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위협에 ‘미국 우회 무역로’ 활기

2025-02-04 13:00:22 게재

NYT “미국 동맹들도 적극 모색”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관세 위협에 점점 더 많은 나라들이 미국을 뺀 자체적인 경제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각) “미국과 매우 가까운 동맹국들까지도 대안적인 무역경로를 찾고 있다”며 “미국이 무역장벽을 높일수록, 다른 나라들은 장벽을 낮추고 있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지난 2달 동안 3건의 무역협정을 타결했다. 지난해 12월 중남미 4개국과 무역협정을 타결해 총규모 8억5000만명의 시장을 연결했다. EU는 2주 뒤 스위스와 무역협정을, 지난달엔 멕시코와 무역협정을 맺었다. 현재 말레이시아와도 FTA를 논의중이다.

캐나다 몬트리올항에 적재된 수출용 컨테이너 모습. 사진 AFP=연합뉴스

NYT는 “미국은 지구상 최대, 최강 경제국이다.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 당분간만이라도 미국을 우회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브릭스(BRICS)’에 가입한 10번째 국가가 됐다.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이 2009년 설립한 신흥경제국 협의체다. 브릭스는 현재 전세계 인구 절반, 경제총생산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볼리비아와 태국 카자흐스탄 우간다 등 또 다른 8개 국가들이 정회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는 5월 동남아 10개국 연합체인 아세안이 중동 6개국 모임인 걸프협력회의(GCC)와 정상회의를 연다. 주최국 말레이시아는 정상회의에 중국을 초대했다.

중국은 아세안과 기존 FTA를 격상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아세안과 전세계 최대 인구국가인 인도도 무역, 투자 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영국 역시 최근 새로운 무역관계를 구상중이다. 영국은 지난해 12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공식가입했다. 호주 브루나이 캐나다 칠레 일본 말레이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이 결성한 경제협력체다. 영국은 브렉시트(EU 탈퇴) 이후 소원해진 EU와도 경제·무역관계를 복원할 방침이다. 브라질과 멕시코는 FTA 확대를 논의중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야콥 키르케가르는 “글로벌 경제는 점차 미국을 제외한 무역관계를 심화시키는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흐름은 누가 좋아서 선택한 건 아니다. 미국이 개방된 경제질서를 거부하면서 차선책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EU-중남미 국가들처럼 무역블록이 확대되는 이유 중 하나는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고자 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여년 동안 글로벌 개방경제, 정부개입 최소화 등에 대한 반발이 커졌다. 경제선진국 공장들은 저렴한 노동력을 가진 신흥국들로 이동하고 각국 농부들은 극심한 글로벌 경쟁에 시달렸다.

2016년 영국은 브렉시트를 선택했다. 트럼프 1기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와 기후변화협력 등을 탈퇴했다. 동시에 전세계 경제파워가 변화했다. 중국이 경제강대국으로 부상했다. 전세계 제조업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패널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지역적 무역협정과 무역망도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공급망 취약성을 드러내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다.

가장 큰 변화는 아시아에서 볼 수 있다. HSBC글로벌리서치에 따르면 아시아 무역의 60% 정도는 아시아 내에서 이뤄진다. 그리고 전세계 가장 빨리 성장하는 무역로의 절반이 아시아에 있다. 2023년 중국의 아세안 수출은 대미 수출량을 넘어섰다.

인도가 경제강국으로 부상한 것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인도는 2022년 영국을 제치고 세계 5대 경제국이 됐다. 맥킨지글로벌인스티튜트는 “인도의 무역은 지정학적 스펙트럼을 가리지않고 성장하고 있다”고 펑가했다.

인도는 관세 영향을 받지 않는 디지털서비스 수출도 주도하고 있다. 유럽과 호주 일본의 다국적기업들은 인도에 글로벌역량센터(GCC)로 불리는 영업허브를 속속 개설하고 있다. 인도는 서구의 대러시아 제재를 거부하면서 경제적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와 중국은 저렴한 러시아산 석유의 최대 구매국들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걸프국가들 역시 인도와 중국으로 눈길을 돌렸다. 두 나라의 에너지 수요가 커지면서다. 아시아는 걸프만 석유와 가스 수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글로벌 무역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재편되고 있다. 피터슨연구소의 키르케가르는 “글로벌 무역시스템의 종말이 아니다. 다른 무역체제로 전환되는 중”이라고 짚었다. NYT는 “무역은 물과 같다. 바위를 타고 넘을 수 없다면 우회해서 흐른다”고 전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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