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 ‘카페폭포’ 31개국 관광객 찾았다
일자리 창출하고 수익금으로 이웃아이 장학금
기부 동참하는 동네 ‘착한 업소’와 협업도
“처음에는 있는 줄도 몰랐죠. 안산 홍제천 체육관… 주변에 운동할 곳이 많은데 자연스럽게 쉬어가는 곳이 됐어요. 차를 안 마셔도 주변 가게에서 사와도 눈치가 안보이니 주민들이 더 편하게 이용하죠.”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주민 사현숙(62)씨는 “무엇보다 ‘아줌마’들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어디냐”며 “장점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동네마다 외국인 관광객을 늘린다고 하는데 굳이 홍보 안해도 알아서 찾아오고 수익금은 전부 아이들 장학금으로 준다”며 “주변 상권과도 상생하려고 노력하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고객으로 찾았다가 2년째 그의 일자리가 된 홍제동 ‘카페폭포’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다.

13일 서대문구에 따르면 안산자락에서 흘러내리는 홍제폭포 건너편에 자리잡은 찻집 카페폭포가 문자 그대로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동네 주민들은 물론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입소문이 나 문을 연 직후 공간을 확장하고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추가하는 등 대응도 발 빠르다.
카페폭포는 서울 전역에 있는 하천에 쉼과 문화가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수변감성도시’ 1호 사업이다. 당초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내부순환도로 밑 낙후된 공간에 불과했다. 각종 자재를 보관하던 창고 겸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었고 폭포도 홍제천과 가까운 산책로에서나 즐길 정도였다.
2023년 4월 정식으로 영업을 시작했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대박’이 났다. 우연찮게 발걸음을 했던 외국인들이 누리소통망에 동영상을 공유하면서 누적 조회가 3000만회를 넘어섰고 1년 반만에 140만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이성헌 구청장은 “가까운 아시아권은 물론 중동 유럽 미주 등 30개가 넘는 국가에서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당장 카페폭포 옆에 ‘관광 안내소’부터 설치했다. 다국어가 가능한 통역사가 상시 근무하면서 외국인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인접한 구 부설 주차장으로 공간을 확장해 홍제폭포광장으로 꾸며 방문객들에 내줬다.
차를 마시거나 물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는 ‘물멍’ 외에 즐길거리도 풍부하다. 지난해 봄부터 카페폭포 앞 수변 테라스에서 청년 음악인들 정기 연주회를 시작했고 광장 한편에 있는 ‘아름인도서관’과 연계해 다양한 전문가 강연을 정례화했다. 가을에는 카페 2층을 증축해 청년 작가 작품 전시와 강연 예술공연을 진행 중이고 겨울 들어서는 광장에 투명한 온실을 여럿 조성해 이색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무엇보다 카페폭포로 인한 결실을 지역사회가 함께 누린다. 누적 매출액 20억원이 넘어서면서 수익금을 당초 약속했던 대로 초·중·고교생과 대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내놨다. 지난해에만 2억원에 달한다. 지자체에서 조성만 하고 운영을 민간에 맡기는 다른 공공 찻집과 달리 서대문구는 구청장이 사장이라 가능했다. 카페에서 일하는 18명은 모두 주민이고 바리스타를 꿈꾸는 장애인 주민은 이 공간에서 훈련을 한다. 과자나 빵 등 음료와 함께 판매하는 먹거리는 수익금 일부를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서대문 나눔1%의 기적’에 참여하는 소상공인 업체에서 조달한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방문객들은 장학금 조성에 함께 했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장학생들에겐 지역사회에 대한 자긍심을 전하는 공간”이라며 “많은 시민들이 방문해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