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무죄선고 난 후에야 긴장 풀어
1시간 선고 동안 시종 무표정 … 특별한 발언 없이 떠나
변호인 “정말 긴 시간 지났다 … 본연 업무 전념 희망”
“주문,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417호 대법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날 오후 2시부터 1시간 남짓 이어진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이유 설명과 함께 백강진 재판장의 1심에 이은 ‘전부 무죄’ 주문이 선고됐다.
방청석에서는 ‘와’하는 소리와 박수가 나왔고, 이 회장은 재판부가 법정을 떠나고 난 뒤에게 긴장이 풀린 듯 옅은 미소를 보였다.
이 회장은 이날 1시 40분쯤 서울법원종합청사에 도착했다. 짙은 회색 정장 위에 검은색 코트를 입은 이 회장은 다소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 질문에 입을 열지 않은 채 법정으로 향했다.
이 회장은 선고 공판이 열리는 서울고법 417호 대법정에 들어와서도 굳은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간혹 옆자리 피고인석에 앉은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과 손으로 입을 가리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오후 1시 57분쯤 재판부가 들어온 뒤 피고인 출석을 확인하자 이 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재판부 쪽으로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재판장인 백강진(사법연수원 23기) 부장판사는 판결문 낭독 전 “간략하게 쟁점 위주로 판결을 작성하려고 했지만 판결문이 800페이지가 넘는다”며 주요한 쟁점 위주로 판결 취지를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무표정하게 맞은편 허공을 바라보며 한 시간에 걸쳐 재판부의 판결 취지 설명을 들었다. 간혹 고개를 살짝 틀어 재판부가 정리한 주요 혐의 프레젠테이션(PPT) 화면을 바라보거나 자세를 고쳐 앉기도 했다.
오후 3시5분께 재판장이 “주문.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를 기각해 원심의 무죄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선고하자 방청석에서 조그만 박수 소리가 나왔다. 다만 이 회장은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 재판부가 법정을 나서고 난 뒤에야 이 회장은 긴장이 풀린 듯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
이후 이 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피고인석에 함께 앉아 있던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등과 악수를 나눴다. 짧은 미소를 짓기도 하고, “수고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 회장은 재판이 모두 끝난 뒤 ‘무죄 선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주주들에게 할 말이 있는지’ 등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법정을 빠져나갔다.
소감을 내놓지 않은 이 회장을 대신해 변호인단 중 한명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김유진(연수원 22기) 변호사는 취재진을 상대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정말 긴 시간이 지났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제는 피고인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