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문제 두고 여야 ‘자가당착’
국민의힘, 삼권분립 강조하면서 ‘국회 몫’ 임명 반대
민주당, 박근혜 땐 권한대행 헌법재판관 임명 반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심리할 헌법재판소 구성을 놓고 여야가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아전인수격 해석을 하면서 자가당착에 빠진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탄핵 재판에 대한 ‘시간끌기’ 작전을 펴면서 현재 6인 체제의 헌법재판소 구성을 유지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기에는 헌법재판관 추가 임명 없이 현 체제에서 탄핵 심리를 받는 것이 정부 여당에 더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대통령 직무정지 시에는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헌법재판관 임명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 절차가 늦어지면서 ‘헌법재판관 7명의 출석으로 심리한다’는 헌법재판소법 23조 1항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6명으로 심리를 진행해오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6명이 탄핵 재판 심리를 시작하는 데는 법률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진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은 현재 6인 체제로 탄핵 심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폈다. 같은당 권 원내대표의 입장과 엇갈리는 부분이다. 주 위원장은 “(헌재가) 헌법재판관 6명의 심리 변론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헌재법 23조 1항은 헌법재판관 7명의 출석으로 심리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이 돼 있다”면서 “헌법재판소는 정치적인 갈등을 해소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삼권분립으로 구성하게 돼 있다. 대통령 3명, 대법원장 3명, 국회 3명으로, 7명 출석으로 심리한다는 것은 삼권분립의 주체가 각각 참여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 위원장이 강조한 대로 ‘삼권분립’의 정신을 구현하려면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신속히 임명해야 한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재판관 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한다는 헌법 111조 3항은 삼권분립의 취지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선출하는 순간 사실은 헌법재판관이 되는 것”이라면서 “여기서 대통령이 가진 것은 형식적인 임명권”이라고 밝혔다.
헌법 113조에 따르면 탄핵이 인용되기 위해서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현 6인 체제에서 1명만 반대하더라도 탄핵은 기각된다는 뜻이다. 현재 6명의 재판관 성향은 진보 2명, 중도보수 4명으로 분류된다. 국민의힘은 보수 성향의 정형식 재판관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주심 재판관으로 지명된 현 6인 체제에서 탄핵 ‘기각 판결’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헌법재판관 임명에 반대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권 원내대표는 지난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권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이정미 헌법재판관 후임 임명 절차와 관련해 권 원내대표는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형식적인 임명권”이라고 했었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말바꾸기를 하는 점에 있어서는 더불어민주당도 마냥 자유롭지만은 않다. 2017년 황교안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해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아닌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이나 헌법재판관에 대해 임명할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헌법학자들의 의견”이라고 주장했다. 박범계 의원도 “헌법재판관 임명권은 일종의 국가 원수의 위치에서 하는 것이며 권한대행은 국가 원수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추 의원은 “권한대행의 임명거부가 위헌”이라면서 “국민의힘에서 제 말을 인용해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그들이 바로 내란 공범이고, 헌정 질서 문란 상태를 계속 이끌겠다고 하는 내란의 후속, 지속적인 선동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권 원내대표는 “당시 우상호 원내대표는 황교안 권한대행이 임명한 헌법재판관 국회 비준을 안 하겠다고 했다”면서 “지금 민주당의 헌법재판관 임명 속도전은 과거 민주당의 주장과 180도 달라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