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경영 홈플러스 ‘자산효율성’ 크게 하락

2025-03-12 13:00:23 게재

담보가치 약화 ‘유형자산 회전율’ 이마트 절반

네파도 경영 낙제점 “김병주 회장 사재 내놔야”

“사모펀드 긍정 기능·역할을 잃어버린 지 오래”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법정관리(기업회생) 신청에 따른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MBK 책임론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경영한 8년동안 자산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고가 매수 논란이 일자 부동산을 비롯한 유형자산이 풍부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하지만 현재처럼 부동산 경기가 어려운 시기 유형자산가치가 기대한 만큼 받쳐줄지는 미지수다.

◆우량점포 팔아 경쟁력 악화 =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2023회계연도(2023년 3월~2024년 2월) 기준 홈플러스 유형자산(유형자산+사용권 자산) 회전율은 0.96으로 1을 밑돈다. 유형자산 회전율은 매출액을 유형자산으로 나눠 산출한다.

유형자산은 홈플러스가 직접 보유한 매장과 물류센터 등이다. 유형자산 회전율을 통해 자산대비 매출 창출력 즉 ‘자산효율성’을 엿볼 수 있다. 다수 점포 부동산을 보유한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는 기업이 얼마나 장사를 잘했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유형자산 회전율이 1을 밑돈다는 것은 자산에 걸맞은 매출을 창출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홈플러스 유형자산 회전율은 동종 업계에 속한 이마트(별도 기준 1.97) 절반에 불과하다.

MBK가 인수한 이후 홈플러스 유형자산 회전율은 크게 악화했다.

MBK 인수 직후인 2016회계연도(2016년 3월~2017년 2월) 1.13이던 홈플러스 유형자산 회전율은 코로나19 원년인 2020년 0.73으로 떨어진 이래 한 번도 1을 넘어서지 못했다.

업계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급성장한 온라인 쇼핑몰에 대응하지 못한 MBK 경영 실패로 분석한다.

MBK가 대규모 차입금을 갚기 위해 우량 점포를 차례로 매각하면서 시장 대응력이 약화된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MBK 점포 폐업 또는 매각후재임대와 같은 자산처분으로 홈플러스 유형자산은 2016회계연도 5조5409억원에서 2023회계연도엔 4조3507억원으로 21.5% 감소했다.

단기간에 임차료가 급증하면사 현금 유출이 많아져 재무에 부담이 되고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원인이 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 성장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대형마트 공통된 문제였지만 홈플러스는 매출 상위권에 있던 점포마저 매각해 영업력이 크게 약화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MBK는 지난 4일 법원에 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고 “홈플러스가 4조7000억원이 넘는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회생 계획이 확정되면 금융채권자들과 조정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자산 가치가 하락한 데다 자산효율성마저 낮아 매각해도 제값을 받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 회생절차 과정에서 MBK가 기대한 담보가치를 인정받기도 쉽지 않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현시점에서 재평가하면 3조원을 밑돌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홈플러스 회생 절차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려면 김병주 MBK 회장이 사재를 내놓거나 MBK가 자기 자본을 투입하는 등 자구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추산한 김병주 MBK 회장의 자산 가치는 97억달러(현재 환율로 약 14조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15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 자산가로 꼽힌다.

홈플러스 법정관리(기업회생) 신청에 따른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MBK파트너스가 경영한 8년동안 홈플러스의 자산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한 홈플러스 매장 모습.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인수비용 인수업체 떠 넘겨 = 이번 홈플러스 사태로 MBK 인수기업 경영악화 사례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MBK가 인수자금 상당수를 대출받아 기업을 무리하게 인수한 뒤 이를 메우기 위한 부작용으로 기업 경쟁력이 훼손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가 대표적인 사례다.

네파는 한해 1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는 우량 아웃도어 브랜드였지만 MBK 인수 후 실적악화에 빠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초 공개된 네파 전년실적은 1054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MBK 인수 시점인 2013년만 해도 1052억원 이익을 내는 브랜드였지만 MBK 인수 이후 경쟁력이 저하됐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MBK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네파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MBK가 네파 인수후 떠넘겨진 인수 비용을 대신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실적이 급감하며 경쟁력이 떨어졌다.

MBK는 2013년 당시 지분 94.2%를 9970억원에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5000억원 가량을 특수목적법인(SPC) 금융 채무로 조달했는데, 이후 SPC와 네파가 합병하며 네파가 인수 금융 채무 원리금을 부담하게 됐다. 이에 따라 네파는 MBK 인수 이후 이자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네파가 2023년까지 부담한 이자 비용만 2708억원에 달하며, 2013년 34%이던 부채비율도 2023년 231%로 급등했다.

더욱 큰 문제는 MBK가 네파의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고배당 정책을 시행했다는 점이다. MBK는 인수 직후인 2013년 8월부터 배당을 시작해 2013~2021년까지 총 833억원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MBK는 회사가 순손실 등을 기록하며 실적이 좋지 못했던 2017~2021년에도 보유 우선주에 대해 주당 평균 4만7000원 수준의 배당금으로 총 204억원 집행하기도 했다. 이는 액면가 500원의 9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태는 MBK식 기업경영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빚으로 기업을 인수하고 투자금과 빚을 갚다보니 기업의 경쟁력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MBK의 경우 부실기업을 개선하는 사모펀드의 긍정적인 기능과 역할을 잃어버린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정석용 기자·연합뉴스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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