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보다 중학 실력 다지기가 성패 좌우
예비 고1, 3월 학력평가로 객관적 실력 점검…기본기 판단·수능형 시험 적응 기회
예비 고1은 고교 진학을 앞두고 막바지 학습에 한창일 시기다. 어려워지고, 양도 늘어나는 고교 공부에 대한 경고가 많다보니, 대부분 고교 과정 선행학습에 초점을 둔다. 이를 두고 경고의 목소리가 높다. 정작 중요한 기본기 다지기를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객관적 실력을 점검하고, 필요한 예습을 하고 싶다면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하는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를 눈여겨보면 좋다. 중학교 전 과정이 시험 범위로 수능형 문항을 처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통합형·융합형 문항이 늘어날 예정이어서 기초 개념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 역시 학평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필요성을 높인다. 기출문제 분석과 성적표 활용 방법 등 예비 고1이 학평을 효과적으로 준비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알아보았다.

“선행학습에 매달리기보다 중학교 과정의 기본기를 다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학력평가는 그 기본기를 점검하는 좋은 기회입니다.” 예비 고1의 첫 전국단위 시험인 3월 학력평가는 실력 진단의 지표로 평가받는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객관적 위치를 확인하고 향후 학습 방향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평가다.
◆ 국어, 까다로운 독서 영역 ‘독해력’이 관건 = 국어 영역은 독서와 문학 영역이 각각 15문항씩 출제된다. 독서 영역에서는 인문 사회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문이 출제되어 통합적 독해력이 요구된다. 윤영주 경기 동남고 교사는 “정확한 독해력이 부족하면 비교적 쉬운 문제도 틀리기 쉽다”며 “통계적 유의성과 같은 생소한 개념이 등장하면 지문 이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학평 독서 영역에서는 나이테를 활용한 나무의 생장 원리와 목제 유물의 제작 연도 추정 방법을 다룬 지문이 출제됐다. 해당 지문에서 파생된 42번 문항은 1위, 40번 문항은 3위의 오답률을 기록했다. 특히 42번 문항의 경우 새로운 상황에 개념을 적용하는 문제였는데 지문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해 많은 학생이 어려움을 겪었다.
문학 영역에서는 현대시와 고전시가가 함께 출제되는 등 다양한 장르가 등장한다. 박상훈 서울 중산고 교사는 “작품의 내용을 ‘보기’에 근거해 파악하는 문제가 많이 출제된다”며 “서술자의 특징, 사건 전개 방식 등 자주 등장하는 개념을 정리해 두면 좋다”고 조언했다. 국어 영역에서는 시간 관리도 중요한 요소다. 긴 지문을 읽고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윤 교사는 “평소 독서 습관을 기르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이 도움 된다”며 “EBS 교재의 지문을 꼼꼼히 읽고 분석하는 연습도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수학, 고난도 ‘30번’ 문항 선행 VS 복습 가늠 = 수학은 전체 30문항 중 전반부 15문항은 비교적 평이한 수준으로 출제된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난도가 높아져 변별력이 생긴다. 남치열 경기 저현고 교사는 “70점대면 3등급 수준으로, 2·3점 문항을 다 맞히고 쉬운 4점 문항도 어느 정도 맞혔다는 의미”라며 “이는 중학 과정을 충실히 공부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학평에서는 이차함수 그래프, 도형의 닮음비, 삼각비 등에서 높은 오답률이 나왔다. 특히 이러한 개념들이 복합적으로 적용되는 문항에서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김동우 수학 강사는 “좌표평면에서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선행학습보다는 기본 개념의 완벽한 이해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수학 학습에서는 다양한 풀이 방법을 고민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남 교사는 “같은 문제라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접근해 보면 개념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며 “특히 고난도 문항은 하나의 개념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개념 간 연결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영어, 절대평가에 방심 금물 = 영어는 중학교에서 A등급을 받던 학생도 고교 진학 후 1등급을 받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45문항 중 4문항 이상 틀리면 2등급으로 떨어지는데 실제로 90% 이상의 학생이 2등급 이하를 받는다. 한상준 강남인강 강사는 “영어는 고1 3월 학평 등급을 수능까지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며 “절대평가라 방심하기 쉽지만 수시 최저기준 충족의 핵심 과목”이라고 설명했다.
영어 영역에서는 어휘력이 특히 중요하다. 지난해 학평에서는 ‘fixed category’, ‘appreciation’, ‘loyalty’, ‘protest’ 등 다의어 관련 문항의 오답률이 높았다. 홍용범 북일고 교사는 “수능 영어는 지문 독해력도 중요하지만 문맥에 맞는 어휘 선택이 당락을 가르는 경우가 많다”며 “평소 다의어 학습과 어휘 확장에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듣기 평가도 중요한 요소다. 전체 45문항 중 17문항이 듣기 평가이며 70분의 시험 시간 중 20분이 배정된다. 한 강사는 “듣기는 실수하면 만회가 어려우므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EBS 교재의 듣기 지문을 반복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도움 된다”고 말했다.
◆탐구 영역, 통합적 사고력이 관건 = 탐구 영역은 2028학년도 수능부터 큰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 고2~3학년 과정의 선택과목이 아닌 ‘통합사회’ ‘통합과학’이 출제 범위가 되며 문항 배점도 1.5점 2점 2.5점으로 세분된다. 교육부가 공개한 예시문항을 보면 영역 간 통합형 문항이 고난도 기출로 출제될 전망이다. 진수환 강릉명륜고 교사는 “융합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항이 늘어날 것”이라며 “평소 교과 간 연계성을 이해하고 통합적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회탐구의 경우 경제 정치 법 등 다양한 영역의 개념이 하나의 문항에서 융합되어 출제될 수 있어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다.
◆성적표 점수 확인 아닌 분석 필요 = 전문가들은 오는 3월 학평을 치른 후 성적표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장한다. 성적표에는 문항별 난도(A~E)와 정답률 등 상세 정보가 담겨있어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박 교사는 “A~E까지 고르게 틀렸다면 기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고 A·B등급은 맞히고 C~E를 틀렸다면 고난도 문제 학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보충학습이 필요한 문항’도 중요한 지표다. 이는 자신의 실력에 비해 쉬운 문제를 틀렸다는 의미로, 해당 영역의 기초가 부실하다는 신호다. 윤 교사는 “이러한 문항들을 중심으로 EBS 해설 강의 등을 활용해 체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년치 기출문제 분석도 효과적인 학습 방법이다. 장지환 배재고 교사는 “매년 시험 범위와 유형이 비슷해 기출문제만 잘 풀어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며 “특히 오답 분석을 통해 자신의 취약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래 대비와 꾸준한 실천이 중요 = 교육부의 2028 수능 개편 방안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특히 탐구 영역의 통합형 문항 출제, 배점 체계의 변화 등 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허철 진학사 수석연구원은 “각 영역의 특성과 자신의 강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는 학습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무작정 공부 시간을 늘리는 것보다 효율적인 학습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계획 수립과 꾸준한 실천을 강조한다. 장 모 교사는 “학습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결론적으로 예비 고1 학생들은 당장의 선행학습보다는 중학교 과정의 기본기를 탄탄히 다지는 데 집중해야 한다. 아울러 학평을 통해 자신의 현재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취약점을 보완하는 한편 미래의 변화에도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수시와 정시를 아우르는 수능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체계적인 준비와 꾸준한 실천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김기수 기자·이도연 내일교육 리포터 kskim@naeil.com 사진 이미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