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집중투자 시기 놓쳐 ‘악화일로’
급변하는 유통업계 불구 돈없어 대응 늦어
“증권사 발행 유동화증권 당사 최종 책임 ”
“2조원 정도 사재 출연해야 정상화 가능”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가운데 이미 수년전부터 매출이 급격하게 감소하며 경영위기가 시작됐지만 MBK파트너스 산하 경영진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병주 MBK스 회장이 사재출연을 발표했지만 소액투자자까지 구제하고 정상화하려면 2조원 정도 사재출연을 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오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011년 회계연도에는 매출 8조8628억원을 기록하였으나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2015년 회계연도에는 6조7468억원, 2020년 회계연도에는 6조4807억원으로 감소했다.
2021년부터 매출이 증가하기 시작해 2022년 회계연도에는 6조6006억원으로 전년대비 1.9% 증가했다. 이는 12년 만에 매출이 성장한 것이다. 2023회계연도에는 매출액이 6조9315억원으로 전년대비 5% 증가하며 2년 연속 성장을 이어갔다. 이런 매출 증가는 ‘메가푸드마켓’ 전환을 통한 오프라인 매장혁신과 온라인 부문 성장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영업손실은 여전히 지속됐다. 2023년 회계연도에는 전년대비 약 608억원 개선됐지만, 여전히 1994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이자 상환능력도 악화됐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총금융비용 대비 상각 전 이익’(EBITDA)은 2024사업연도(2024년 3월~2025년 2월) 1~3분기 누적 기준 0.5배를 나타냈다. 1억원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벌이가 5000만원에 그쳤다는 뜻이다. 이 지표는 2021~2023사업연도에 각각 0.9배, 0.6배, 0.6배였다.
홈플러스 경영진은 경영이 악화되자 매출 증가를 위해 창고형 할인점인 ‘홈플러스 스페셜’ 점포를 최대 81개까지 확대해 오프라인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투자여력 부족 등으로 2022년까지 19곳을 운영하는 데 그쳤다.

경쟁업체는 투자금을 늘려 지속 성장하고 있는 반면 홈플러스는 성장을 위한 자금 수혈이 되지 않아 퇴보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회생절자에 대해 소상공인과 협력업체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김병주 회장 사재출연 결정 =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은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6일부터 순차적으로 지급 중에 있는 상거래채권 지급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영업부문에서도 긍정적인 실적 지표를 보이고 있다며 회생절차가 개시된 지난 4일 이후 주간 매출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던 지난해 동기대비 13.4% 증가했으며, 고객수도 5% 증가하는 등 회생절차와는 상관없이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법정관리를 구실로 MBK 금융채무 압박을 경감하고 소상공인·영세업자 대금채무지급을 먼저 한다는 명분 아래 다른 이해당사자들에게 교묘히 부담을 떠넘긴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이런 여론에 김병주 MBK 회장은 16일 사재 출연 의사를 전격 밝혔다.
이날 홈플러스는 “김병주 회장 사재출연에 따라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영세업자 채권 지급은 물론 소상공인에 대한 대금 지급도 조기에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나아가 대기업 협력사 채권도 분할상환 일정에 따라 최대한 빨리 변제 완료함으로써 협력사, 입점점주 분들 불안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당사 매입채무유동화 관련해 증권사에 의해 발행된 유동화증권(ABSTB 포함) 투자자들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당사에 있으므로, 해당 채권들이 전액 변제되는 것을 목표로 해 관련 증권사들과 함께 회생절차에 따라 최대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발혔다.
업계 한 전문가는 “김병주 회장이 상거래채권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소 1조원, 금융채권 해소와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서는 2조원 정도 사재 출연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