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건강보험 무임승차…준비금 2030년 소진 위기”

2025-04-14 13:00:47 게재

건강보험노조 "가계·기업 부담 증가" … 전문가들 "초고령화 대비 제도정비 서둘러야“

역대 정부의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무임승차를 한 결과 연간 6조4500억원의 재정손실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가 건보재정 준비금은 2030년 소진된다고 추정한바 있다. 저출생·초고령 대비 제도정비 필요성이 높아진다.

14일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은 “정부의 건강보험 무임승차로 가계와 기업 허리 휜다”며 “차기정부의 건강보험 최우선 과제는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가책임 준수”라고 밝혔다.

◆노인의료비의 가파른 증가, 재정 위기 = 건보노조가 이날 발표한 정책보고서 ‘민생경제 성장도모를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방안’에 따르면 역대정부의 건강보험 법정지원 미준수 등의 6가지 사례(표)에서 확인된 건강보험 재정손실과 누수금액은 연평균 6조4534억원이었다. 가족해체를 막는 간병비의 급여확대나 전국민 치아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도 가능한 금액으로 추산된다.

국민건강보험 재정 조달은 가계·기업·정부의 경제 3주체가 보험료와 지원금 형태로 분담하게 된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제108조의 2) 등에 따르면 국가는 가계와 기업이 부담하는 건강보험 재정의 20%를 국고 등에서 지원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지원은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건강권)보장을 위한 국가의 사회보장 증진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것이다. 국민건강권 보장 및 질병위험에 대해 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대처한다는 사회보험의 원리에 입각한 조치이다.

그런데 건강보험 통합 25주년이 되어가는 현재까지도 가계·기업·정부의 경제 3 주체간 건강보험 분담구조는 이행되지 않았다. 오히려 역대정부는 건강보험 부담주체인 가계와 기업의 동의도 없이 정부책임 법정지원금을 과소납하고 국가책임 의료급여 재원 등을 건강보험으로 전가하는 ‘무임승차 행정’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정부의 무임승차는 저출생초고령 현상 앞에 재정안정성을 더욱 위태롭게 한다. 2023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48조9011억원으로 전년 대비 6.9% 증가했다. 전체 건강보험 적용 인구의 17.9%를 차지하는 노인 인구 922만명의 진료비가 전체의 44.1%를 차지한 셈이다.

노인의료비의 가파른 증가는 건강보험료 기여에 대한 가계와 기업의 부담가중으로 이어져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 위기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 다수의 보건의료전문가들은 가계와 기업에 집중된 현행 건강보험 부담구조와 민간의료 중심의 보건의료체계로는 생산연령인구감소와 인구고령화 심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고 한다.

국회예산정책처 또한, 건강보험 재정은 △지역가입자 재산보험료 축소 등에 의한 수입 감소 △인구고령화로 인한 노인의료비 증가 △의정갈등으로 야기된 의료공백 대응비용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2024.8월)’에 따른 필수의료 수가인상분 20조원+α 등이 단계적으로 반영될 예정이기에 건강보험 당기수지 전환시점과 누적 준비금 소진시점이 더욱 빠르게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예산정책처는 건강보험 적자전환은 2026년, 누적 준비금 소진시점은 2030년으로 봤다.

◆의료보장성 확대, 소비경제에 선순환 = 건보노조는 “앞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지원금이 법정기준을 준수하도록 개선하고 재정누수 방지 등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적 운영을 도모해주는 법과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면서 “6월 새정부 출범과 함께 지금까지 가계와 기업에 집중된 건강보험 재정 부담구조를 경제 3주체의 하나인 정부책임으로 균형 있게 안분하는 분담구조를 정착시킬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우리나라와 같은 사회보험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대만의 경우, 건강보험 재원중 총 보험료수입(기타 법정수입 제외)에서 최소 36%를 정부가 지원하도록 전민건강보험법 제3조에 규정하였고 일본의 경우 후기고령자(75세 이상 노인) 진료비의 50%를 포함 28% 전후의 국가부담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상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장률(64.9%)은 아직도 OECD회원국 평균(76.3%)에 비해 10%이상 낮다. 건보노조가 OECD통계와 보건복지부 발표 국민보건계정보고서를 비교 분석해본 결과,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64.9%)이 OECD회원국 평균 보장률(76.3%)로 확대 시 가계 최종소비지출에서 의료비본인부담 지출비중이 1/2로 줄어들어 연간 약 30조원의 가계 실질소득 증가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건강보험 보장률이 1% 증가할 때마다 약 2조6300억원의 소비활성화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건보노조는 이번 대선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건강보험제도의 총체적 문제를 개선하는 비전과 대안을 담은 정책공약과 로드맵을 제시하면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 예측했다. 6월초 새정부 출범과 함께 국민건강권 향상을 위한 △건강보험 재원조달과 지출관리 △양질의 공공의료 인프라 구축과 공공의대설립 △민영의료보험 통제 △혼합(병행)진료 억제 등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황병래 건보노조 위원장은“국민이 건강할때만이 국가는 성장동력을 가진다며 이번 대선을 계기로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정부의 법적 책임이 준수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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