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되는 공매도…무차입 거래 잡아낼 수 있을까 주목

2025-03-19 13:00:44 게재

전면 금지 이후 17개월 만에 이달 31일 재개

한국거래소,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시연회

17개월간 중단됐던 공매도 거래가 이달 31일부터 다시 시작된다. 지난 2023년 11월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이후 금융당국과 주식시장 인프라 기관들은 무차입 공매도를 차단하고 기관 및 개인투자자 간의 공매도 접근성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제도개선을 단행했다.

대표적 제도변화는 무차입 공매도 방지시스템 의무화와 한국거래소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NSDS) 구축이다. 주식시장 인프라 개선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잡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무차입 공매도 적출 환경 재연 = 한국거래소는 19일 오전 서울사무소 2층 홍보관에서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시연회를 개최했다.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상황을 최종적으로 보고하고, 개인투자자의 공매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행사에는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 주요 국내 증권사 및 글로벌 IB(투자은행) 기관투자자 등이 참석했다.

시연회에서는 그동안의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경과보고와 설명 동영상 시청 후에 모의 데이터를 이용한 기관투자자 잔고 보고에 따라 한국거래소가 매매 정보와 잔고 정보를 대사하는 NSDS 시스템 운영을 현장 시연해 실제 무차입 공매도 적출 환경을 재연했다.

NSDS는 기관투자자가 무차입 공매도를 자체적으로 차단하기 위하여 매도가능잔고 등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기관투자자 내부의 자체 잔고관리시스템과 연계해, 보고 받은 해당 투자자의 잔고 정보를 모든 매매내역과 비교함으로써 무차입 공매도를 점검하는 시스템이다.

공매도 잔고관리시스템은 실시간 매도가능잔고 초과 여부를 판단해 무차입공매도를 사전에 차단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NSDS는 독립적 잔고 산출 기능을 통해 공매도 투자자의 보고 잔고와 비교·대사를 통해 모든 유형의 매도주문을 검증하여 불법 공매도를 적발한다. 이러한 공매도 전산시스템은 불법 공매도 혐의 거래를 신속하게 탐지해 공정한 가격형성 기반을 마련하고, 공매도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제고를 통해 국내 증시의 투자 매력도를 증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거래소가 투자자들의 대차거래 잔고와 매매내역 간의 비교로 무차입 공매도 실행 여부를 적발할 수 있는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주식시장 인프라 개선 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거래소는 작년 말 NSDS 개발 완료 이후 국내·외 기관투자자들과 2차례에 걸친 연계 테스트를 통해 기관 내 잔고관리시스템과 인터페이스 연결 및 데이터 정합성 등을 점검했다. 여기에 미참여 기관은 향후 시장 참여 희망시 사전 연계 테스트가 요구된다. 오는 25일까지 모의시장을 운영하며 공매도 전산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최종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투자자 신뢰 회복에 기여" = 금융감독원은 무차입 공매도 방지를 위해 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 및 업계 등과 함께 2023년 11월 공매도 전산화 TF를 구성하고,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을 추진해 왔다. 작년 6월에는 TF 검토 내용을 바탕으로 한 ‘공매도 제도개선 방안’에 따라, 작년 7월부터 기관투자자의 잔고 관리 시스템과 한국거래소의 NSDS을 구축해 최종 테스트를 진행해 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세계 최초로 시행되는 공매도 전산화를 위해 적극 협조하여 준 국내·외 증권사에 감사하다”며 “공매도 전산화가 우리 자본시장의 신뢰회복에 크게 기여할 것을 기대하고 주주이익 보호, 외국인의 투자접근성 제고 등을 통해 글로벌 선진시장으로 도약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이번 시연회가 불법 공매도를 둘러싼 우려를 불식시키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시장관리자로서 정교한 시장감시를 통해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 안정적인 시장 운영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증시 전문가들은 공매도 제도개선 및 새로운 인프라 구축작업은 주식시장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장주식 대차잔고와 공매도 실행여부를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자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된다면 재고확인 착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무차입공매도를 높은 수준에서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잔고관리시스템이 한국거래소의 NSDS와 연결되어 기관투자자들의 공매도 거래와 대차잔고 관리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사후적으로 점검하게 된다면 기관투자자들의 대차잔고 관리가 더욱 정밀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차거래 상환기간 및 신용공여대주 담보비율의 변경 또한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접근성을 개선시키고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들의 형평성 제고에 뚜렷하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투자자가 기관투자자와 동일한 상환기간(기본 90일, 최대 12개월), 담보비율(105%)을 적용받는다는 점은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조치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대해 여전히 상당한 수준의 불신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황 연구위원은 “공매도 제도는 신용거래융자가 그러하듯이 투자 의사 결정을 집행하는 도구일 뿐”이라며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해서 주가가 상승하지 않으며, 공매도를 재개한다고 해서 주가가 하락하지도 않고, 시장의 주가 흐름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기업정보와 투자자들의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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