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도 주민도 ‘뮤지컬 배우’ 꿈 이룬다

2025-03-05 13:00:03 게재

금천구 뮤지컬센터 활용 기획사업 눈길

구청+대학+지역사회 협업 성과 '톡톡’

“원래는 종합격투기 선수를 하려고 했어요. 도중에 부상을 당해 당분간 할 수 있는 취미를 찾아봤는데 청소년들이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한다는 거예요. 재미있어서 한번 더했죠. 무대에서 박수받는 그 감동을 잊고 살기 싫어요.”

서울 금천구 시흥4동 주민인 박지환 학생은 뮤지컬 경험으로 인해 인생의 목표까지 바꿨다. 지난해 여름부터 국립전통예술고 진학을 준비해 이달 신입생이 됐다. 지환 학생은 “전공자로 참여하고 싶어서 다시 도전했다”며 “지난 4개월간 모든 노력을 쏟아부은 결실을 맺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뮤지컬 ‘영웅’ 일원이 돼 3.1절 106주년을 앞둔 지난달 말 가족과 이웃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연기한 직후다.

유성훈 구청장이 공연 전 무대 뒤를 찾아 청소년들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 금천구 제공

5일 금천구에 따르면 올해 서른살이 되는 구가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도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10년 전 ‘장발장’으로 잘 알려진 ‘레미제라블’ 학교판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이후 최근 2년간은 청소년은 물론 주민들도 배우로 무대에 서고 제작진으로 합류했다.

‘영웅’은 지난 2009년 안중근 의사가 거행했던 ‘하얼빈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초연된 작품이다. 거사 8개월 전인 1909년 의사와 동지 11명이 함께했던 ‘단지동맹’에서 시작해 ‘동양평화론’을 집필하며 의연하게 죽음을 맞는 순간까지 담았다.

금천구는 서경대학교와 손잡고 지난해 9월부터 학생판을 준비해왔다. 중·고생 단원을 모집해 사전교육부터 배역을 위한 실기시험, 인문·예술 융복합 종합교육 등을 거쳐 시흥동 구청 옆 금나래아트홀에서 선보였다. 지난달 27일과 28일 이틀간 공연에 관객들이 몰려 이른바 ‘대박’이 났다. 특히 마지막 날에는 600명 이상이 찾았다. 540석 전석을 가득 채운 건 물론 공연장 밖 작은 화면을 통해 마지막 무대 인사까지 지켜본 이들이 상당수였다. 구 관계자는 “앵콜 요청이 많아 3.1절 기념행사를 시작으로 지역축제 등에서 몇몇 장면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들 응원은 청소년들을 한층 성장시키는 동력이 된다. 10살과 11살 때 두차례 ‘레미제라블’에 합류해 배우의 길을 준비해가고 있는 오태경(21·인천 연수구)씨는 현재 연극을 전공하고 있는데 이번 공연에 후배들을 위한 멘토이자 조연출을 자원했다. 그는 “배우를 꿈꾸는 청소년이 많지만 쉽게 다가갈 수 없는데 어려서 뮤지컬 경험을 하면서 꿈꿔볼 수 있는 게 많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금천으로 이사하면서 ‘영웅’을 만나 잠시나마 안중근 의사가 됐던 이성재(20·시흥동)씨는 “지난 4개월은 엄청난 성장의 시기였다”고 돌이켰다. 경기 부천에서 금천까지 매일 오가며 힘든 줄 몰랐다는 이선민(20)씨도 “좀 더 어릴 때 뮤지컬을 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금천에라도 올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금천구가 지속적으로 청소년과 주민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는 데는 지난 2021년 가산중학교에 개관한 뮤지컬센터 역할이 크다. 기초지자체 내 첫 뮤지컬 특화공간인데 안정적인 공연제작 기반 조성, 영유아 연극교육, 주민 대상 공공예술교육, 청소년·주민 뮤지컬 기획공연 등을 이어오고 있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광복 80주년을 기념한 이번 공연은 단순한 뮤지컬을 넘어 우리 청소년들이 역사를 배우고 성장하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을 응원하는 동시에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을 통해 주민들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도시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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