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 수첩 ‘스모킹 건’ 되나

2024-12-23 13:00:04 게재

공조본 ‘햄버거 회동’ 사전 모의 의혹 규명 주력

‘국회 운영예산 끊어라’ 최상목 ‘지시문건’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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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통화의 대부분은 비화폰으로 이뤄졌지만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개인 휴대전화를 통해 추가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통화 내역이 내란 혐의를 규명할 ‘스모킹 건’이 될지 관심을 모은다. 공조본은 윤 대통령의 통화 내역을 토대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공모관계 등을 추적해나갈 방침이다.

국수본 특별수사단은 12.3 내란 사태에 비선으로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고 사전 모의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5일 노 전 사령관을 긴급체포하면서 경기도 안산에 있는 그의 자택에서 휴대전화와 함께 수첩을 확보했다.

수첩에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당일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파견할 군 병력 배치 장소와 구체적인 병력 이동 시나리오가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이른바 ‘햄버거 회동’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이틀 전인 이달 1일 경기도 안산 롯데리아 매장에서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과 만나 계엄을 모의한 것으로 의심받는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정보사령부 정 모 대령은 변호인을 통해 중앙선관위 직원들의 출근시 신원 확인을 하고 회의실로 이동시키는 계획을 준비했던 사실을 시인한 바 있다.

대통령 출석 조사 요구한 공수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 등으로 꾸려진 공조수사본부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오는 25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요구했다. 사진은 22일 경기도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모습.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노 전 사령관은 계엄 당일인 3일에도 같은 롯데리아 매장에서 전현직 군 관계자를 만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자리에는 구삼회 육군 제2기갑여단장(준장)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여단장은 같은 날 계엄 선포 4시간여 전부터 정보사 소속 북파공작원 요원 등과 경기도 성남 판교 정보사 사무실에서 대기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계엄 이후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에 대비해 기갑부대 투입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의심이 가는 정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윤석열내란 진상조사단은 노 전 사령관이 계엄시 합동수사단 내 제2수사단을 꾸리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이 전·현직 군 관계자의 계엄 사전 모의 의혹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휴일인 22일에도 노 전 사령관을 상대로 수첩에 적힌 내용들의 구체적인 의미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롯데리아에 노 전 사령관과 회동한 김 모 전 대령을 소환해 북파공작원 투입 경위와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 체포 계획 등이 실제 있었는지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윤 대통령이 계엄 전 국무회의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하달한 ‘지시 문건’도 확보했다. 최 부총리는 최근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이 문건을 제출했다고 한다.

A4용지 한 장짜리인 해당 문건에는 ‘국회 운영비를 끊어라’, ‘비상계엄 입법부 운영 예산을 짜라’는 취지의 지시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관련 문건을 제출 받은 것은 맞지만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최 부총리는 국회에 출석해 “국무회의 당시 접힌 쪽지를 실무자에게 받았다”며 “정확한 단어는 생각나지 않지만 ‘재정자금 확보’ 얘기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언뜻 봤더니 계엄을 전제로 한 조치사항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딱 보니까 비슷한 문건이길래 ‘이거 우리가 무시하자’ 해서 덮었다”고 했다.

문건 내용대로라면 계엄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예산을 통해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경고성’ 계엄이라는 윤 대통령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계엄의 의도가 국회 기능을 무력화하는 데 있었다는 증거로 활용될지 주목된다.

구본홍·장세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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