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야 대학병원이야…틈새서비스 발굴 선도

2025-02-11 13:00:32 게재

1대 1 맞춤 건강관리로 일상 챙기고

경증응급환자 진료에 중독 전문치료

“간염 예방주사 접종사업에 대해 알아보다가 발견했어요. 두달치가 꽉 차 있어서 고민하다가 그냥 비어있는 시간대에 예약을 했죠. 너무 신기하고 좋아서 가족들한테도 막 권했어요. 하반기에는 할 수 있으니까 얼른 예약하라고.”

서울 강남구 삼성동 강남구보건소 건강증진지원실. 개포동 주민 유소정(33)씨가 일종의 건강검진인 ‘헬스체크업(Health Check-up)’을 위해 2회차 방문한 참이다. 뇌파·맥파로 스트레스 측정을 한 뒤 혈압·체성분 검사에 이어 몸의 균형을 알아보는 체형 분석까지 진행한다. 지난번 방문때와 비교해 차이가 있는지 설명을 들은 뒤에는 전문가와 함께 근력운동을 한다.

조성명 구청장이 헬스체크업 마무리 단계인 신체균형 측정을 하고 있다. 이후 검진결과를 토대로 한 상담과 운동처방이 이어진다. 사진 강남구 제공

운동법을 배우고 세세한 자세교정까지 받다보니 얼추 50분이 훌쩍 지난다. 유씨는 “필라테스나 허리건강 프로그램 등 보건소를 통해 계속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며 “신뢰도 높은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 거니 정말 건강상 필요한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11일 강남구에 따르면 구는 올해 공공의료에 있어 새로운 모범사례 발굴에 주력한다. 주민들에게 반드시 필요하지만 민간에서는 여러 여건상 힘든 틈새 서비스를 찾아낸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가 잦아들 즈음부터 고민해온 헬스체크업을 보다 활성화시키는 동시에 경증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긴급치료센터’와 마약과 약물 등 중독문제를 치료하는 통합지원센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헬스체크업은 코로나19 기간 방역 최전선에 섰던 보건소가 주민들 일상을 돌보는 새로운 역할을 자처해 시도한 서비스다. 주민들이 선호하는 대학병원 서비스를 벤치마킹해 혈압 체성분 등 기본 건강검진을 넘어 스트레스 자세 근육기능 등 각종 검사를 아우르는 종합돌봄을 구상했다.

구 관계자는 “현대인 일상에 깊이 뿌리내린 잘못된 자세와 습관에 주목했다”며 “장시간 의자에 앉아서 생활하고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거북목 척추측만 등 근골격계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첨단 장비를 활용해 신체 불균형 정도를 확인하고 약해진 근육 부위를 분석해 전문 운동관리사와 함께 맞춤 운동을 배운다. 현재까지 2679명이 등록했고 7442명이 상담을 받고 있다. 두세달 가량 대기는 기본일 정도로 인기다. 상담 후에는 건강상태가 개선되는지 지속적으로 살피는 동시에 요가 명상 달리기 등 사후관리를 통해 효과를 극대화한다.

보건소라는 제한된 공간을 넘어 더 많은 주민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학교로 찾아가는 검진버스를 가동했고 경로당에서도 근감소증 예방을 위한 운동을 진행했다. 청장년층은 중간단계 이상 운동참여를 높이는 ‘건강 뜀’에 참여해 양재천 일대를 5㎞씩 달렸다.

지난해 ‘대한민국 지방의회·지방행정 박람회’에서 기초지자체 부문 대상을 받았지만 이종철 보건소장은 “어디나 다 하는 사업”이라고 웃는다. 올해 도전할 과제야말로 ‘공공의료’가 나아갈 방향이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위험부담이 크고 돈이 안되는 부문에 공공이 개입해야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 중 첫째가 긴급진료클리닉이다. 종합병원 응급실에 경증환자가 몰리면서 정작 응급환자가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을 반영해 구상했다. 구에서 공간과 시설을 준비하고 종합병원에서 내·외과 전문의 인력을 파견하는 형태로 협업한다. 병원이 쉬는 평일 야간과 주말에 경증환자를 위한 긴급진료를 맡아 응급실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이 소장은 “종합병원이 협업하기 때문에 중증환자 이송도 쉬워진다”며 “강남에서 시작만 하면 종합병원이 있는 다른 자치구까지 금세 확대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근 학원가에서까지 문제로 대두된 마약 등 중독문제에도 강남구가 나선다. 서울시민 중독 경험률이 2021년 6.5%에서 2023년 26.5%로 급증해 시급한 상황이다. 알코올 중심 중독관리에서 벗어나 마약 도박 디지털미디어까지 4대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국비 지원을 따놓은 상태라 당장 역학조사를 통한 현황파악부터 진행한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팬데믹 이후 주민 건강을 지키는 보건소 역할을 한층 강화해 일상 건강 관리부터 응급의료 대응까지 폭넓은 공공의료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며 “지역사회 의료공백을 해소하고 누구나 필요할 때 신속하고 적절한 보건·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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