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윤 대통령 탄핵심판 ‘최장 평의’

2025-03-12 13:00:17 게재

이미 15일 지나, 다음주 초 선고하더라도 20일 넘길 듯

불공정 시비 차단 심사숙고 … 한 총리 선고일정도 변수

헌법재판소가 13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3명 검사의 탄핵심판 사건 선고기일을 잡으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 ‘가장 긴 평의’를 기록할 전망이다.

기존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11~14일 걸렸지만 윤 대통령은 12일 현재 이미 15일째다. 이번 주 선고가 어려워진 상황이어서 다음 주로 넘어가면 최소 20일을 넘기게 된다. 다음 주 금요일인 21일 선고기일이 잡히면 변론 종결된 지 24일 만에 선고가 나오는 셈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5일 변론종결한 다음날부터 이날까지 15일간 휴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평의를 열어 사건을 검토하고 있다.

변론종결부터 선고까지 걸린 기간을 계산해보면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변론종결일(4월 30일)부터 14일 뒤인 5월 14일 기각 결정이 나왔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2월 27일 변론을 종결해 11일 지난 3월 10일 파면 결정이 나왔다.

탄핵 소추일부터 심판까지 걸린 기간도 최장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 전 대통령은 소추 이후 63일만에, 박 전 대통령은 91일 만에 선고가 이뤄졌다.

윤 대통령 사건은 지난해 12월 14일 접수돼 만약 이번 주 금요일인 오는 14일 선고된다면 90일 만에 이뤄지는 셈이지만, 이날을 넘겨 다음 주가 되면 박 전 대통령 선고에 걸린 기간을 넘는다.

이는 그만큼 헌재가 이번 사건을 숙고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탄핵심판은 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는 즉시 소추 대상자의 직무가 정지된다. 심리 기간이 길어질수록 국정 공백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해 헌재는 대통령 탄핵심판이 접수되면 가급적 신속히 심리해 결정을 선고해왔다.

다만 윤 대통령 사건의 경우 다투는 쟁점이 많아 재판관들이 양측 주장을 일일이 검토하느라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재해 감사원장,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검사 3명 등 여타 탄핵 사건이 윤 대통령 탄핵을 전후해 줄줄이 접수된 것도 심판을 지연시키는 요소다. 두 전직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헌재가 해당 사건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다.

법조계에서는 오는 14일 심판이 선고될 것으로 유력하게 점쳤으나, 헌재가 최 원장과 검사 3인 탄핵심판을 13일 선고하기로 하면서 14일 선고가 사실상 어려워진 것으로 관측된다.

헌재 관계자는 “이틀 연속 선고된 경우는 30년 전인 1995년 12월 27일과 28일 한 번 있었고 최근에는 없었다”면서 “너무 오래된 일이어서 의미 있는 관행이나 선례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과거 사례를 고려했을 때 윤 대통령 선고가 14일 나올 가능성은 적다는 의미로 읽힌다.

다만 12일 선고기일을 공지하고 14일 선고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반론도 있다. 재판관들의 심리를 지원하는 태스크포스(TF) 소속 연구관이 각각의 사건마다 다르기에 13일 최 원장 등 선고가 있어도 14일 윤 대통령 선고를 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헌재는 이날까지 선고 일자를 결정하지 못한 채 장고를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 내란 수사와 관련해 일부 ‘절차적 흠결’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만큼 헌재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숙의를 거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윤 대통령측은 국회가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한 것과 수사 중인 상황에서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한 데 대한 문제 등을 제기해 왔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일각에서는 헌재가 이번 주 윤 대통령 사건 평의를 마무리하고 18일께나 21일 등 다음 주 선고를 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18일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이 예정돼 있어 선고가 어렵고, 금요일 선고했던 전례 등을 고려하면 21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총리 탄핵심판 선고도 하나의 변수다. 한 총리의 경우 윤 대통령 탄핵심판보다 먼저 선고되거나 동시에 선고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총리에 대한 변론은 윤 대통령보다 6일 앞서 종결됐는데 아직 선고기일이 공지되지 않았다. 한 총리의 선고기일이 먼저 잡힌다면 윤 대통령 선고는 3월 말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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