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게 중국은 여전히 최상위 교역국”
정부 · 기업들 딥시크 제한 등 폐쇄적 대응
21년간 교역규모 1위, 포기해선 안되는 시장
2030 젊은 세대에서 발화된 반중국 정서가 정부와 기업들 사이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국방부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외부 접속이 가능한 컴퓨터에서 딥시크 접속을 제한했다.

딥시크는 중국 생성형 인공지능(AI)이다. 행정안전부도 중앙부처와 17개 시·도에 ‘AI 관련 보안 가이드라인’을 발송했다. 카카오와 LG유플러스, 한국수력원자력 등은 딥시크 이용 금지령을 내렸다.
6일 경제부처 한 고위공무원은 “우리의 개인정보가 쳇GPT를 사용하다 미국기업으로 유출되는 것은 괜찮고, 딥시크를 통해 중국기업으로 넘어가면 안된다는 정서가 반영된 조치”라고 씁쓸해했다. 이어 “환경이 변화됐으면 그 환경을 활용하는 게 더 중요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으로 여전히 중요한 국가”라며 “중국은 매년 베트남 경제규모의 2배인 약 9000억달러 수준의 규모가 추가되는 거대한 시장으로 결코 포기해선 안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2003년 미국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우회 수출 포함)으로 올라선 이후 지난해까지 22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4년 이후 최대 교역국이기도 하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중국 교역(수출·입) 규모는 2729억달러로, 2위 대미국 1999억달러보다 730억달러 많다.
무역협회는 2000년 이후 2024년까지 우리나라가 중국에서 올린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6623억9970만달러(약 957조83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은 미국(6886억달러)에 이어 두번째(3285억달러) 교역국이다. 일본(3080억달러) 대만(2932억달러)보다 205억~353억달러 많다.
또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수십년간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다 최근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중국 통계 기준으로는 여전히 흑자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한중 교역에서 한국이 2023년과 2024년에도 각각 108억달러, 347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산업부는 “양국간 이러한 무역통계 불일치는 제3국 경유 포함 여부, 국가별 원산지 결정기준 차이 등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중국을 새롭게 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무역협회가 지난해말 법무법인 텐톤스리에 의뢰해 중국에 진출한 기업을 심층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은 코로나 4년과 미중 패권갈등 시기를 겪으면서 놀라울 만큼 산업경쟁력을 확보했다.
주중한국상회 관계자는 “중국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한국을 거의 따라잡았고, 이차전지 석유화학 철강 등 대부분 분야에서 우리를 추월했다”며 “중국 현지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고국에서 느끼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국의 부상에 따른 위기의식이 현지에선 60~70% 인식하는 반면 한국내에서는 30~40%에 불과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자동차부품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기술이 어느정도 개발되면 시장에 바로 투입해 시장반응을 점검하고 개발에 나선다”며 “한국은 규제가 많고, 보고체계가 복잡해 개발이 더디다”고 토로했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중국은 우리나라와 가장 거리가 가까운 국내총생산(GDP) 18조달러 규모의 세계 2위의 시장”이라며 “하지만 중국 토종기업들의 경쟁력 향상과 불투명한 규제로 시장 접근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논의의 중점은 시장을 포기하냐 아니냐가 아니라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어떻게 보완하고, 어떻게 중국시장에 접근해 갈 것인지에 모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