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교폭력 제도 개선 필요성과 변호사의 역할

2025-03-19 13:00:00 게재

학교폭력에 연루된 연예인들은 하루아침에 인기를 잃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퇴출된다. 데뷔를 앞두었던 아이돌 가수는 아예 무대에 서지도 못한 채 기억에서 잊혀진다. 일반인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사이버렉카 등 유투버들이 학교폭력 가해자의 신상을 털어 응징하는 일도 왕왕 일어난다.

사회적 비난이 커지면서 학교폭력 처분 외 다른 제재들도 가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일부 대학에서만 학교폭력 사항을 입시에 반영해 왔으나, 2026년부터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과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 따라 학교폭력 조치사항(가해 이력)이 모든 대학의 입학전형에 의무적으로 반영된다.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가해학생에 대한 학교폭력 조치 처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대입에서의 불이익까지 주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처분의 기준이나 판단이 모호하고 일관성이 없어 문제점이 지적되는데도 이에 대한 시정 없이 제재만을 이중적으로 부과하는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피해학생이 학교폭력을 신고하면 교내 학교폭력전담기구를 거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가 열린다. 문제는 학폭위의 1/3 이상이 학부모 위원으로 위촉되고, 나머지 위원들도 대부분 법률전문가가 아니다보니 학교폭력심의라는 법적 절차에 심리적 부담감을 느껴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어렵다는 점이다.

기준 모호하고 일관성 없는 학폭 처분

게다가 학폭위 위원들은 주로 당일에 제출된 양 당사자의 자료를 보고 단 몇 시간 만에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조사에 이어 곧바로 학교폭력 처분을 내려야 한다. 결국 면밀히 사안을 살피지 못하고 위원간 친분이나 이해관계 등에 따라 일부 위원의 주장에 휩쓸려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에 따라 많은 학생 및 보호자가 학교폭력 조사가 객관적이지 못하고 편파적으로 진행되었다며 조사 과정에서의 위법성을 지적하고,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학부모들은 학교폭력 처분에 대한 불복절차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행정처분이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해 처분이 취소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결국 학교폭력 처분은 한 번 결정되면 번복이 매우 어려움에도 단 한 번의 학폭위 결정에 모든 것이 달려있으니, 위원회 구성의 전문성이나 처분 결정의 객관성 등에 대해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비슷한 사안인데도 학폭위에서 너무나 다른 호수의 처분이 나와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모두에게 혼란을 주는 것도 큰 문제다.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모두 납득할 수 있도록 처분의 기준을 더욱 명확히 하고 세분화해 관련 당사자들에게 예측가능성을 심어주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 학폭위 구성에도 변화를 주어 법률전문가로서 변호사를 반드시 위원으로 위촉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교육부가 지금까지의 학교폭력 처분 데이터를 가지고 행위별로 범주화해 위원들에게 적정한 처분의 예시를 참고자료로 제공하는 것도 좋겠다.

법률전문가 위촉해 전문성 높여야

이외에도 학교폭력 심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문제점은 결국 개별적 사안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처분의 적정성을 이끌어내야 할 변호사의 최종 책임으로 귀결될 것이다. 현재 학교폭력 제도는 적절한 개선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들의 다양한 역할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윤민선 법무법인 혜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