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살롱
장애인의 성(性) 어떻게 대할 것인가
장애는 오래도록 어쩔 수 없는 정신적 신체적 결함으로 치부되면서 장애인들의 삶은 무시되어 왔다. 그러다가 그들의 끊임없는 요구와 투쟁으로 1981년 장애인복지법이 만들어져서 완전하지는 않지만 비장애인들과 동등하게 살 수 있는 사회적 근거가 마련됐다. 2015년에는 장애인건강권법(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복지 뿐 아니라 건강에 대해서도 보장받을 권리를 갖게 되었다. 비로소 장애인들은 삶의 영역에서 양 날개를 갖추게 된 셈이다.
하지만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형식은 만들어졌으나 무언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 바로 장애인의 성에 대한 부분이다. 영화에 반영된 사례들을 통해 이 사안에 접근해본다.
‘오아시스, 2002’에서 한 남자가 우연히 알게 된 뇌성마비 여성을 사랑하게 되었다. 여성의 뇌성마비 장애가 심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어렵고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하기도 힘들다. 놈팽이 수준인 남자는 순수하게 좋아했고 둘은 성적 교감을 나누게 되지만 여성의 가족들에게 걸려 치한으로 몰린다. 여성이 자기 표현을 못하고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우니까 그것을 이용해서 성폭행을 했다고 여겨서 경찰에 잡혀가게 만든다.
오아시스 그림이 그려진 걸개를 두고 둘의 만남이 환상처럼 이루어지는 장면도 인상적이지만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나온 배우 문소리의 연기가 빼어난 작품이었다.
장애인에 대한 무언가 불편한 시선들
독립영화 ‘아빠, 2007’은 장애인의 성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중증 뇌성마비를 가진 딸이 나이가 들었지만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해서 성적욕망을 가졌어도 해결할 방법이 없다. 딸은 성 욕망이 생길 때마다 자해를 하면서 해소해야만 한다. 보다 못한 아버지는 거리에 나가 돈을 주고라도 남자를 구하려고 하지만 미친놈 취급만 받을 뿐이다. 백방으로 노력해도 방법을 못 찾은 아버지는 결국 자기가 해결해 줘야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 영화는 감독이 장애인의 성을 방치하고 있는 사회의 잔인함을 고발하려고 했다. 장애인은 성 욕망을 못 느끼는 존재란 말인가? 똑같이 욕망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장애인의 성에 대해서 사회의 도덕적 잣대에 날카로운 칼을 들이대는 영화다.
장애인들의 성과 해결 방법에 대해서 충실히 조사한 보고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건강권법으로 어느 정도 삶의 문제가 안착이 되었다고 보더라도 그들의 노동권이나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공간은 아직 꿈도 꾸지 못할 지경이다. 더욱이 성에 대해서는 터부시하는 것이 사회통념이기 때문에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장애인들의 성에 대해서 실태조사조차 안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해결방법은 당연히 나올 수가 없다.
‘어둠에서 손을 뻗쳐, 2013’은 일본인 감독이 만든 독립영화로 여러 장애인들을 등장시키면서 일본만의 방식을 보여준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출장 성 도우미 일을 하는 사오리라는 여성이 등장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도우미를 태우고 다니면서 안내하는 지점장은 처음 일을 시작하는 사오리에게 자기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얘기하는 장면은 우리에게 신선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근위축증 장애인, 사지를 못 쓰는 중증 장애인, 사고로 하지마비가 된 장애인 등이 등장하는데 일부 배우는 실제 장애인들이다. 성적 서비스의 목록도 있고 그에 따라 금액도 달라진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장애인 복지 차원에서 ‘장애인 성 간호 도우미’ 제도가 있으며, 몇개의 회사가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만이나 유럽도 비슷한 성 도우미 단체나 회사들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조직은 물론 논의조차 어렵다.
장애인 성문제 실태조사 필요
오래 전 서울의 홍등가에서 장애인들이 성 매매를 하고 있다는 소식에 뜨겁게 갑론을박이 이루어졌던 일이 있었다. 찬성하는 측은 남자나 여자를 만날 기회도 없고 만난다 하더라도 신체결함으로 인해 해소할 방법이 없는 장애인들이라면 그조차도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단체나 지지자들은 성 매매 자체를 반대하기 때문에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며 성을 돈으로 사고파는 방법이 아닌 다른 길을 찾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다른 방법에 대해서는 더 논의되지는 않았다. 먹는 것, 입고 자는 것뿐만 아니라 성 문제가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권리라면 건강한 삶의 한 부분인 장애인들의 성 욕구 해결에 대해서도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장애인들이나 가족들의 성 문제 해결에 대한 실태조사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