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여파로 서울 주택공급 차질

2024-12-18 13:00:02 게재

재건축·재개발 논의 멈춰

2년뒤 공급물량 2388가구

12.3 비상계엄 여파로 주택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집값 안정에 상징적인 서울 주택공급마저 영향을 받으면 중장기적인 공급부족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계엄 여파로 부동산 거래가 절반으로 줄었다. 대출 규제와 함께 매수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경제 전반이 충격을 받게 되면서 주택시장 자체가 활력을 잃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의 관련법 논의와 정부 공급대책도 멈춰 세웠다. 윤석열정부는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을 위한 특례법 개정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 등 정비사업을 활성화하는 주택공급대책을 추진 중이었다. 하지만 해당 대책들은 모두 법을 바꿔야만 추진이 가능하다.

국토부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최근 기존에 수립한 공급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며 로드맵을 발표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를 그대로 믿는 이들은 거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윤석열정부는 임기 내 주택 27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까지 연간 목표치의 45%를 달성하는데 그쳤다.

서울시도 안정적인 주택공급 물량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비사업 전반을 심의하는 도시계획위원회는 평소 1~2건에 불과하던 지구단위계획 변경, 확정 등 심의안건을 무더기로 통과 시키고 있다. 소규모 정비사업인 모아타운도 이례적으로 대규모 지정에 나서는 등 사업 속도를 내려 하고 있다.

하지만 재건축 사업은 계획입안에만 수년, 사업인가가 나서 실제 공사에 들어가기까진 빨라도 6~10년이 소요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은 서울 주택공급의 사실상 유일한 통로인데 이게 원활치 않으면 중장기적인 공급 계획이 차질이 생긴다”며 “정부와 서울시는 최근 그린벨트를 풀어 집 지을 땅을 추가로 확보하려 했지만 이 마저도 계엄 사태로 여의치 않게 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문제가 재건축 사업 최대 장애물인데 불확실성이 경제로 번지면서 공사비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규제 완화는 둘째치고 사업성이 없는 재건축 사업에 참여할 업체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더욱 큰 문제는 가뜩이나 불안정했던 서울 주택시장에 비상계엄이 된서리를 내렸다는 점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내 민간 부문 아파트 공급 물량은 올해 1만9923가구에 달하지만 2년 뒤인 2026년엔 2388가구로 급감할 것이 예상된다.

추진 중인 재건축 사업은 많아 보이지만 실제 단기간에 완공 후 입주가 이뤄지는 지역 또는 단지는 손에 꼽을 정도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다른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되면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지고 이는 주택 시장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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