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단체장들의 곁눈질 유감

2025-02-12 13:00:08 게재

“고마 해라, 마이 뭇다 아이가.” 2000년대 초반,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영화 속 대사다. 요즘 이 대사를 단체장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주민들 선택을 받은 지 2년 7개월여 지났고 아직 임기가 1년 5개월 남아 있는데 가장 우선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머릿속의 지우개’가 작동한 듯 보여서다.

대통령 탄핵으로 헌법재판소에 전 국민은 물론 세계인들 눈길이 쏠리고 있다. 탄핵 인용 여부에 대한 관심과 함께 조기 대선 시기와 후보를 둘러싼 논란도 뜨겁다. 그만큼 차기 주자로 언급되는 단체장들 행보가 숨가쁘다. 공식적으로 출마선언을 했건 내심 출마를 준비하고 있건 ‘입’이 가장 바쁜 모양새다. 연일 주민들 생활과는 무관한 상대편 주자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주민 입장에서는 불편하기 그지없다. 그렇지 않아도 난데없는 계엄령에 항공기 참사가 이어지면서 ‘가슴이 먹먹하다’는 호소를 여러차례 들었다. 이후 한남동 대치상황에 이어 법원 침입 사태, 제2, 제3의 ‘날리면’ 답변까지 가슴을 쥐어뜯게 만드는 상황이 끝도 없다. 나라가 쪼개진 모양새에 평소보다 빨라진 심박수를 걱정하는 국민들이 많다. ‘지금이야말로 마음치료가 필요하다’ 국민들 마음부터 보듬어달라’는 요구도 잇따른다.

먹먹함을 넘어 고통스러움까지 호소하는 국민들 마음을 보듬고 날로 첨예해지는 지역사회 내 갈등을 완화시켜야 할 책무는 누구에게 있을까. 국민들 안위를 먼저 챙겨야 하는 건 누구일까. 주민들 입장에서는 먼 여의도 정치권이 아니라 가까이 있는 단체장이 그 역할을 해주길 바랄 것이다. 헌데 이는 아랑곳없이 본인 앞길 챙기기에만 급급하다. 갈등을 수습하려는 시도는커녕 도리어 불을 지르는 역할을 한다. 사이다 없이 고구마만 계속 욱여넣으니 주민들은 갑갑할 밖에.

이른바 차기 주자로 꼽히는 단체장들에만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다른 지역 주민들 입장에서는 ‘듣도 보도 못했던’ 단체장들도 너도나도 대선에 도전한다고 들썩거린다. 그 사이에 국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민생과 골목경제는 뒷전으로 밀린다. 기초단체장들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선 도전은 아니지만 벌써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에만 온 관심이 쏠려 있다. 주민들 삶을 챙기고 아픔을 나누는 게 아니라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어 유권자들 눈도장 찍기에만 여념이 없어 보인다.

물론 그렇지 않은 단체장도 있다. 한 3선 단체장이 떠오른다. 연임 제한에 걸려 다음번에 출마할 수 없으니 그야말로 ‘지도력 공백(레임덕)’ 상황일 텐데 내년 지방선거 즈음에 할 일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법이 정한 그대로 내년 6월까지 임기를 꽉 채워 일하는 셈이다. 부득불 주어진 임기를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역시 단체장을 믿고 선택한 주민들 뜻을 따라야 하는 것 아닐까.

김진명 자치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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