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로 환율 요동…환거래 활기

2025-02-11 13:00:26 게재

변동성 확대로 수익 ↑

월가 외환데스크 강화

환율의 급격한 변동은 외환거래 수익을 늘린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동시에 금리를 인하했다가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환율의 극적인 변동성은 대부분 사라졌다.

지난해 기습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일본 엔화 급등과 같이 가끔 변동성이 커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외환거래는 주식·채권거래에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하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폭탄으로 글로벌 무역을 뒤흔들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 “ 캐나다달러와 유로화는 관세위협이 있을 때마다 요동치고 있다. 관세부과가 임박한 상황에서 가치가 하락했다가 유예가 발표되면 다시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통화정책 탈동조화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계속 인하하더라도 안정적으로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계 금융기업 ‘옵티버홀딩’의 1일 평균 외환거래량은 지난해 대비 2배 증가했다. 최근 거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24시간 운영체제로 전환했다. 옵티버홀딩뿐 아니다. 웰스파고는 지난달 도이치방크의 외환 베테랑 엔리케 파얀을 영입해 통화옵션팀을 확대했다. 씨티그룹은 런던·싱가포르의 통화파생상품데스크를 강화하기 위해 바클레이즈에서 2명의 트레이더를 영입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올해 1월은 2020년 2월 이후 통화옵션거래가 가장 많은 달이었다. 1일 거래량은 지난해 초 대비 75% 증가했다.

금융정보분석 제공업체 ‘코얼리션 그리니치’는 월가의 국채·원자재 거래 수익은 감소할 것으로, 선진국 외환거래 이익은 2년 연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자산운용사 ‘뉴버거 버먼’은 “외환거래시장은 잠자고 있던 거인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익이 많이 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하루 7조5000억달러 규모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회복되면서 헤지펀드들이 다시 관심을 쏟고 있다. 일부 아시아국가 통화 거래량은 미국 대선 이후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헤지펀드 데이터 추적업체 ‘바클레이헤지’는 “초저금리 시대에 외환거래에만 집중하는 투자펀드 수는 급감했다. 하지만 현재 운용되고 있는 펀드에 투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정부의 변덕스런 정책을 고려할 때 외환거래 증가가 관련 시장의 장기적인 부흥을 의미한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영국 금융인재채용 회사인 ‘아다미스 프린시플’ 공동설립자 애덤 가졸리는 “환율 변동성이 급등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외환트레이딩 부서에 근무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은행과 헤지펀드의 채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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