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 폭증·가격 급등…한달만에 후퇴

2025-03-19 13:00:38 게재

서울시 19일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서울 아파트 거래량, 전년 대비 2배 증가

섣부른 허가구역 해제, 시장 혼선 부추겨

서울시가 서둘러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에 나선 것은 부동산 시장 과열 양상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집값 바로미터인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달 517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부터 올 1월까지 월평균 3400건 수준이던 것과 비교하면 약 1.5배가 뛰었고 지난해 같은 달 2714건과 비교하면 2배가 증가했다.

실제 집계가 끝나면 차이는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거래는 계약 후 두달 이내에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2월 거래 신고 기한인 이달 말에는 거래량 집계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업계에선 거래량 급증 원인으로 서울시가 지난달 12일 발표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지목한다. 그동안 눌렸던 집값 상승 기대감, 실거주 요건 완화 등이 투자와 투기 수요 모두를 견인했다는 것이다. 거래량 분석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강남구 송파구 거래량 가장 많아 = 허가구역 해제로 직접적 영향을 받은 강남구와 송파구 거래량이 가장 많았다. 강남구는 지난달 429건 거래량을 기록하며 전월 198건, 전년 동월 173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송파구는 438건으로 전월 318건보다 120건이 증가했고 전년 동월 184건과 비교해도 2배 넘게 거래량이 증가했다.

허가구역 해제로 수혜를 입은 지역들 집값은 가파르게 상상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에선 84㎡ 아파트(래미안 대치 팰리스)가 두달 사이 4억5000만원이 오른 가격으로 매매됐다. 3주만에 6억8000만원이 오른 곳도 나타났다.

송파구 상황도 마찬가지다. 잠실의 대표적 수혜 단지로 꼽히는 잠실엘스 전용 84㎡는 지난달 30억원에 매매됐다. 허가구역 해제 발표 전인 올해 1월 동일 층·동일 평형이 27억3000만원에 매매됐다. 이때와 비교하면 한달새 2억7000만원이 올랐다. 부동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잠실도 평당 1억을 돌파한 것”이라며 “시장 과열 양상이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집값 자극 요인 넘치는데 = 구역 해제 한달만에 재지정에 나서면서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서울시는 설익은 판단으로 애써 잡은 집값을 놓치고 행정 불신까지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당초 시는 허가구역 해제에 신중한 모습이었다.

실제 지난해 12월 각종 부동산 지표는 하향 안정을 나타내고 있었다. 거래량 실거래가지수 등도 ‘마이너스’를 보였다. 경기침체와 비상계엄으로 조성된 정국불안 상황도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활황으로 돌아서기 힘든 요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시장 예측에 보다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관련 데이터는 실거래 후 두달이 지난뒤 반영된다. 여기에 2, 3월은 이사철로 연중 부동산 거래가 늘어나는 시기이고 금융권에선 금리인하 이야기가 이미 나오고 있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5년째 묶여 있어 수요가 잠복해 있었고 무엇보다 강남 한복판을 풀어줬다는 건 투자자들에게 ‘지금이 강남에 들어갈 때’라는 신호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집값을 자극하는 구조적 요인들에 대한 판단도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2023년 기준 93.6%로 1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인가구 증가로 가구 수가 늘었지만 주택 수가 따라가지 못한데다 공급 부족까지 겹치면서 보급률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낮은 자가 비율도 복병이라는 분석이다. 서울의 주택 자가 보유율은 2022년 기준 44.1%에 그친다.

◆‘서울시 판단부족’ 지적 잇따라 = 박원갑 KB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은 부동산 매수 수요가 구조적으로 잠복해 있는 곳”이라며 “여기에 대출규제가 임박했다는 불안심리까지 더해지면서 거래량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여전히 집을 사려는 수요가 많고 규제 완화를 기다리던 투자자와 투기꾼들이 줄을 서 있는 상황에서 ‘해제’ 결정이 내려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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