신약개발, 투자를 바탕으로 2025년 코스닥 상장에 도전한다. NH증권과 KB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예비심사 준비 절차에 들어갔다.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새로운 제형공장 건설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최근 제약·바이오시장에서 기술상장이 주를 이뤘다. 실적을 바탕으로 한 상장은 드물었기에 더 기대가 크다는 게 증권가 반응이다.
약사출신인 김 대표는 ‘건강’에 진심이다. 사명에 ‘엄마의 마음’ ‘엄마 손은 약손’의 의미를 담았다. 엄마의 마음으로 최고의 약을 제공하겠다는 다짐이다. 특히 앞으로 노인 관련 질환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당뇨 황반변성 비만 등 다 노화와 관련 있다. “아직 갈길이 멀다. 하지만 환자와 사회, 세상에 도움이 되는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마더스제약과 김좌진 대표는 ‘비전 2030’ 도전을 시작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