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트럼프, 회담 가능성 낮다”

2024-12-18 13:00:02 게재

미 헤리티지재단 클링너 주장 … 정상외교 시동 트럼프, 한국만 언급 안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러라고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이어진 탄핵으로 대한민국 리더십에 큰 공백이 생긴 가운데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더라도 한미간 정상회담이 곧바로 성사되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다.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현재의 한덕수 총리 체제로는 제대로 된 정상회담이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17일(현지시간) 열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대담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과 나란히 다자회의에 참석한다면 서로 만날 수 있을 것이나 트럼프가 한국에 가거나 반대의 상황(한 대행의 방미)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탄핵당해 직무가 정지된 윤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과감하게 일본에 접근해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를 구축한 사실을 소개하며 향후 조기 대선을 통해 여야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 한국의 안보 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클링너 연구원은 “그들(더불어민주당)은 북한과 중국에 대해 훨씬 더 유화적일 것이고, 일본에 대해 더 민족주의적 접근을 할 것”이라며 “한국의 진보 진영은 동맹에 좀 더 냉담하고, 한반도 긴장 고조에 대해 종종 북한보다는 미국을 비판하곤 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듣고 싶어 하지 않는 말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이어 “중국은 미국에 실존적 위협이며, (인도·태평양) 지역에도 마찬가지”라면서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더 훨씬 많은 것을 원할 것인데, 한국이나 일본이 그것을 해주지 않으면 관계는 긴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클링너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북미대화에 나설 경우 한국의 더불어민주당 측은 그것을 환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 때 북미대화에 깊이 관여했던 알렉스 웡 전 국무부 대북특별 부대표를 백악관 국가안보 수석 부보좌관으로 지명하고, ‘외교 책사’인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대사를 ‘대통령 특별 사절’로 지명한 사실을 거론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다가가려 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다른 우선순위 외교 의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또는 그 행정부 인사들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려 시도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그것을 매우 환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내년 1월 20일 취임까지 한 달여를 남겨 놓은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주변 강대국 정상과의 활발한 소통을 예고했다. 특히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잇따라 과시하면서 직접 회동 추진 가능성을 내비쳤다.

트럼프 당선인은 16일 자신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대선 승리 후 첫 기자회견에서 이들 국가의 정상들을 모두 거론했다.

가장 많이 언급한 정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었고,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러시아 군인들이 “천문학적으로” 희생되고 있다면서 “우리는 푸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와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을 향해 “(종전을 위한) 협상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서는 “내가 잘 지내는 또 다른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권 1기 때 김 위원장을 3차례 직접 대면했고, 북한의 핵 위협을 종식하기 위한 북미 대화가 결렬된 이후에도 이른바 ‘러브레터’로 불리는 서한외교를 이어왔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서도 일단 호의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자신의 대통령 취임식에 시 주석의 참석 여부는 알지 못한다면서도 “코로나19 전까지 좋은 관계였고, 코로나19는 그 관계를 끝내지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나는 시 주석과 특히 편지를 통해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눴다. (시 주석은) 내 친구였고, 놀라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동맹국인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는 취임 전이라도 회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날 마러라고에서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미망인 아키에 여사와 만찬을 한 트럼프는 아키에 여사를 통해 이시바 총리에게 “책과 몇몇 다른 물건을 보냈다”며 각별히 챙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당선 후 첫 회견에서 트럼프는 북한,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정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상을 모두 거론하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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