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국민의힘은 극우의 길을 택했나
부정선거론은 탄핵 쟁점은 아니지만 탄핵 국면에 등장한 주요 이슈다. 2020년 총선 이후 일부 부정선거론자들에 의해 간헐적이지만 부단히 제기됐던 이슈가 탄핵반대 세력을 결속시키는 중요한 인자가 되었다.
탄핵반대 세력들은 부정선거를 밝히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불가피하게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논리를 펴면서 탄핵을 정당화하는 데 동원되고 있다. 그리고 탄핵반대론자들에 의해 확고한 신념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명시적으로 부정선거론을 지지하지 않지만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이란 기분으로 광장의 부정선거론과 어정쩡하게 타협하고 편승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탄핵반대 집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선관위 헌재를 부숴버려야 한다’는 소속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 경고조차 하지 않았다.
공수처와 헌재의 수사와 심판 절차에 대한 흠결은 지적할 수 있고 비판할 수 있는 지점 또한 적지 않다. 이는 논쟁적이면서 당파적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헌법기관들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 문제제기는 얼마든지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헌법기관을 폭력으로 제압하자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집회에서 일개 연사가 아닌 현역의원이 했는데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국민의힘이 지지층을 제외한 국민 일반에게 소구력있게 다가갈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민주적 기본질서 지키는 정당인지 의문
이론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반헌법적이고 법치를 부정하는 발언에 대해 징계는 물론 경고 메시지 하나 없는 국민의힘은 정당의 모습이 아니다. 법치의 부정은 민주주의의 부정과 동의어다. 여야의 상호비난전과 극단적 대립 구도는 한국정치의 일상이 되었다. 양극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가 된 퇴행적 정치의 와중에서도 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이 발언은 선을 넘은 것이다.
여야 모두 자제의 규범이 작동하지 않고 오로지 지지층만 의식하는 3류정치가 강화되고 오히려 이에 편승해 알량한 직을 유지하려는 용렬함이 프로토콜이 됐지만 의원으로서 정당으로서 최소한의 윤리와 상도(常道)가 있다.
국민의힘은 조기대선보다 소속 의원 스스로의 3년 후 총선을 의식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궤변과 억지는 기본이고 어떻게든 광장의 극단적이며 반정치에 몰입된 세력에 얹혀서 알량한 지지를 유지해 나가려는 정당이 과연 정당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는 정당인지에 대해서도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양대 진영이 최대한 결집해 치를 대선에서 중도층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 것은 대선 승리는 이미 포기하고 자신들의 정치를 하는 것이라는 합리적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구 경북 강원 지역이 대부분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지역구를 보면 탄핵을 반대하고 극우에 편승해야 3년 후 23대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중진의원들의 극우에 가까운 발언들은 대선 이후 당권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추론이 성립해야 그들의 행위나 메시지들이 합목적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의도와 동기가 무엇이든 국민의힘이 탄핵 반대세력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여당을 시나브로 퇴행적으로 몰고가고 있다. 스스로 오른쪽의 궁벽한 곳으로 몰려가는 것일 수도 있다. 조기대선에서 비상계엄 이후 행태로부터 급변침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전신 자유한국당 전철 밟고 있는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지만 극우 지지층과 사실상의 연대를 통해 탄핵반대는 물론이고 계엄조차 불가피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들은 지난 2019년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전철을 밟고 있다. 2019년 초부터 시작된 한국당의 장외투쟁은 2020년 초까지 계속됐다. 이후 4월 총선에서 한국당은 103석이라는 참담한 성적을 받아들어야 했다.
국민의힘에 변화를 촉구하기에 여당은 너무 멀리 온 것 같다. 강성 지지층 결집에 골몰해 수도권과 중도층을 버린다면 조기대선의 패배는 물론 그들이 내심 의식하는 내년 지방선거와 총선 역시 참패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선거 결과는 그들 스스로 책임질 일이지만 보수정당임을 자임하는 국민의힘은 이미 보수이기를 포기한 극우정당의 길로 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