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북러조약은 정말 한국을 겨냥한 것인가

2024-07-16 13:00:01 게재

북한과 러시아는 자국이 침략을 받는 경우 상호 지원할 것이라는 등의 내용의 북러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과 관련해 한국과 중국이 불쾌한 심정인 듯 보였다. 일각에서는 이 조약을 한국을 겨냥한 것으로, 이 조약과 관련해 중국이 불쾌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공조가 강화될 가능성 때문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전신인 구소련이 북한을 대거 지원한 경우가 세번 있었다. 첫째는 소련 입장에서 북한지역이 아태지역을 겨냥한 세력팽창 교두보의 의미가 있던 2차세계대전 종전 직후부터 1950년대 중반까지의 기간이다. 김일성이 주체 노선을 표방한 1950년대 중반 이후에는 이 같은 의미가 대거 상실되었다.

두번째 경우는 베트남전쟁 지원 방식을 놓고 소련과 중국이 격돌한 1966년부터 1969년까지의 기간이다. 당시 소련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중국 주변국인 북한 베트남 인도와 관계 강화를 추구했다.

세번째 경우는 미국 레이건행정부가 지구상 도처에서의 압박을 통해 소련 붕괴를 추구한 1983년부터 1986년까지 기간이다.

러시아가 중국을 경계하는 이유

1950년대 중반부터 1965년까지의 기간에는 어려운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북한을 대거 지원해주었다. 이는 북한지역이 주한미군의 위협으로부터 중국을 지켜주는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들 기간을 제외하면 소련과 중국의 대북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냉전 종식 이후 국력이 대거 약화된 러시아는 오늘날 세력팽창을 추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중국의 패권 추구를 우려해야 하는 미국은 러시아 붕괴를 추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이는 러시아 입장에서 북러조약이 중국을 겨냥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최근 푸틴이 북한과 베트남을 방문했으며, 인도의 모디 총리가 러시아를 방문했다. 이들 일련의 움직임은 1960년대의 중소분쟁 당시를 연상케 한다. 중국이 북러조약 체결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국가란 외신보도는 이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러시아가 중국을 경계하는 주요 이유는 1858년의 아이훈조약과 1860년의 베이징조약을 통해 청나라로부터 빼앗은 우크라이나보다 넓은 영토를 포함한 시베리아 지역 때문이다. 오늘날 14억 인구의 중국이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물 석유 가스가 시베리아 지역에 상당히 많이 있는 반면 이곳에 러시아인이 얼마 되지 않는다. 오늘날 러시아는 중국이 이곳 지역을 점령할 가능성을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

오늘날 러시아는 중국의 세력증대를, 중국은 러시아의 세력증대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중국의 세력이 증대되는 경우 중국이 시베리아를 점령할 가능성이 커지는 반면 러시아의 세력이 증대되는 경우 그 가능성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중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를 적극 지원하지 않는 것도, 미중대결과 관련해 러시아가 중국을 적극 지원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동일한 이유 때문인 것이다.

러시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국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석유와 가스를 유럽 국가들에 수출할 수 없게 되자 상대적으로 헐값에, 국제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달러 또는 유로화가 아니고 위안화로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의 시베리아 개발 참여를 허용해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들은 중국의 시베리아 점령 가능성을 높여주는 의미가 있었다.

오늘날 러시아가 북러조약을 체결한 것은 이 같은 중국에 대항한 레버리지 확보 및 증대 필요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북러조약이 한반도에 주는 의미

항공기, 전차 및 함정과 같은 재래식전력 건설에는 엄청난 예산과 전문성이 요구된다. 현재 이들 전력 측면에서 북한군은 한국군과 비교해 상당히 열세하다. 이 같은 이유로 북한 입장에서 보면 러시아의 이들 전력 지원이 별로 의미가 없을 것이다. 부질없이 미국을 자극할 가능성으로 러시아가 핵무기와 미사일 관련 기술을 북한에 제공해줄 가능성도 크지 않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북러조약은 경제적인 의미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중국의 세력증대를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북러조약은 미중대결 당시 북한의 대남도발을 억제하는 의미도 없지 않을 것이다.

권영근

국방개혁연구소 소장 한국국방연구원 전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