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아열대작물 재배농가 급속 확산
경북도내 8년 새 2배 이상 증가
만감류에서 공심채까지 다양화
경북 구미시 옥성면 초곡리에서 ‘선샤인농장’을 운영하는 박휘진 대표는 2018년부터 구미시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천혜향 재배를 시작했다. 2021년부터는 레드향 재배에 도전했다. 아직 재배면적은 각각 1323㎡(400평)의 소규모다.
천혜향과 레드향은 3년째부터 수확이 가능하다. 박 대표는 본격적인 수익 창출까지 약 5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해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존 연동하우스를 활용한다. 벼 콩 밀 등 다른 작물을 같이 재배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선샤인농장은 현재 천혜향을 연간 4톤가량 생산해 연 매출 4000만원을 올리고 있다. 레드향은 5톤을 생산해 연 매출 5000만원을 올려 성공사례로 꼽혔다.
◆사과 주산지 명성 사라져 = 사과의 본산지로 유명한 경북도내에서 박 대표처럼 만감류 같은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만감류는 감귤나무 품종과 당귤나무 품종을 교배해 새로 만든 레드향 진지향 천혜향 한라봉 황금향 한라향과 같은 재배 감귤류를 말한다.
21일 경북도에 따르면 아열대작물 농가와 면적은 8년여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2017년 91개 농가에 25㏊에 그쳤으나 지난해 말에는 206개 농가 63.4㏊로 증가했다. 과수농가가 182호였고 채소농가도 24호로 조사됐다.
경북도내 시·군별 재배면적은 경주시가 16.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영천 12.7㏊, 포항 6.5㏊, 고령 6.1㏊ 등의 순이었다.
아열대 작물 가운데 과수는 한라봉 키위 망고 등 17종에 달했다. 채소와 특작물은 여주 공심채 등 19종이었다. 과수 중에서는 한라봉의 재배농가와 면적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기준 전체 생산량은 과수 442톤, 채소 50.4톤 등 492.4톤이고 총 매출액은 35억8900만원에 달한다.
실제 구미시는 아열대작물이 안착하면서 아열대 농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 9억6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기후변화에 대비한 대체과수 품목 육성을 지원하고 아열대작물 상품성을 높이는 시범사업은 물론 아열대 과수 실증육묘 스마트온실 등의 신규 사업을 지원한다.
현재 구미시에는 선샤인농장을 포함한 5개 농가가 총 1.69㏊의 면적에서 천혜향과 레드향, 백향과를 재배 중이다.
제주도와 남해안 일대에서 주로 재배되던 아열대작물이 빠르게 북상해 경북도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경북도와 대구시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2100년쯤에는 온실가스배출 정도에 따라 현재 대비 2.6℃에서 7℃까지 상승하고 월평균 10℃ 이상인 달이 연간 8개월 이상 나타나는 아열대기후 지역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전국 최초 아열대작물연구소 설립 = 사과 주산지인 대구·경북에서는 사과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어 기후변화에 맞춘 선제적인 대체작물 발굴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포항시에 ‘기후변화 대응 아열대작물연구소’를 설립키로 했다.
경북은 전국 사과 생산량의 60%, 포도 생산량의 56%, 복숭아 생산량의 5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온대과수 생산 지역이지만 기후변화로 기존 과수의 품질 저하 문제가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경북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농가 소득작물로 육성하기 위한 경북 아열대작물 육성 5개년 종합계획 수립, 경상북도 아열대농업 육성 및 지원 조례 제정, 아열대연구팀 신설 등 기반 조성과 연구 기능 강화, 농가 교육 등 현장 기술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기후변화에 따른 아열대작물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로 가고 있다”며 “소비자가 선호하는 고당도 품종과 국내 육성품종 보급, 농자재값 경감을 위한 기술 개발 등의 노력으로 2070년에는 아열대산업 1번지로 거듭나도록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