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수사’ 주도권 갈등 ‘재점화’
검찰, 국수본·국방부 동시 압수수색 … 경찰, 조지호 청장 등 송치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국방부 조사본부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하며 이들 기관이 참여한 공조수사본부(공조본)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첩하기로 한 검찰이 공조본을 겨냥한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내란 수사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하는 모습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전날 ‘체포조 동원’ 의혹을 받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영등포경찰서, 국방부 조사본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우종수 국수본부장과 윤승영 수사기획조정관, 전창훈 수사기획담당관, 이현일 수사기획계장, 강상문 영등포서장,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의 휴대전화가 포함됐다.
검찰은 압수수색과 함께 윤 조정관과 전 담당관을 바로 소환해 조사했다.
◆체포조 동원 의혹 수사 = 국수본은 지난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국군방첩사령부 요청에 따라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기 위한 ‘체포조’에 10명의 강력계 형사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앞서 검찰은 방첩사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비상 계엄 당일 방첩사가 국수본 관계자와 연락한 사실을 파악하고 강 서장과 윤 조정관, 현장에 나갔던 영등포서 형사들을 조사한 바 있다.
이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국수본은 방첩사 요청으로 강력계 형사 10명의 명단을 제공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실제 현장에 투입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실제 경찰이 방첩사 요청대로 10명의 형사를 국회 앞에 보냈으며 이는 체포조 활동과 무관하지 않다고 의심하고 있다.
국방부 조사본부 역시 계엄 당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요청에 따라 군사경찰 수사관 10명을 출동시켰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국방부 조사본부가 군 체포조와 관련한 연락을 주고받고 수갑을 챙겨 현장에 출동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우 본부장과 박 본부장 등을 소환해 체포조 동원에 개입했는지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공조본의 지휘부가 내란 동조 혐의로 수사받는 처지가 된 셈이다. 검찰 특수본과 함께 내란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공조본에는 공수처와 경찰 국수본, 국방부 조사본부가 참여하고 있다.
국수본과 국방부 조사본부 지휘부가 실제 체포조 동원에 관여한 혐의가 드러나면 공조본 수사의 정당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망신주기용’ 반발도 = 검찰이 경찰 수사 총책임자인 우 본부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하자 경찰 내부에서 ‘망신주기용’이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경찰 안팎에서는 검찰이 지난 12일 국수본 간부와 영등포서장 등을 불러 조사하면서 휴대전화를 제출받지 않다가 압수수색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데 따른 반발이다.
검찰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필요 최소한의 범위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경찰 내부 불만은 커지고 있다.
우 본부장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장으로서 엄정한 수사를 위해 공조본까지 꾸린 상황에서 참고인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면서 “앞으로도 공조본 체제로 흔들림 없이 철저히 수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보사 관계자들 잇달아 구속 = 경찰은 20일 내란 중요 임무 종사 등 혐의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 13일 구속된 이들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3시간 전쯤, 서울 삼청동 안전 가옥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관련 지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계엄 선포 후에는 경찰을 동원해 국회 출입을 막은 혐의도 받는다.
조 청장은 중앙선관위에 경찰을 보내 계엄군의 선관위 장악을 도운 혐의도 있다.
공조본은 19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비선’으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계엄을 사전 모의한 혐의로 전직 정보사 대령 김 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전 대령은 계엄 이틀 전인 지난 1일 노 전 사령관,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과 경기도 안산에 있는 롯데리아에서 만나 계엄을 사전 모의한 혐의를 받는다.
공조본은 김 전 대령을 전날 긴급 체포했다.
회동 당시 노 전 사령관은 이들에게 “계엄이 곧 있을 테니 준비하라”고 하거나,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를 확보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공조본의 판단이다.
공조본은 앞서 15일 노 전 사령관을 긴급 체포해 18일 구속했다. 또 김 전 장관과 노 전 사령관 사이에서 계엄을 준비하는 실무를 맡은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문상호 정보사령관은 지난 18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공조본은 20일 문 사령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장세풍 구본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