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명소-골목상권 잇는 관광차 달린다

2025-02-25 13:00:05 게재

마포구 ‘순환열차버스’ 운행 시작

맛집·공방거리로 관광객 유도계획

“여기 어묵 맛있어요.” “닭강정도 많이 사먹었잖아?”

서울 마포구 망원동 망원동월드컵시장 북문 인근.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 사이 맛집이 즐비한 이른바 ‘망리단길’이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분홍색 정류장에 버스가 다가서자 차량 내부가 들썩인다. 16인승 버스 좌석을 대부분 차지한 아이들은 저마다 “뭘 먹을까” 이야기하느라 여념이 없다. 마포구가 지난달 말 시범운행을 시작한 ‘마포순환열차버스’ 체험단을 자청한 망원무지개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다.

마포구가 주요 관광명소와 11개 골목상권을 연결하는 이색 관광차량을 운행한다. 박강수 구청장이 어린이들과 함께 마포순환열차버스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마포구 제공

25일 마포구에 따르면 민선 8기 공약사업이기도 한 순환열차버스는 지역 내 주요 관광명소와 11대 상권을 연결하는 신개념 공공 교통수단이다. 홍대입구를 필두로 해외까지 입소문이 난 명소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을 대중교통이 채 미치지 못하는 인근 지역으로 연계한다. 음식점과 찻집 공방 등이 줄지은 골목상권으로 발걸음을 유도해 자연스럽게 상권 활성화를 꾀한다는 취지다.

그 옛날 마포종점에 잠들던 전차를 연상케 하는 열차버스는 증기기관차를 형상화했다. 외양을 기차 모양으로 꾸몄고 연통에서는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가 하면 기적소리가 울린다. 전기차 외관을 홍대 레드로드를 상징하는 ‘깨비’와 ‘깨순이’로 장식해 어린이를 비롯한 보행자 눈길을 사로잡는다. 김기덕(57) 기사는 “사람들이 몰리는 구간에서는 수증기를 내뿜고 기적소리를 내는데 관심을 끄는 동시에 주의해달라는 의미”라며 “관광객과 시민들이 일단 사진부터 찍고 어떻게 탈 수 있는지 궁금해한다”고 설명했다.

열차버스는 동교동 홍대걷고싶은길에서 출발해 경의선숲길공원 서울월드컵경기장 서울양화나루 난지천공원 레드로드광장 등 17개 정류장을 거쳐 원점으로 돌아온다. 28.6㎞ 운행구간에는 연남끼리끼리길 망리단길 성산문화길 상암맛길 하늘길 용강맛길 도화갈매길골목 등 마포구 대표 먹거리 골목과 젊은이들이 즐겨찾는 거리가 모두 포함돼 있다. 정류장에 다다르면 사진과 함께 우리말을 비롯해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인근 지역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현재 차량 3대가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데 공식운행을 시작하면 40분 단위로 오갈 예정이다. 관광객들은 성인기준 5500원으로 하루 종일 이용할 수 있다. 열차버스로 이동해 볼거리와 먹거리 살거리를 즐긴 뒤 다시 움직이는 게 가능하다.

관광객과 상권 모두를 노린 이색 열차버스에 지역 반응은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임미미 망원무지개지역아동센터 교사는 “지역에 어떤 곳이 있는지 둘러볼 겸 탑승신청을 했는데 아이들이 지루해할 틈이 없었다”며 “외국 관광객은 물론 국내 방문객들에게도 유용해 보인다”고 말했다. 망리단길 어묵점포에서 일하는 서현빈(35)씨는 “특히 국내사정에 낯선 외국인들에게 홍보를 많이 해 상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마포구는 시범운영 기간 탑승객들이 내놓은 의견을 모아 공식 운행때 반영할 예정이다. 그간 정류소 내 무인정보단말기 등을 보완하며 지역 숙박·여행업계와 협약을 맺고 열차버스를 적극 알릴 구상이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마포순환열차버스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11대 상권을 연계해 365일 다양한 매력을 선사하며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달리는 길목마다 인기 명소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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