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자율화·민간플랫폼 도입 효과 '톡톡'
고향사랑기부금 19일까지 630억원
재난·사고 피해지원 지정기부 눈길
시행 2년차 고향사랑기부 모금이 연말을 맞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12월 민간플랫폼을 통한 모금을 시작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12월 중순 이후 기부자가 대거 몰렸던 지난해 상황에 비춰볼 때 올해 누적 모금액은 지난해 수준을 크게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누적 모금액이 630억원을 넘어섰다. 이르면 20일 지난해 총 누적금액 65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모금액뿐 아니라 기부 건수도 늘었다. 19일 기준 53만6000여건으로 이미 전년도 52만건을 추월했다.
지자체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22억원으로 모금액 1등을 한 전남 담양군은 지난해 모금액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위 제주(17억원). 3위 전남 영암군(12억원)도 마찬가지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해 기부의 절반 가까이가 12월 중순 이후 이뤄졌다”며 “올해도 연말 기부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모금액 증가는 적극적인 홍보 덕분이다. 지난해에는 법적 규제 때문에 홍보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홍보와 관련된 규제가 사실상 모두 풀렸다.
행안부부터 홍보에 적극적이다. 인기 세무사 등을 통해 공중파 방송에서 연말정산 관련 고향사랑기부제 혜택을 소개하고, 카카오톡 등 온라인 플랫폼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삼성역 대형 디지털전광판과 용산역 등 주요 역사에서도 제도 홍보를 하고 있다. 특히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집중홍보를 진행 중이다.
지난 2일 가장 먼저 문을 연 민간플랫폼 위기브도 다양한 홍보활동을 통해 기부를 독려하고 있다. 12월 기부자 전원에게 네이버페이 2000p를 지급하고,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물도 나눠준다. 국민들에게 친숙한 삼쩜삼 우리동네GS 티머니GO CJONE 등에도 위기브 고향사랑기부 창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위기브는 또 전남 해남·곡성, 경기 안성 등에 기부하면 지역사랑상품권 5000원을, 충남 부여에 기부하면 지역화폐 5000원을 지급하는 행사도 함께 진행 중이다. 신용평가기업들과 협업해 고향사랑기부에 참여하면 신용평가 점수를 올려주기도 한다. 20일 신한·하나 은행이 모금을 시작하면서 제도 홍보는 더 확대됐다. 기업·국민 은행은 지난주 모금을 시작했다.
지정기부 효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경기 안성시는 장거리 통학으로 아침을 거르는 경우가 많은 청소년들에게 아침 간편식을 제공하기 위해 모금을 시작했는데 불과 열흘 남짓 만에 1800만원을 모금했다. 전남 영암군은 소아과 개설에 이어 산후조리원 운영을 위한 기부를 시작했다. 19일 현재 소아과 운영비는 5800만원, 산후조리원 운영비는 1200만원을 모금했다. 광주 동구의 발달장애 청소년 E.T야구단 지원 모금액은 벌써 1억원을 넘어섰고, 유기견 안락사 제로(0) 사업은 8900만원을 모금해 목표액 1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유기동물 관련해서는 전남 곡성군이 5300만원, 경남 하동군이 1억2900만원을 모금했다. 서울 성동구의 자립청년 지원 사업 모금액은 6800만원이다.
특히 재난 피해지역 지원을 위한 지정기부가 눈길을 끈다. 지난달 폭설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경기 안성시는 19일부터 5억원을 목표로 피해지원을 위한 모금을 시작했다. 충남 서천군이 6월부터 시작한 서천시장 화재피해 지원 모금도 진행 중이다. 현재 모금액은 7000만원을 조금 넘어섰다.
한편 연말 국민들의 고향사랑기부 참여가 급증하면서 일시적으로 기부플랫폼 고향사랑e음 위기브 등에 부하가 걸려 지연되는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순번 대기 시스템(넷퍼넬)도 도입해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12월 들어서만 몇 차례 크고 작은 시스템 장애가 발생해 관련 기관·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민들의 기부가 집중되는 연말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