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물가·임금·금리 다 오른다…기준금리 인상 빨라지나

2025-03-11 13:00:19 게재

소비자물가 2년 만에 4.0%, 명목임금 인상률은 6% 육박

국채금리 급등 10년물 1.6% 근접 … 30년물은 한국과 비슷

블룸버그 “일본은행 이르면 4월 말 금리인상 정당화 가능성”

일본내 물가와 임금이 빠르게 오르고 금리수준도 급등하고 있다.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더 빨라지고 폭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10일 도쿄 채권시장에서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1.575%까지 올랐다. 전날 대비 0.055%p 올라 2008년 10월 이후 16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국채 30년물은 2.6%에 근접해 우리나라 국채 30년물(2.59%)과 사실상 비슷한 수준까지 상승했다.

일본 금채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우선 일본은행이 기준금리 상한을 예상보다 더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데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2026년 말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1.0% 수준까지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 들어 2027년 상반기까지 1.5%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장기금리 상승이 상당기간 높은 수준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국채 매수에 소극적으로 돌아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일본 정부가 방위비와 각종 사회보장성 비용의 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국채발행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재무성이 10일 실시한 신규 국채발행 금리에서 5년물 낙찰가는 1.172%까지 올라 2008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달 신규발행한 20년물 등의 수급불균형으로 금리가 추가 상승한 것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다. 당장 12일 재무성이 신규로 발행하는 20년물의 수요 부족 우려도 나온다.

야마와키 타카후미 JP모건증권 채권조사부장은 “일본은행 추가 금리인상 요인과 분기말 수요 등이 겹쳐 3월에는 투자자들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본격적으로 국채금리 상승이 둔화되는 시점은 분기초인 4월에나 들어서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은행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보다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다무라 나오키 일본은행 심의위원은 지난달 “올해 말까지 적어도 1% 정도까지 단기금리를 끌어올려 두는 것이 물가 추가상승을 억제하고 목표치 달성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이에 앞서 올해 1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정책금리를 기존 연 0.25%에서 0.50%로 인상했다. 17년 만이다.

일본은행이 0.75%로 추가 인상할 시점도 주목된다. 당초 빨라야 올해 6월 이후로 내다봤지만 더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이번달 회의에서는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며 “물가와 임금상승이 일본은행 예상대로 진행되면 이르면 4월말 열리는 회의에서 금리인상이 정당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속도를 재촉하는 거시경제 지표가 잇따르고 있다. 총무성이 지난달 말 발표한 올해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4.0% 상승했다. 신선식품을 제외한 물가지수는 같은 기간 3.2% 올랐다.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4%대를 보인 것은 2년 만이다.

서민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신선식품 상승률은 21.9%로 2004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임금인상폭도 커질 전망이다.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가 이달 6일 발표한 산하 노조의 올해 임금인상 요구는 평균 6.09%로 1993년 이후 32년 만에 6%를 넘었다. 렌고는 올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중소기업은 6% 이상, 전국 평균 5% 이상의 임금인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달 들어 노조 요구에 대한 사용자측의 수용안이 잇따르고 있다. 상당수 기업이 노조 요구안을 사실상 전부 수용하거나 일부는 추가 인상안까지 내놓고 있다. 도요타자동차 계열 부품업체인 덴소는 지난달 역대 최고 수준인 월 2만3500엔의 임금인상을 수용했다. 노조 요구가 있은 지 불과 5일 만으로 이례적인 속도라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동차의 소프트웨어화와 자동화의 진전으로 관련 인재의 획득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임금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산토리홀딩스도 이달 5일 약 7%의 임금인상을 발표했다. 일본 대형 유통업체인 이온의 자회사인 이온리테일은 평균 5.34% 임금인상을 약속했다. 코스모에너지홀딩스는 당초 노조가 요구한 6.2%를 웃도는 6.7%로 임금교섭을 체결했다.

제국데이터뱅크가 올해 1월 1만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임금인상을 하겠다는 기업은 61.9%에 달해 지난해 같은 조사보다 2.2%p 높아 조사가 시작된 2007년 이후 가장 높았다. 업종별로는 제조업(67.3%)과 건설업(66.0%), 농림수산업(65.3%) 등이 임금인상에 적극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신케 요시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춘계 노사교섭의 사용자측 수용안을 보면 지난해 수준을 웃돌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들이 인재 확보를 위해 임금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백만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