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훈 칼럼

지금이 양자컴퓨터에 투자할 때인가

2025-02-06 13:00:03 게재

양자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연구실을 벗어나 산업과 투자 전문가들에게 관심 대상이 되더니 일반투자자들에게도 양자컴퓨터 회사는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초전도체를 기반으로 한 양자컴퓨터 회사 리게티 주가는 최근 석달 사이 10배 가량 올랐다. 디웨이브퀀텀이나 아이온큐 주가 역시 비슷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초거대 기업 구글 주가도 자체 제작한 양자컴퓨터 윌로우를 공개한 지난해 12월 9일 하루 만에 무려 5%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쓸모 있는 양자컴퓨터는 아마 20년 뒤에나 나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자 양자컴퓨터 회사 주가는 반토막이 되었다. 과연 양자컴퓨터에 투자할 때는 언제일까?

구글의 윌로우 양자컴퓨터가 이룬 성과는 작년 말 네이처에 게재됐다. 상용화가 가능한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기술인 양자 오류 보정에 성공했다는 내용이었다. 현존하는 최고의 슈퍼 컴퓨터가 10⁲⁵년에 걸쳐 해야 할 계산을 윌로우가 단 5분 만에 했다는 쾌거도 동시에 보도되었다. 슈퍼컴퓨터보다 양자 컴퓨터가 계산을 훨씬 빨리 할 수 있는 것을 ‘양자 우월성’ 혹은 ‘양자 이득’이 있다고 표현한다. 구글의 발표로 윌로우가 양자 오류 보정과 양자 우월성 양면에서 모두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는 건 분명해졌다.

컴퓨터는 비트라고 부르는 소자가 모여 작동한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적 중첩이 가능한 큐빗이란 소자가 모여 작동한다. 비트의 상태는 0 또는 1만 가능하다. 전기 스위치가 켜져 있거나 꺼져 있는 상태를 생각하면 된다. 반면 큐빗은 1/2의 확률로 스위치가 켜져 있으면서 동시에 1/2의 확률로 꺼져 있는 애매한 중첩상태를 구현할 수 있다. 이도저도 아닌 애매함이 오히려 큐빗을 강력한 계산의 도구로 만들 수 있다는 깨달음이 오늘날 양자컴퓨터를 있게 했다.

가령 양자스위치가 두개 모이면 둘 다 0인 상태, 둘 다 1인 상태, 하나만 0이고 다른 하나는 1인 상태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따져보면 양자스위치 열개가 모였을 때는 210개, 즉 1000개쯤의 상태를 동시에 양자회로에 구현할 수 있다. 큐빗이 스무개 모이면 대략 100만 가지 상태를 동시에, 100개가 모이면 1경 곱하기 1경개쯤 되는 상태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 수십억개의 비트가 모여 있는 엔비디아의 최신 연산칩보다 큐빗 겨우 100개가 모인 양자칩 하나가 훨씬 강력한 연산을 한다. 큐빗 하나를 더할 때마다 연산 능력이 두 배 씩 증가하는 지수의 마법이 작동하는 것이다.

양자연산 수행하는 데 꼭 필요한 얽힘

비트든 큐빗이든 계산을 하려면 그 대상에 끊임없이 조작을 해주어야 한다. 조작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계산 결과에도 오류가 생긴다. 비트는 대략 100만개의 실리콘 원자가 뭉쳐 만들어진 소자이지만 큐빗은 겨우 원자 하나로 만들어진다. 바람에 날리는 티끌처럼 연약한 큐빗은 비트에 비해 매우 섬세하고 오류도 잦다. 비트는 전류를 흘리거나 끊어주는 단순한 방식으로 그 상태를 조절할 수 있지만 큐빗은 레이저나 전자기파를 이용해서 섬세하게 조작해야만 한다.

일반 컴퓨터의 연산에는 없지만 양자연산에는 독특하게 존재하는 기능이 양자얽힘이다. 두개의 큐빗이 각자의 중첩상태에 있는 게 아니라 서로 호응해 중첩상태를 이룬다. 예를 들면 두개의 큐빗이 동시에 0이면서 동시에 1인 상태를 얽힌 상태라고 부른다.

아인슈타인은 이런 얽힘 상태가 정말 존재할까에 대한 의문을 담아 1935년 ‘EPR 역설’로 알려진 논문을 발표했다. 1974년부터 클라우저, 아스페, 차일링거 등이 실험을 통해 얽힘 상태의 존재를 증명했고, 1980년대 들어와서는 일반 컴퓨터에 비해 훨씬 강력한 양자연산을 수행하기 위해 꼭 필요한 특성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양자회로에서 얽힌 상태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일단 얽힌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 외부의 잡음, 큐빗을 구성하는 원자의 진동, 외부 전자기파의 방해, 이 모든 것들이 얽힘을 파괴하는 잠재적 요인이다. 일반 컴퓨터의 비트 상태는 여간해서 깨지지 않지만 양자컴퓨터는 사소한 방해에도 순식간에 얽힌 상태가 깨져버리는 기구한 운명을 타고 났다. 미인박명! 이 운명을 거스르는 것에 양자컴퓨터의 승패가 좌우된다. 양자 컴퓨터로 계산을 하고 싶다면 컴퓨터에 저장된 양자 정보가 붕괴되기 전에 서둘러 마무리해야 한다.

구글의 윌로우는 양자컴퓨터의 실용화에 중대한 걸림돌이었던 양자 오류 보정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진전을 보였다. 양자연산을 담당하는 논리 큐빗이란 것 하나를 두고 100개 정도의 도우미 큐빗이 둘러싼 구조 속에서 연산할 때 발생하는 오류가 충분히 작아지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제 수십, 수백개의 윌로우를 한 데 묶어 작동시키기만 하면 꿈의 양자컴퓨터가 현실이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가 얼마나 될지, 해결하는 데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예측하기는 힘들다.

인공지능 강자가 양자지능 맹주될 것

쓸모 있는 계산을 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가 10년 또는 20년 뒤에 만들어지더라도 그때 쯤이면 훨씬 더 발전했을 인공지능 기술과 경쟁해서 양자컴퓨터에 어떤 우위가 있을지 가늠해보아야 한다. 인공지능컴퓨터와 양자컴퓨터의 세기적 대결은 아예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대신 협력이 최선의 길이라고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구글은 윌로우를 개발하고 제어하는 과정에서 정교한 인공지능 기법을 동원해야 했다.

미래 어느 시점에 현실화될 양자컴퓨터의 두뇌 속에는 양자연산을 처리하는 양자 처리장치(quantum processing unit, QPU)와 함께 일반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GPU CPU가 함께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현재의 인공지능강자가 미래에는 양자지능의 맹주로 자리매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정훈 성균관대학교 교수 물리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