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2심 무죄 결정적 역할 ‘위법증거’
법원, ’광범위한 재량‘ 불허… 엄격한 판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권 승계 관련 혐의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은 데는 ‘위법수집증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백강진 부장판사)가 지난 3일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할 때 검찰이 제출한 방대한 양의 전자정보에 대해 영장 범위에 포함된 정보인지, 피압수자의 참여권이 보장됐는지 꼼꼼히 따졌다.
2심은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18테라바이트(TB) 용량에 달하는 서버와 삼성바이오에피스(삼바에피스) 서버,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의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입수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성이 있다고 봐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1심도 이들 서버와 휴대전화 등을 위법수집증거로 보고 당시 검찰이 제출한 1만9000개의 증거 중 3700여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2심 역시 이들 서버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음은 물론 1심에서 내지 않았던 2000여건의 추가 증거도 상당 부분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심 재판부는 삼성바이오 서버에 대해 “검찰의 압수수색이 영장 범위를 넘어 저장 정보 일체에 대해 압수된 것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며 “변호인의 명시적 이의제기가 없었다고 해서 절차가 적법한 건 아니고, 피고인이 적극적 동의에 이른다는 건 검찰이 입증해야 하나 증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증거물 압수 과정에서 피압수자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매체를 탐색하고 선별하는 과정에서 피압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고, 사건과 무관한 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려는 노력은 엄격한 기준이 돼 있고, 적법성과 절차적 정당성 확보 과정이 당연히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자정보의 중요성, 정보 주체의 피해 정도와 오·남용 위험에 비춰 선별 절차를 수사기관의 광범위한 재량 아래 둘 수 없다”며 압수수색이 엄격한 통제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법원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검찰의 압수수색 관행을 지적하는 동시에 수사 과정에서 적법절차 준수라는 기본적 요건을 지킬 것을 강조한다는 의미가 있다. 증거능력은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법률상 자격이다. 증거능력이 인정돼야 법원이 유무죄 판단의 근거로 쓰는 증명력을 따질 수 있으나 전 단계인 증거능력 자체가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이 된 셈이다.
서원호 기자·연합뉴스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