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전면개편 추진…각자 받은만큼 세금 낸다
과세표준 구간 낮아져 세부담 경감 효과 기대
올해 입법 되더라도 실제 시행은 3년 뒤부터
고액자산가 세금 혜택 ↑ … 부자감세 지적도
정부가 상속세를 유산취득세 체제로 개편하려는 이유는 ‘과세체계 합리화’와 ‘국민부담 경감’이다. 현행 상속세는 물려주는 총재산을 기준으로 세액을 산출한다. 이를 개별 상속인들이 각각 물려받은 재산에 과세하는 방식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유산세 체계에서는 실제로 상속받은 재산보다 더 높은 누진세율을 적용받아 과세의 기본 원칙인 ‘응능부담’(납세자의 담세 능력에 따른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유산취득세로 전환해 상속인들이 각각 물려받은, 서로 다른 유산만큼 세율을 적용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달 중으로 관련 법률안을 입법예고하고, 4월 공청회를 거쳐 5월 국회에 법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중으로 국회 입법이 이뤄진다면 2026~2027년 과세 집행시스템을 구축하고 2028년부터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10억원까지 배우자 상속세 안내 = 인적공제 제도도 개별 상속인별 기준으로 전면개편이 불가피하다.
현재는 전체 상속액에 대해 일괄공제(5억원) 및 배우자공제(최소 5억원, 법정상속분 이내 최대 30억원)가 일률 적용된다. 즉, 재산 10억원까지 상속세가 없다.
이같은 일괄공제를 폐지하는 대신에 현재 1인당 5000만원으로 실효성이 떨어지는 자녀공제를 5억원으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직계존비속에는 5억원, 형제 등 기타 상속인에는 2억원을 적용한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인구구조 측면에서도 시급하고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라며 “다자녀가구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배우자공제는 사실상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높아진다. 최대 공제한도 30억원(법정상속분 이내)을 유지하되, 10억원까지는 법정상속분을 넘어서더라도 공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민법상 법정상속분과 무관하게 10억원까지는 배우자 상속세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여야가 논의하고 있는 ‘배우자 상속세 폐지’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부자감세’ 지적도 = 다만 이번 개편안이 고액 자산가일수록 세 부담 경감 혜택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유산세는 상속재산 전체에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라 자산이 많을수록 높은 세금이 부과된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개별 상속인이 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기 때문에 동일한 유산이라도 상속인이 많을수록 세 부담이 분산된다. 이 때문에 100억원대 이상 자산가가 누릴 감세 효과는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속세의 자산 양극화 해소 효과가 사실상 무력화된다”며 “상속재산을 쪼개서 세금을 매기면 과표 구간이 낮아지기 때문에 특히 30억원 초과의 최고 구간에서 혜택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수감소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각종 인적공제 확대와 누진구조 완화로 유산취득세 전환에 따른 세수 감소는 2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정정훈 실장은 “작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할 당시 인적공제 확대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를 약 1조7000억원이라고 추산했다”며 “이와 함께 과표분할 효과를 더하면 2조원이 넘는다”고 했다.
상속세는 2023년 기준 8조5000억원이 걷혀 전체 국세수입(344조1000억원)의 2.5%를 차지했다. 과세자는 1만9900명으로 전체 결정 인원의 6.8% 수준이다. 정부는 유산취득세로 전환되면 과세자 비율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고령화로 사망자 수가 증가할 전망이라 세수 감소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적공제 최저 설정 = 한편 정부 개편안을 보면 ‘인적공제 최저한’도 새로 설정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면세점(10억원)을 고려해 최소 10억원의 인적공제를 보장해주는 개념이다. 상속인별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라 인적공제 합계가 10억원에 미달한다면, 그 부족분만큼 추가로 공제해주는 방식이다.
현재 70~80대 고령층의 자녀들이 최소 2명인 현실을 고려하면, 자녀 2명 공제(10억원)과 배우자공제(10억원)까지 최소 20억원의 상속액은 면세될 것으로 보인다.
세액은 상속인별로 산출되지만, 과세 관할은 현행처럼 피상속인(고인) 주소지 기준으로 결정된다. 과세 관할이 여러 세무서에 분산되면서 생기는 혼란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현행처럼 상속개시(사망)부터 6개일 이내 상속신고해야 한다. 신고기간 이후 9개월 이내 상속재산을 분할하면 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