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2030 청년들 ‘퇴근길 데이트’
영등포구 18개 동별로 ‘청년 소통투어’
애칭 부르며 놀이처럼 정책 공유·토론
“지금부터 짝꿍끼리 자기소개를 합니다. 내 기분을 잘 표현하는 그림을 하나씩 뽑고 그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오늘도 좋고 최근에 느끼는 기분이어도 됩니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한 카페. 최호권 구청장과 인근에 거주하는 청년 9명이 짝을 지어 일제히 자기소개를 시작한다. 소통을 중재할 전문가까지 총 11명이 둘씩 셋씩 나뉘어 대화를 나누니 금세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지난달 14일 당산2동부터 이어지고 있는 ‘청년 소통투어’ 현장이다.
17일 영등포구에 따르면 구는 새해를 맞아 최호권 구청장이 18개 동을 순회하며 올해 주요 정책과 사업을 공유하고 현안을 논의하는 소통투어를 진행한다. 이와 별도로 저녁시간에는 해당 동네에 연고를 둔 청년 10여명과 별도로 만난다. 청년들 고민을 나누고 2025년 청년정책을 안내하는 등 양방향 소통의 자리를 마련한다는 의미다. 구청장과 청년들이 한데 모인다는 뜻에서 ‘원테이블 투어’라는 이름도 붙였다. 지난달 신설한 청년정책과와 각 동주민센터가 협업해 참여를 희망하는 청년과 동네 현황에 맞는 장소를 섭외하고 당일 행사를 진행한다.
영등포구는 청년 비중이 주민 세명 중 한명 꼴(34.95%)이다. 영등포동은 그 중에서도 청년비율이 가장 높다. 주민 두명 중 한명 이상(55.46%)이 19~39세다. 참가자들은 좌석에 앉자마자 명찰부터 만든다. 본명이 아니라 소통공간에서만 사용하는 이름을 적는다. 학창시절 친구들이 부르던 별명부터 본명에서 착안한 애칭 등 다양한 이름이 등장한다. 최 구청장은 ‘동네 형님’으로 통한다. 그는 “형님뻘보다 더 되겠지만 편한 분위기에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간단한 자기소개가 끝나자 최호권 구청장이 올해 주요하게 추진하는 청년정책부터 공유한다. 국가자격시험 응시료 지원부터 국가기술자격증 취득반, 청년 재무아카데미, 청년성장학교, 청춘들 만남의 장인 ‘영만추(young한 만남 추구)’ 등이다. 귀에 쏙쏙 들어오기도 하고 여전히 알쏭달쏭하기도 한 청년정책을 퀴즈로 맞히는 시간이 이어진다.
청년들은 자신의 관심사를 매개로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결혼과 임신·출산부터 내집 마련과 재테크, 운동과 건강 등 관심사는 동네를 불문하고 엇비슷하다. 대다수는 자세히 몰랐던 정보를 접한 데 일단 반색했다. 인근 주민 윤홍범(31)씨는 “주변에서 그런데 뭐하러 가냐고 얘기하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유익한 정보가 많았다”며 “재무아카데미처럼 도움 되는 과정은 꼭 이용하고 싶다”고 전했다. 청년센터를 자주 이용하는 한 참가자는 “각종 정보를 자주 살펴보는데 몰라서 이용을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참가자는 “청년마다 원하는 것이 다 다른데 뭉뚱그려진 정보는 그냥 넘기기 십상”이라고 조언했다. 최 구청장은 “곧 중앙정부와 서울시는 물론 기초지자체와 민간까지 각종 청년 관련 정책과 사업을 망라해 분야별로 엮은 ‘청년 네이버 카페’를 선보인다”며 “필요한 내용을 바로바로 찾을 수 있는 보물창고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자리가 마무리될 즈음 최 구청장은 인사하면서 건넨 명함을 거론한다. 그는 “원하는 내용을 얘기하지 않으면 정책화가 안된다”며 “대면은 기회가 적으니 온라인으로 연락해 달라”고 당부했다. 실제 지난해 예비군 훈련장까지 버스를 3~4회 갈아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송버스 노선을 만들었다. 청년 소통투어는 다음달까지 이어진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청년들 관심사를 반영해 분야별로 하나하나 다 챙기겠다”며 “정책당국에 불편함을 이야기하면 혼자만이 아니라 다른 청년들까지 혜택을 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전해달라”고 다시금 당부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