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한덕수 ‘시간끌기’… 다가오는 데드라인
윤 대통령, ‘탄핵 서류’ 거부-공조본 출석 요구 불응
헌재, ‘송달 간주’ 23일 결정…공조본, 체포영장 관측
한 권한대행, 상설특검 추천-쌍특검법 거부권 ‘장고’
민주당, 초유의 권한대행 탄핵도 불사 방침 ‘압박’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23일로 열흘째를 맞은 가운데 윤 대통령은 물론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총리가 ‘시간끌기’에 여념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던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서류를 일주일 넘게 수령하지 않았다. 내란 혐의 수사 중인 공조수사본부의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한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는 상설특검 후보 추천을 일주일째 뭉개고 있다. 쌍특검(내란특검·김건희특검) 거부권을 놓고선 “끝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직무정지된 현직 대통령, 권한을 이어받은 총리 둘 다 국가 리더십 공백 상태를 이른 시일 내 종결시키기는커녕 불확실성의 장기화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이든 내란수사든 일체의 협조를 거부한 채 한남동 관저에 칩거 중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부터 22일 현재까지 헌재가 우편과 인편, 온나라시스템 등을 통해 보낸 탄핵 심판 접수통지와 출석요구서, 준비명령 등의 서류를 수령하지 않았다. 대통령실과 관저 등을 지키는 대통령 비서실과 경호처는 수취인 부재, 수취 거절 등의 핑계를 반복중이다.
윤 대통령은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 등도 잇달아 묵살했다. 공조본은 25일 오전 10시까지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는 2차 출석요구서를 20일 보냈다. 우편과 전자공문 형태로 보내진 이 요구서는 23일 오전 현재까지 수령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차 출석요구서 때는 대통령 경호처가 수령을 거부해 인편 전달이 무산됐다.
현직 대통령이 노골적인 법절차 지연 전략을 펴는 가운데 한 권한대행 역시 ‘시간끌기’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10일 국회를 통과한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요구안’(상설특검)의 특검 후보 추천 의뢰를 2주째 하지 않고 있다. 상설특검은 수사요구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통령이 국회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에 지체 없이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도록 하고 있다.
내란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에 대해서도 미적거리는 모습이다.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시한인 내년 1월 1일까지 심사숙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다만 윤 대통령과 한 권한대행이 무한정 시간을 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윤 대통령에 대해선 공조본이 체포영장을 곧 청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직 대통령인 만큼 체포영장 집행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탄핵심판 지연 관련해서도 헌재가 23일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우편을 발송한 시점에 송달된 것으로 간주할지, 서류를 두고 오는 방식으로 할지, 게시판 등에 게재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송달로 간주할지 등의 방식을 검토중이다. 한 권한대행의 데드라인도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다. 민주당은 이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를 시간끌기로 보고 크리스마스 탄핵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24일까지 상설특검 후보의 추천 의뢰,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의 공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즉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다른 야당들도 한 권한대행 비판에 가세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23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내란특검을 임명 안 한다는 것은 내란수괴 혐의자 윤석열을 보호하는 걸로 보여질 수 있다. 이건 정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면서 “특검법, 특히 내란특검에 대한 거부 등은 도를 넘은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 경제를 망친 책임도 한덕수 권한대행에 있을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