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부터 70대까지 책 읽고 토론·소통 나눈다
한책추진단·동아리 주민들이 견인 주도
4개 대학도 ‘인문지식 확장’ 동참하기로

서울 성북구 삼선동 주민 배금자(70)씨는 책과 독서모임 예찬론자다. 그는 “타인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을 일상생활과도 연결시키게 된다”며 “다양한 책을 통해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세상을 헤쳐나갈 힘을 얻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 가까운 곳에 산책삼아 들를 수 있는 보문숲길도서관이 생겨 너무 좋다”며 “손꼽아 기다리던 주민들이 많았던 만큼 어떤 이웃과 무슨 활동을 하게 될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7일 성북구에 따르면 구는 올해 ‘독서문화 확산’을 역점사업으로 정하고 연초부터 주민들과 함께 힘을 모으고 있다. 2010년대부터 주민 누구나 집 가까운 곳에서 책과 독서를 통한 휴식과 재충전이 가능하도록 일찌감치 움직인 덕분에 기반시설은 어느 정도 확보됐다. 올해는 그간 확인해 왔던 ‘책 읽는 주민들의 힘’을 십분 활용해 서로 소통하는 공동체를 목표로 한다.

◆탄탄한 주민참여에 기반 = 성북구의 경우 독서문화 기반은 다른 지자체보다 탄탄하다. 문화체육관광부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기준 연간 종합독서율은 43.0%에 불과하다. 성인 절반 이상이 1년에 책 한권을 읽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1994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저다. 반면 성북구는 주민 다섯명 중 한명 이상(22%)이 1년에 한번 이상 도서관을 방문해 책을 빌린다. 일반 열람실 이용자와 프로그램 참여자 등을 합친 이용자 수는 연인원 137만명이 넘는다.
독서문화 확산 중심에는 주민이 있다. 2012년 35개로 출발한 독서동아리는 지난해 214개로 늘었다. 회원은 같은 기간 358명에서 1897명으로 확대됐다. 이웃과 나눌 책을 정해 읽고 토론하는 ‘한책추진단’은 300여명으로 시작했는데 10배 이상인 4300여명이 됐다. 코로나19로 각종 모임이 제한됐던 시기에도 성북구 주민들은 방역기준을 지키며 만남을 활성화 했다. 구 관계자는 “추진단은 한책 선정 투표에 참여할 뿐 아니라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며 다른 주민들에게 홍보도 하는데 그 중 60명은 독서문화 활성화 사업 기획과 실행에도 참여한다”며 “올해는 5000명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숨은 작가를 발굴하는 성과도 쏠쏠하다. 이른바 ‘대세’가 되기 전부터 성북 주민들이 주목한 작가들이다. 2011년과 2014년 성북구 한책으로 선정한 ‘마당을 나온 암탉(황선미)’ ‘두근두근 내인생(김애란)’은 영화로 만들어졌다. 2017년과 2020년 최종후보까지 올랐던 ‘82년생 김지영(조남주)’과 ‘벌새(김보라)’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공공도서관을 더 확충하는 한편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추진해 젊은이들을 끌어모았던 야외도서관을 확대한다. 1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찰에서 20년 무상임대로 내준 부지를 활용한 보문숲길도서관이 다음달 개관하고 5월에는 삼선동에 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 문을 연다. 돈암동 안암동 종암동으로 둘러싸인 개운산에는 숲속도서관을 선보인다. 독서동아리와 한책추진단 확대, 구립도서관부터 주민 단체 학교 등이 함께하는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독서문화축제도 계획 중이다.
◆대학 자원 융합해 상생 꾀해 = 특히 성북구의 가장 큰 자산 중 하나인 대학과도 손을 잡는다. 고려대 동덕여대 성신여대 한성대 4곳은 지난해 협약을 맺고 독서문화 확산과 지역사회 기반 인문지식 확장에 동참하기로 했다. 대학이 보유한 우수 강사진 활용, 학생과 주민이 함께하는 인문학 강좌 등 성과를 더 많은 학교와 동네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공동기획단부터 아동청소년을 위한 캠프, 청소년 일체험 등도 기다리고 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도서관을 단순히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니라 사색과 치유, 이웃과의 나눔과 소통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생각의 다름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소통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 된다”며 “나를 넘어 우리, 마을과 지역으로 생각과 이해의 폭을 넓히고 주민 스스로 지역문제를 풀어가는 계기를 마련하곘다”고 덧붙였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