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UAE 바라카원전 추가공사비 회계반영 시작

2025-03-12 13:00:24 게재

한수원 ‘1조4천억 정산 요구

중재 대비 로펌에 4백억 지출

한국전력공사가 한국의 첫 해외 수주 원전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과 이견을 보인 추가 비용정산에 대해 이를 부분적으로 회계 장부에 반영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전날 공시한 지난해 제무상태표에서 1546억원의 ‘기타 충당부채’를 새로 반영했다. 충당부채는 과거 거래로 인해 향후 지급해야 할 돈이 있지만, 언제 어느 정도 규모로 갚을지 확실치 않을 때 우선 회계에 부채 형태로 미리 반영한 것을 말한다.

한전은 재무상태표 주석에서 “당사는 UAE원전 공기연장과 관련해 계약당사자(Contracting Parties)와 공기연장비용 및 지체상금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며, 당기말 현재 공기연장비용에 대해서는 경제적 자원의 유출이 예상되는 금액을 충당부채로 인식했다”고 밝혔다. 한전이 언급한 계약당사자는 자회사인 한수원을 말한다.

원전 추가 공사비 정산문제는 지난해 마지막 4호기 상업운전을 끝으로 20조원 규모의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가 마무리 됐는데, 이 과정에서 한수원이 지난해 11월 공사기일 지연 등으로 추가 투입된 공사비 10억달러(약 1조4585억원)를 한전측에 청구하면서 불거졌다.

그러자 한전은 발주처인 UAE측과 협의해 ‘팀코리아’ 차원에서 추가 비용을 정산 받은 뒤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 한수원은 가시적 해법이 도출되지 않으면 용역계약서상 분쟁 해결 조항을 근거로 이 문제를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으로 가져가 법적인 해결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이에 한전이 비록 충당 부채 형태이기는 하지만 UAE 원전 건설 추가 비용을 회계에 정식으로 반영함에 따라 향후 UAE 원전의 수익성 산정 결과에도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재무상태표상으로 바라카 원전 사업이 대부분을 구성하는 한전의 ‘UAE 원전사업 등’ 항목의 누적 수익률은 2023년 말 1.97%에서 2024년 말 0.32%까지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손익은 2023년 말 4350억원에서 지난해 말 722억원으로 급감해 한수원이 요구하는 1조원대 추가 비용까지 반영하면 곧바로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할 수밖에 없게 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전 역시 런던중재소로 이 사안을 가져가는 등 법적 분쟁을 불사한 강수를 두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UAE측으로부터 추가 정산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양사는 런던국제중재법원의 중재 절차 진행을 위해 각각 법무법인 피터앤킴(한전)에, 김앤장(한수원)에 각각 약 1428만달러(1400원기준 200억정도) 합계 400억원 규모의 수임 의뢰를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관계자는 “한수원에서 추가 비용 지급을 요구하지만 한전이 평가하는 금액과는 큰 차이가 있다”며 “UAE원전사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쌓아온 팀코리아의 신뢰가 저하되거나 후속원전 사업 수주에 부정적 영향이 가지 않도록 팀코리아 협력사들과 협상을 지속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전날 서울 중구에서 열린 ‘원자력계 조찬강연회’에서 한수원의 한전에 대한 UAE 바라카 원전 추가 정산 요청과 관련해 “(양 사의 일은) 엄연히 계약서상에 정산을 신청하게 돼 있고, 저희는 2020년부터 정산을 요청해 왔다”며 “정산이 어려울 경우, 영국의 중재재판소로 가게 돼 있다”고 말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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