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레거시 시스템을 바꿔야 정보화 선진국”
“대한민국은 레거시의 역설과 승자의 저주에 빠져있다. 디지털 대전환의 발목을 붙잡는 레거시 시스템을 바꿔라. 정부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게 진짜 혁신이다… 대한민국이 아직도 정보화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가? 착각이다. 시스템은 낡았고 어공과 늘공은 일하는 척을 할 뿐이다.”
우리나라 벤처 1세대 신화, 아프리카TV 설립자로 유명한 저자가 디지털 전환기를 헤처나갈 해법제시의 책을 출간했다.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진짜 혁신이다: 디지털 선도 국가 부활의 길’이란 제목의 이 책은 대한민국 국가정보화 혁신에 대한 국가적 아젠다를 말한다.
저자는 문재인 정부에 한국정보지능사회진흥원(NIA) 원장으로 일하면서 주요 디지털 정책을 제안하고 추진한 경험으로 바탕으로 디지털 선도국가라는 대한민국의 위상이 급속히 흔들리는 원인의 진단에서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최근 전자정부 시스템의 장애 사태와 대규모 차세대 프로젝트의 실패가 반복되는 원인으로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가정보화를 성공으로 이끌었던 법적, 제도적, 재정적, 사업적 장치들이 더 이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짚는다.
과거에 구축되어 현재까지 뿌리박혀 있는 각종 제도적 장치가 레거시 시스템인데, 대한민국은 레거시 시스템이 너무나도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5부 24장 448쪽의 책에서 이것을 ‘레거시의 역설’이라 부르고, 레거시의 역설에서부터 벗어나는 것이 혁신의 출발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를 8대 핵심주장으로 모아 제시했는데, 다음과 같다. 1. 레거시의 역설에서 벗어나자 2. 국가정보화 거버넌스를 정비하자 3. 정부의 기술 리더십 확립이 시급하다 4.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민간에게 넘겨라 5. 공무원 핵심성과지표(KPI)를 바꿔라 6. 국가정보화 사업, 프로세스를 전면 정비하자 7. 디지털플랫폼 정부는 사라질 정책이다. 8. AI 시대 1등 전략을 세워라.
또 본문의 한 대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미국이 AI 국가전략 수립을 위해 운영했던 인공지능 국가안보위원회NSCAI, National Security Commission on Artificial Intelligence의 활동은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다. NSCAI 운영 방식과 우리 4차위의 활동을 비교해 보면 몇 가지 차이점이 두드러진다.
첫째, NSCAI의 설립 목적은 매우 명확하다. 미국과 중국 간 AI 패권 경쟁 시대를 맞아 미국의 국가 안보 및 국방 역량을 높이도록 AI 기술 발전을 이룰 정책 수단과 방법을 조사하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 4차위는 설립 목적이 매우 애매하다. 조사 연구에서부터 심의 의결까지 포괄적이다. 어떻게 보면 정부의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사령탑 같다. 하지만 그런 미션은 애당초 달성할 수 없다. 어떤 미사여구로 수식해도 법적으로 자문기관일 뿐이다.
둘째, NSCAI는 위원의 선임 방안이 법에 따라 규정되어 있다. 의회가 위원 선임을 주도하고 여야를 뛰어넘는 초당적인 위원회 구성이 강제되어 있다. 4차위는 대통령령으로 설치되고 위원 선임은 대통령실의 의중에 따라 정파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다. 이 차이 때문에 NSCAI의 최종 보고서는 정권이 바뀌어도 승계되어 실행에 옮겨지지만, 4차위의 온갖 계획은 정권교체와 함께 폐기되었다.
셋째, NSCAI는 ‘자문과 권고’라는 위원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 실행력 있는 최종 보고서의 작성에 위원회 활동의 모든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최종 보고서에 제출된 해법에는 성역이 없다. 정부의 리더십과 거버넌스 구조의 문제점에도 날카로운 수술 칼날을 들이댔다. AI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파격적인 제안을 제시했다. 반면 4차위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여러 부처의 온갖 정책의 심의 조정에 역량을 소진했다. 4차위 스스로 고민하고 스스로 생산하지 않는 정책 들을 마치 4차위의 활동 결과인 것처럼 발표했다. 4차위는 역할의 범 위를 과감히 축소하여 행정부 조직에서는 다루기 어려운 사회적 이슈의 해결에 정면승부를 보아야 했다.”(95~96쪽)
추천사를 쓴 최기영 전 장관은 “정부에 대한 고언이 가득하다. 씁쓸한 만큼 좋은 약이 될 것”이라고 했고, 조성준 전 공공데이터전략위원장은 “대한민국이라는 환자의 병상일지이자, 치료법을 제시하는 처방전”이라 했고,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은 “놀랍도록 솔직한 책이다. 어공이 제대로 일하는 법에 관해 이제까지 이런 매뉴얼은 없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