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 수첩 ‘스모킹 건’ 되나
공조본 ‘햄버거 회동’ 사전 모의 의혹 규명 주력
‘국회 운영예산 끊어라’ 최상목 ‘지시문건’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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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통화의 대부분은 비화폰으로 이뤄졌지만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개인 휴대전화를 통해 추가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통화 내역이 내란 혐의를 규명할 ‘스모킹 건’이 될지 관심을 모은다. 공조본은 윤 대통령의 통화 내역을 토대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공모관계 등을 추적해나갈 방침이다.
국수본 특별수사단은 12.3 내란 사태에 비선으로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고 사전 모의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5일 노 전 사령관을 긴급체포하면서 경기도 안산에 있는 그의 자택에서 휴대전화와 함께 수첩을 확보했다.
수첩에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당일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파견할 군 병력 배치 장소와 구체적인 병력 이동 시나리오가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이른바 ‘햄버거 회동’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이틀 전인 이달 1일 경기도 안산 롯데리아 매장에서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과 만나 계엄을 모의한 것으로 의심받는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정보사령부 정 모 대령은 변호인을 통해 중앙선관위 직원들의 출근시 신원 확인을 하고 회의실로 이동시키는 계획을 준비했던 사실을 시인한 바 있다.
구 여단장은 같은 날 계엄 선포 4시간여 전부터 정보사 소속 북파공작원 요원 등과 경기도 성남 판교 정보사 사무실에서 대기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계엄 이후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에 대비해 기갑부대 투입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의심이 가는 정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윤석열내란 진상조사단은 노 전 사령관이 계엄시 합동수사단 내 제2수사단을 꾸리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이 전·현직 군 관계자의 계엄 사전 모의 의혹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휴일인 22일에도 노 전 사령관을 상대로 수첩에 적힌 내용들의 구체적인 의미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롯데리아에 노 전 사령관과 회동한 김 모 전 대령을 소환해 북파공작원 투입 경위와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 체포 계획 등이 실제 있었는지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윤 대통령이 계엄 전 국무회의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하달한 ‘지시 문건’도 확보했다. 최 부총리는 최근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이 문건을 제출했다고 한다.
A4용지 한 장짜리인 해당 문건에는 ‘국회 운영비를 끊어라’, ‘비상계엄 입법부 운영 예산을 짜라’는 취지의 지시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관련 문건을 제출 받은 것은 맞지만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최 부총리는 국회에 출석해 “국무회의 당시 접힌 쪽지를 실무자에게 받았다”며 “정확한 단어는 생각나지 않지만 ‘재정자금 확보’ 얘기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언뜻 봤더니 계엄을 전제로 한 조치사항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딱 보니까 비슷한 문건이길래 ‘이거 우리가 무시하자’ 해서 덮었다”고 했다.
문건 내용대로라면 계엄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예산을 통해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경고성’ 계엄이라는 윤 대통령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계엄의 의도가 국회 기능을 무력화하는 데 있었다는 증거로 활용될지 주목된다.
구본홍·장세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