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기술인해전술과 빈약한 지피지기
일반적으로 기술후발국은 초기 기술발전단계에서 자국의 저렴한 인건비 장점 등을 기반으로 선진국의 성숙기술들을 도입 학습 모방해 성숙기술을 확보한다. 기술역량을 조금 쌓은 후 그 다음 선진국의 성장기술을 학습 획득하면서 더 높은 기술역량을 구축한다. 그후 기술후발국은 자체적인 연구개발 능력을 높여서 태동기 신기술을 개발하는 기술혁신의 단계로 나아간다. 우리나라가 이러한 과정을 보여준 대표적인 국가이다.
크게 볼 때 중국도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있지만 다른 기술후발국들과는 다르게 자국의 넓은 시장 이점을 활용하여 중국에 투자 사업하는 선진국 기업들에게 과도한 기술이전을 요구하는 약탈적 기술전술을 구사한다. 이 같은 약탈적 기술전술은 후발국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과 같이 넓은 내수시장을 가진 후발국만이 할 수 있다.
중국 기술인해전술과 약탈적 기술전술로 역량 높여
중국의 또 다른 특징은 기술인해전술이다. 중국은 인구가 많고, 당연히 기업들과 과학기술인력도 많다. 중국은 이러한 이점을 이용해서 마치 국가가 전국체전을 할 때 예선전 준준결승전 준결승전 최종결승전을 통해서 국가대표선수를 뽑듯이 그들의 기술전사들을 선발 육성한다. 즉 중국은 기술후발국가들은 할 수 없는 정도로 많은 수의 기업들을 만들어서 예선전을 치르게 하고 그중에서 우수한 기업들이 살아서 준준결승전에 진출하도록 한다. 당연히 예선전에서 탈락한 많은 수의 기업들은 시장에서 사장되지만, 중국은 큰 국가이기에 그 정도 타격은 감내한다.
중국은 인구가 많기 때문에 많은 수의 기업들이 망하더라도 기업들을 많이 만들어 고용을 유지할 필요가 있고 예선전에서 탈락한 많은 수의 기업들에서 일하던 기술인력들과 기술장비 설비들이 준준결승전에 진출하는 많은 수의 기업들에 흡수되어 더 강한 기업들이 되어 준준결승전을 치르게 된다. 준준결승전과 준결승전에서도 예선전과 마찬가지 과정이 반복되고, 이러한 과정에서 살아남는 기업들은 강력한 기술력 경쟁력을 가지는 동시에 중국정부로부터 강력한 보조금을 지속적으로 받음으로써 이 기업들은 마치 전쟁터의 전사가 되어 세계적으로 기술전쟁을 벌일 수 있게 된다.
화웨이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샤오미 CATL BYD 창신메모리 DJI(드론) 등 많은 수의 중국기업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AI분야에서 딥시크까지 중국의 기술전사들로 등장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중국에는 AI기업들이 4000개 이상이고(중국 차세대AI 과학기술산업발전보고서 2024), AI 관련기업들이 약 166만5000개나 된다는 보고도 있다.
중국 밖 외국인들, 특히 중국에 비호감을 가진 외국인들은 중국에서 살아남는 기업들보다는 예선전 준준결승전에서 탈락, 망하는 기업들의 수가 훨씬 많고 잘 보이기 때문에 중국경제는 비관적이고 미국과의 기술패권전쟁에서 승산이 없다고 생각한다. 중국정부의 줄기찬 보조금 지급도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외국의 전문가들조차도 중국의 약탈적 기술전술과 기술인해전술의 부정적 측면만을 부각, 전파하지만 기술인해전술의 강점과 그에 따른 중국의 실질적 기술위협을 외면하고 있다.
중국 기술전술과 능력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비해야
우리는 이제라도 정신 차려서 중국의 기술인해전술에 대해 효과적인 대응전술을 마련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중국의 병법서 손자병법의 제3편 모공에 '지피지기(백전불知彼知己百戰不殆)'라고 나와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외면하거나 보고 싶은 것만 보지 말고 중국의 기술전술들과 기술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동시에 우리의 기술능력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아서 역전당하고 전쟁에서 패한 역사가 너무 많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