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원 상상인 대표 징역 4년…저축은행 매각 관심
법원 “거래시장의 공정성·투명성 심각히 훼손”
상상인 “특별한 의견없이 매각 협상 진행 중”
OK금융 “인수가격 기준, 자기자본금액 파악”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가 ‘사기적 부정거래’ 등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금융위원회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상상인 계열의 두 저축은행 지분 매각을 명령한 데 따라 진행 중인 OK금융그룹과의 매각 협상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앙법원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18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유 대표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1억2200여만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다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검찰이 기소한 지 4년 7개월 만의 법원 판단이다.
함께 재판을 받은 주식 시세조정 공범 등 관련자들은 각각 벌금형부터 징역형 집행유예를, 상상인플러스 저축은행은 벌금 118억8800만원과 추징금 59억원을, 상상인저축은행은 벌금 64억3600만원과 추징금 32억18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유 대표가 전환사채 발행사들이 저축 은행에 담보를 제공하고 받은 대출을 공시하지 않은 것은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시세조종과 배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거액의 전환사채(CB) 자금이 담보를 전제로 모집되는 것인지 여부는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에 있어 중요한 사항”이라며 “전환사채 발행사들이 저축은행에 담보를 제공하고 받은 대출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했음에도 담보제공 사실을 공시하지 않은 건 사기적 부정거래”라고 짚었다.
이어 “유준원 등은 발행회사측의 필요에 맞춰 대출 및 전환사채 발행 구조를 설계하고 수년간 지속적, 반복적으로 범행을 지속하면서 대규모의 이익을 얻었고, 또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한프의 전환사채 발행 과정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사기적 부정거래를 한 후 한프 주식 전량을 매도함으로써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실현했다”며 “한프 주가의 급락으로 수많은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의 사기적 부정거래는 기업공시제도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기업 운영과 유가증권 거래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유 대표가 상상인의 자사주를 매입하며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혐의와 일부 대출과 관련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2015년 4월~2018년 12월 유 대표와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이 코스닥 상장사를 상대로 사실상 고리 담보대출업을 하는 등 사실상 사채업을 했다고 보고 지난 2020년 재판에 넘겼다.
유 대표에게는 2019년 3~5월 증권사 인수 등 상상인 확장 과정에 그룹 지주사의 자사주를 매입해 반복적으로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운 혐의도 적용됐다.
특히 이날 유 대표 등에 대한 법원의 선고로 상상인의 두 저축은행 매각이 관심을 받는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10월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상상인의 주력 계열사인 두 저축은행에 대해 지분을 90% 이상 매각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OK금융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OK금융그룹은 두 상상인 저축은행의 인수합병(M&A)을 위한 재무상태 등의 경영실사를 진행했다. OK금융측은 지난번 실사를 통해 파악한 재무상태를 토대로 인수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상상인그룹 관계자는 “아무래도 인수자인 OK금융측의 인수 의향이 중요하다”며 “현재 특별한 의견없이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대표의 이날 유죄선고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OK금융은 최근 상상인그룹에 2500억원 안팎 수준의 희망가를 전달했지만, 상상은측은 아직 답변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OK금융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경영실사를 통해 (두 상상인 저축은행의) 인수가격의 기준이 되는 자기자본 금액은 파악됐다”면서도 “최근의 (자본)시장 상황이 대체로 좋지 않아 정확한 인수가격은 협상을 통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