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강제동원 전범기업 직접 배상…첫 승소 판결

2025-02-19 09:54:35 게재

금전 채권으로 경매절차 없이 피해자측에 지급 가능

“미씨비시 돈으로 배상받을 길 열려 … 법원에 감사”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을 추심 하겠다며 낸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강제동원 피해자가 추심을 통해 배상받는 첫 사례가 된다. 이에 피해자들은 정부의 제3자 변제안 대신 일제 강제동원 기업으로부터 직접 돈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앙법원 민사951단독 이문세 부장판사는 18일 강제동원 피해자 고 정창희씨의 유족 등이 미쓰비시중공업의 손자회사인 엠에이치파워시스템즈코리아를 상대로 83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낸 추심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전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날 가집행도 가능하다고 선고했다. 가집행이란 판결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배상금을 임시로 강제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앞서 정씨는 1944년 미쓰비시중공업 히로시마 조선소에 끌려가 강제노동을 당했다며 2000년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정씨는 소송이 진행 중이던 2002년 사망했고 대법원은 2018년 11월 미쓰비시중공업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며 최종 승소로 판결했다.

당시 대법원은 미쓰비시중공업이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1인당 1억~1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은 이행하지 않았다.

윤석열정부는 출범 2년 차인 2023년 3월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일본 피고기업들에 승소한 피해자 총 15명(생존자 3명)에게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민간 기업 등의 기부금으로 마련한 배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제3자 변제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씨의 유족을 비롯한 등 일부 피해자는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거부하고, 일본 기업에 직접 책임을 묻겠다며 엠에이치측 자산을 추심해달라는 소송을 같은 달 15일 제기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엠에이치파워에 IT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아왔다. 추심금 소송은 제3채무자인 엠에이치파워를 상대로 채무자인 미쓰비시중공업에 지급할 수수료를 채권자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바로 달라는 방식의 소송이다.

정씨의 유족들은 미쓰비시중공업과 엠에이치파워 간 계약을 추적하다 엠에이치파워가 미쓰비시중공업에 줄 돈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2021년 9월 해당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추심을 통해 일본기업의 배상금을 받도록 하는 첫 사례다.

유족측 소송을 대리한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제3자 변제라는 반역사적 정책에 반대하는 분들에게 법원이 미쓰비시 돈으로 배상받을 길을 열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10번의 변론기일을 통해서 채권액을 특정하고 미쓰비시 채권의 실체를 확인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는데 오늘 가집행이 가능한 판결로 전부 승소했다”며 “금전 채권이기 때문에 별도 경매 절차 없이 근 시간 내 바로 지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다른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제3자 변제 방식에 반대하며 정씨의 유족과 함께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10월 입장을 바꿔 판결금을 수령하고 소를 취하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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