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억원 체불, 박영우 대유 회장 엄벌 촉구
골프장 매각금 3000억원 중 1%만 변제 … 금속노련 “단순 경영실패 아닌 조직적 범죄” 규탄
“대한민국의 어떤 사업주도 월급과 퇴직은 떼어먹을 수 없다는 것을 반드시 보여줘야 합니다.” 강용석 위니아전자노조 위원장의 말이다.
수천억원의 임금체불로 구속된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대유그룹) 회장의 19일 성남지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피해노동자들이 박 회장의 중형선고를 촉구했다.
한국노총 금속노련과 위니아전자·위니아딤채노조는 더불어민주당 김주영·박홍배 의원 등과 1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영우 회장과 그 일가의 행위는 단순한 경영실패가 아닌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범죄”라며 “박 회장 엄벌”을 요구했다.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위니아전자 위니아(위니아딤채) 위니아메뉴팩쳐링 등 대유그룹 3개 계열사의 체불액은 1196억원으로 피해 노동자는 2087명에 달한다.
앞서 박 회장은 2023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자산을 매각해 임금체불을 변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임금체불에 쓴다던 골프장 매각대금은 3000억원이었는데 임금체불 변제에는 고작 1%인 3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7월 매각한 선릉 대유타워 매각대금도 670억원이었으나 피해 노동자들에게 단 한푼도 돌아가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임금체불로 고통받고 있는 와중에도 박 회장 일가는 막대한 보수를 받아갔다. 박 회장은 2021년 65억원, 2022년 77억원의 연봉을 받았고 지난 3년간 퇴직금으로만 161억원을 챙겼다. 합치면 300억원이 넘는 액수다. 또한 박은진 대유에이텍 부사장(박 회장 차녀)은 8억원의 급여를 수령했다.
박 회장은 지난달 21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대유그룹 임금체불에 관한 청문회에 재판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불참했다. 박 회장 배우자 한유진씨는 건강을 이유로 출국했다. 박은진 부사장과 박현철 전 위니아전자 대표(박 회장 조카)는 “잘 모르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참석자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피해 노동자들은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임금을 받지 못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가정이 파탄 나고 생계가 위협받고 있으며 심지어 약값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노동자들도 있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재판부에 △박 회장 중형 선고 △박 회장 일가의 공동책임 인정 △피해 노동자들에게 즉각적인 배상 명령을 주문했다.
참석자들은 “박 회장의 범죄는 단순한 기업 비리를 넘어선 사회적 재앙”이라며 “이번 판결은 우리 사회의 정의와 노동존중의 가치를 시험하는 주요한 시금석”이라고 강조했다.
남승대 위니아딤채노조 위원장은 “위니아딤채 및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한 후 두 회사의 알짜 사업만 빼내 특정 계열사로 밀어주고 계열사간의 자금대여 통한 자금 돌려빼기, 국내외 부동산 투기, 고가 미술품 매입, 초호화 별장 및 빌딩 신축 등으로 경영 부실화에 빠뜨리고 사유 재산을 불법축적했다”면서 “장기간 임금체불 및 부실화 후 가전3사를 2023년 9~10월 법정관리 신청으로 그 막중한 책임을 정부에 떠 넘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회장은 위니아딤채 법정관리 신청 당일에도 10억원을 횡령하고 후계자인 차녀는 당사의 임원으로 근무중 위니아미 대표를 겸하며 관계사로부터 차익을 실컷 챙긴 후 본인 회사를 파산 신청해 당사의 채권 7억5000만원 마저 현재까지 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남 위원장은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 대지급금 시행령 변경은 촉구했다.
그는 “대유그룹 3개 계열사의 재직자는 도산이후 체불중이지만 현행법상 통상임금이 최저임금의 110% 미만인 조건에 해당되지 않아 대지급금을 10원도 받을 수 없는 2차 피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영 금속노련 위원장은 “박 회장은 국회와 국민들을 더 이상 기만하지 말고 숨겨놓은 자금을 즉시 임금체불 변제에 사용하고 진심으로 사죄하기를 촉구한다”면서 “법원은 박 회장에서 법의 준엄한 철퇴를 내려 대한민국의 사법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국회에 ‘임금체불 근절 특별위원회’ 설치·운영해 국가 근간을 위협하는 범죄를 반드시 해결하고 근절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