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AI 반도체와 국가주도 사업
인류가 인공지능(AI)에 대한 꿈을 가진 것은 매우 오래된 일이다. 그리스 신화에는 ‘탈로스’라는 인류 최초의 AI 로봇이 등장한다. 대장장이신인 헤파이스토스는 크레타섬을 지키게 하기 위해 청동으로 된 거인 탈로스를 만들었는데, 이는 인간을 단순 대체하는 기계가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AI형 로봇이었다.
인간은 신으로부터 받은 특별한 선물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지능이다. 근대 이전까지는 지능은 곧 이성이었다. 그래서 이성은 인간만이 지녔기 때문에 윤리와 합리성을 갖출 수 있었으며 이것을 곧 인간다움의 지표로 보았다. 그렇지만 이런 편향된 인식은 민족주의를 탄생시켰고 나아가 인종차별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런데 왜 인간은 지능이라는 인간만의 고유능력을 자신의 창작물인 로봇에 심고 싶어할까? 그것은 노동에서 벗어나고픈 인간의 원초적 소망 때문이다. 인간의 지능은 1900년대 이후 급속히 높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적 지능이 향상된 것인지 혹은 복잡한 사회적 규칙에 잘 적응해 그렇게 보인 것인지는 정확히 규명할 길은 없다. 단지 급격히 발전해온 과학기술에 잘 적응하고 더 발전시켰다는 사실은 맞지만 인간이 더 똑똑해졌다거나 지능이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AI 이제 ‘정교한 응답’ 원하는 시대 접어들어
AI기계의 실현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 본능은 1950년대부터 시작되었으나 20여년 간의 암흑기를 맞았다. 그러나 2000년대 네트워크와 함께 센서기술로 인한 엄청난 빅데이터 확보가 기반이 되자 순식간에 발전해 이제는 ‘생성형AI’ 시대로 들어섰다. AI의 주요기능은 학습(Learning)과 추론(Inference)이다. 생성형AI는 이제 ‘빠른 응답’ 보다는 ‘정교한 응답’을 원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즉 사전 학습된 모델에 의한 것이 아닌 학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확한 추론을 원하는 것이다.
AI시대가 도래하면서 AI학습에 특화된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는 GPU 하나로 전세계 톱클래스로 올라섰다. 그러나 AI가 학습중심에서 추론중심으로 무게추가 넘어가며 학습용 반도체가 아닌 추론용 반도체가 더 절실해질 것이다. 이 때문에 인텔 삼성 하이닉스 AMD 등 전통 반도체 회사는 물론이고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들도 AI 반도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기존 아성을 지키려 애쓰는 엔비디아는 더 치열한 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엔비디아의 GPU는 여전히 AI 학습에 필수적이지만 AI 모델이 이미 훈련된 이후에는 실제 사용자 환경에서 저전력으로 빠르게 실행하는 AI 반도체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GPU시대는 점차 저물어갈 것이기 때문에 엔비디아가 가진 독점적 지위는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 스마트폰 등 엣지 컴퓨팅 시장에서도 AI 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할 예정이어서 삼성 애플 퀄컴 등 반도체 회사들은 무엇보다 AI 추론 반도체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인텔과 IBM은 인간의 두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모방한 뉴로모픽 칩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양자컴퓨팅이 발전하면 기존의 AI 반도체의 산업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결론적으로 AI 반도체 시장은 고성능 AI 학습 반도체와 저전력 AI 추론용 반도체로 이원화될 것이고, 구글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를 활용하여 전통 반도체 기업의 의존도를 줄이려 할 것이다.
AI 국가총력전 , 골든 타임 놓치지 말아야
이처럼 AI는 국가적 총력전을 펼칠 정도로 치열한 경쟁속에 있기 때문에 주도권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AI 기업에 국부펀드가 공동투자하여 엔비디아처럼 키우면 국민 조세부담을 덜 수 있다’ 며칠 전 야당대표가 던진 이 화두로 정치적 논란이 심하다. 그러나 대만의 TSMC 라는 좋은 예가 있고, 싱가폴은 국부펀드 ‘싱가폴투자청(GIC)’과 ‘테마섹’의 해외투자를 통해 거둔 상당한 수익을 국가 재정에 기여함으로써 국민세금 부담이 대폭 줄었다.
이 화두에 대해 정치적 견해를 따질 것이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에게도 이미 포스코 SK에너지 SK텔레콤 처럼 정부주도 사업이 성공하여 민영화된 사례는 차고도 넘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